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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명 칼럼] '당원게시판 실명제하겠다'는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코미디

인터넷 실명제 반대하던 민주당, '이재명 비판' 막으려 실명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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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12-09 10:41 | 수정 2021-12-09 10:46
더불어민주당에서 코미디극이 연출되고 있다. 그동안 인터넷 실명제 반대 여론을 주도해온 민주당이 당원 간 상호비방 등 갈등과 분쟁이 심하다고 당원게시판(이하 당게)을 폐쇄했다. 민주당은 내년부터 실명제로 운영하겠다고 한다. 이 사태가 과거부터 실명제 찬성 목소리가 컸던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야당과 달리 예전부터 표현의 자유 등을 이유로 인터넷 실명제 무용론, 반대론을 주장해왔다. 그런 민주당이 정작 자당 핵심 당원들이 이용하는 공론장을 분란이 많다고 닫고 내년부터 실명제로 운영하겠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막말의 배설구”가 돼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하지만 그것도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실은 대선 경선 후 이재명 후보를 향해 쏟아지는 당원들의 비판이 거슬려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인터넷 공간을 떠도는 아무에게나 열린 게시판도 아니고 매달 꼬박꼬박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들이 소통하는 공론장인데 실명제로 돌리겠다는 건 비판자를 가려 불이익을 주겠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민주당의 당원 게시판 폐쇄 및 실명제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이 그간 해온 발언과도 배치된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인터넷실명제 완전폐지를 공약했다.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를 통해 공직선거법, 게임산업법 등 개별법에 규정된 인터넷실명제 규정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하다못해 문 대통령은 대선 경쟁 과정에서 논란이 된 지지층의 문자, 댓글폭탄도 ‘경쟁을 흥미롭게 해주는 양념’이라고 추켜세웠다.

이런 문재인 정권을 연장하겠다는 집권여당의 대선후보와 당 대표에 당원들의 비판이 거세다고 당게를 폐쇄하고 실명제로 돌리겠다는 것은 민주당의 자기부정이나 마찬가지다. 고용진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지금 권리당원 게시판은 완전히 공론장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일종의 말의 배설구같이 돼 있다" "서로 욕설을 뱉고 후보에게 사퇴하라고 하는 게 현재 당에 도움이 안되는 게 사실"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황당 코미디극으로 흐르는 민주당의 내로남불


이런 발언들은 민주당이 그동안 인터넷 실명제를 반대해온 건 온라인 익명성이 자기당(편)에 도움이 됐기 때문이라는 고백이나 마찬가지다. 그동안 온라인은 현 여권 진영이 여론 주도권 면에서 야당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점해왔다는 것은 보편적인 상식이다. 보수 야당을 공격하는데 쓸모가 있었던 인터넷 익명성이 이제는 내부를 향한 칼날로 바뀌니 인터넷 실명제로 통제하려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워졌다.

마침 친여 매체 한곳이 민주당 내부 이 상황을 전하며 야당이 발의한 인터넷 준실명제법안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꼬집는 모습이다. 당원들의 소통창구인 당게조차 통제하겠다고 실명제를 강행하겠다는 마당에 민주당은 자기책임성을 강화하자는 야당 준실명제 법안에 반대할 명분이 있겠나. 민주당이 이 법안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궁금하다. 올해 1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선거기간 중 언론사 홈페이지 게시판 실명 확인을 명시한 공직선거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 결정에 반색했던 민주당이 자기들은 내부 분란이 골치아프다고 게시판 운영을 실명제로 하겠다니 코미디 중 코미디 아닌가.

더욱 황당한 코미디극으로 느껴지는 것은 한국인터넷기자협회가 주는 인터넷기자상 참언론상을 받은 김어준은 바로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침해라며 위헌 소송을 제기해 위헌 결정을 끌어낸 주역이라는 사실이다. 민주당 스피커인 김어준은 자신이 과태료를 내가며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워 승리를 쟁취했다고 성과를 자랑한다. 그런데 민주당 내부에서는 당원들의 입부터 재갈을 물리는 판이니 이보다 더 코미디 같은 일이 어디 있겠나.

민주당 내부 당게 사태에 김어준이나 그에게 인터넷 실명제 위헌 건으로 상을 준 한국인터넷기자협회나 모두 입장을 내야 하는 것 아닌가. 민주당의 당게 폐쇄 사건은 그야말로 민주당 내로남불의 극치, 위선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어떻게 보면 작은 해프닝에 불과하지만 민주당의 고질적인 문제를 상징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원칙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다시는 표현의 자유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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