'조동연 검증 보도' 비판한 민언련… '김건희 사생활' 파헤친 유튜브엔 '침묵'
  •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 ⓒ뉴시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 ⓒ뉴시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유튜브 방송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조동연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의 자녀 신상을 공개했다며 채널을 폐쇄하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일단 필자는 가세연이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들추며 선정적인 방송을 해온 점에 대해선 찬성하지 않는다. 그런 행위가 공익의 차원에서 국민 알권리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나로선 도통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조동연 씨와 관련한 민언련 지적만큼은 동의할 수 없다. 단순히 대중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사인의 사생활을 들춘 것이라고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사퇴한 사람을 다시 거론하는 것이 썩 유쾌하진 않지만 조 씨의 경력은 석연찮은 점이 분명 있었다. 민주당은 조 씨를 우주항공 전문가로 소개했지만 막상 뒤져보니 그의 이력 어디를 봐도 우주항공 전문가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게 대표적이다. 공인의 학력 부풀리기는 당연히 언론의 검증 대상이다.

    군 복무 과정에서 조 씨가 쌓은 경력, 학업 등에 관한 언론의 검증 보도가 쏟아지는 과정에서 혼외자 논란이 불거졌고, 그 문제로 진급심사에서 탈락했다는 군복무 시절 조 씨에 대한 세평까지 언론에 보도되기 이르렀다. 그러다가 가세연이 조 씨 자녀에 관한 정보를 공개했다는 비난을 받았고 조 씨는 개인의 아픈 사생활을 고백하면서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건 물론 조 씨의 사생활 문제가 아니다. 조 씨에 대한 언론의 검증 보도를 어느 순간 사생활 침해라는 프레임으로 전환해 조 씨에 대한 검증 보도 자체를 ‘무고한 한 여성을 공격하는 독극물 언론’으로 치환하려는 민언련의 태도를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그동안 여성 정치인에 대해 혹독한 태도(일테면 굿판, 성형 등 박근혜 전 대통령에 관한 온갖 악의적인 허위날조 보도나 나경원 전 의원 1억 피부숍 보도)를 보여온 민언련이 여당 대선후보 캠프 상임선대위원장에 대한 공적인 보도까지 모두 ‘증오’보도나 ‘여성혐오’ 보도로 덮어씌우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민언련의 내로남불 아닌가.

    민언련의 선천성 공정·균형 결핍증

    필자는 자칭 ‘언론권력 감시자’라는 민언련이 김건희 씨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거대 언론들의 무차별 인권침해 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는지 궁금하다.

    유튜브 방송 열린공감TV가 야당 후보 배우자의 과거를 마구 파헤치고 들추고 후비는 행태에 대해선 또 어떻게 생각하나. 사생활을 지켜줘야 한다며 조동연 씨를 감쌌던 논리라면 김건희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아닌가. 야당 대선후보 배우자의 과거 일을 들춰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쥴리’ 논란을 확대 재생산해가며 대선판을 오염시키는 유튜브 방송도 마찬가지로 계정을 삭제처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민언련이 정파성에 찌들어 내로남불 잣대를 전가의보도처럼 휘두르는 반면에 차라리 소위 진보언론이라는 오마이뉴스의 자성적 비판 기사가 필자의 눈에는 훌륭하다. 오마이뉴스가 사생활을 검증 없이 무차별 폭로한다며 조동연에 대한 언론 보도를 비판했는데, 그런 태도가 김건희에 대한 보도에서는 없다는 이중잣대를 지적한 글이었다. (참고 : [주장] <오마이뉴스> 김건희 '쥴리' 보도 유감)

    그뿐 아니라 오마이뉴스는 내부 기자들도 “이런 식의 쥴리 보도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 가닿도록 하는 뉴스일까. 구성원 여러분들과 함께 되묻고, 고민을 나눠보고 싶다”며 자사 보도를 비판했다고 한다. 언론 권력을 감시한다며 언론 위의 정의가 되려하고 진실을 독점하려는 민언련이야말로 조동연 보도를 비판하듯 언론의 김건희 보도도 똑같은 잣대로 비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민언련 홈페이지를 샅샅이 뒤지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필자 눈에는 아직까지 민언련이 김건희 보도를 비판한 콘텐츠를 발견하지 못했다. 뒤늦게라도 민언련이 대선후보 배우자이기 전에 김건희라는 한 여성을 인격살해하고 사생활을 검증없이 무분별하게 보도하는 언론들의 행태를 비판해주기 바란다. 감시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혐오 콘텐츠를 생산하는 가세연을 방치했다는 이유로 유튜브의 사회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과 똑같이 열린공감TV를 방치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유튜브에 책임을 물어주기 바란다. 그것이 민언련에 바라는 대다수 시민의 바람일 것이다. 민언련의 선천성 공정·균형 결핍증, 그만 치료할 때도 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