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탈원전 고집하면 2050년까지 누적비용 1500조원…전기료 2~3배 인상 예상
  • ▲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이 지난해 4월 개최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비판 토론회. ⓒ이기륭 기자.
    ▲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이 지난해 4월 개최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비판 토론회. ⓒ이기륭 기자.
    정부의 탈원전(脫原電) 정책 강행을 참다못한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최근 ‘탈원전 손해배상 청구소송 국민소송단 원고 모집’ 광고를 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26.3%를 줄이는 기존 감축목표를 대폭 올려 40%를 감축하겠다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했다. 2050년에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현재의 10배 수준으로 늘리고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탈원전’이 ‘탈핵’의 필요조건인가?

    집권 한 달 남짓이던 2017년 6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를 선포하고 “원전중심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脫核)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은 물론 주요 언론도 “정부의 누구도 설명 못 하는 脫원전 다음의 대비책”(조선일보), “原電정책 시민에 떠넘긴 靑, ‘저의’ 운운하며 입까지 막나”(동아일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은 초법적(超法的) 발상”(중앙일보) 등의 사설을 통해 정부의 ‘탈원전정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러나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각계의 우려와 반대를 일축하며 “2022년까지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탈원전정책을 강행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 임기 5년 동안에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없다는 발언에 대해 “다음 정부에서 전기요금 인상 폭탄을 맞으라는 것이냐”는 비난이 거셌다.

    탈원전정책의 강행은 정부와 여당의 무지와 무책임이 아니라면 공공연한 대국민 거짓말이다.
    원전이 핵물질을 원료로 사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핵폭발(순간적인 핵분열이나 핵융합)의 엄청난 에너지를 파괴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핵무기’와는 달리 원자로(原子爐)는 핵분열속도를 제어하여 핵분열이 서서히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발생하는 열을 전력 생산에 이용하는 장치로서 핵무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경제적, 친환경적 발전설비이다. 따라서 원전에 대해 ‘핵폐기’나 ‘핵동결’과 같은 개념으로 ‘탈핵’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탈원전’이 ‘탄소중립’의 필요조건인가?

    작년 기준 29% 수준인 원전의 발전 분담율을 2050년까지 6.1~7.2%로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60.9~70.8%로 늘린다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력난과 막대한 재정 부담을 유발하는 ‘실현할 수 없는 목표’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만 급급해 무리하게 신재생에너지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원자력발전 활용을 포함하여 점진적으로 에너지 전환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우리나라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신재생에너지 자원도 부족”하여 탄소감축에 불리하다며, 2050년까지 원전 비중을 현재의 5분의 1수준으로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70%로 대폭 높이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세계 주요국들이 원전을 다시 확대하는 등 에너지정책 개선에 나서고 있다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분석에 기반해 탄소중립과 에너지정책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온실가스 감축에 소요되는 기술적, 재정적 문제 등에 전혀 무지한 주장이다. ‘탄소중립위’가 내부검토 과정에서 태양광 및 풍력 전력을 저장할 ESS(에너지 저장장치) 구축에만 약 1,20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발전단가가 높은 재생에너지 확대는 결국 막대한 재정부담과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확대만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비법은 아니다. 원전은 공해시설이 아니라 경제적, 친환경적 발전설비이다. ‘탄소중립위’는 원전을 축소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사용 후 핵연료 처리와 원전 안전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지난 40여 년간 원전이 우리나라 전력생산의 3분의 1을 분담했지만 원전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

    ‘새만금 새똥광’의 딜레마

    2019년 7월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새만금 수상태양광발전 사업을 허가했다. 이 프로젝트는 문재인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을 20%로 높이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근거한 조치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여의도 면적의 10배에 달하는 바다(새만금호) 위에 태양광 패널을 깔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의 규모로 태양광 모듈만 500만 개가 소요되며 전액 민간투자로 이루어진다. 총사업비는 4조 60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계획에 대한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다. 우선 태양광 패널이 바다를 덮으면 수온 상승으로 적조 문제가 심각해지고, 태양광 패널 위의 바다 조류 떼 배설물을 제거하려면 세척제를 쓸 수밖에 없어 이로 인한 해양 생태계 파괴로 양식장과 어장을 망쳐 수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는 주장이다.

    한수원은 “수상태양광 설비에 조류 배설물 등이 쌓이면 빗물을 통해 자연적으로 씻겨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지만, 매일 비가 오지 않는 한 턱도 없는 억지 주장이다. 결국 수백만 장의 태양광 패널은 수십만 마리 철새들의 쉼터가 되면서 새똥으로 뒤덮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태양광 발전량은 대폭 감소하고 배설물에 포함된 강산성(强酸性) 물질은 태양광 패널을 부식시킬 것이다.

    산자부는 태양광 패널을 무해성 인증을 받은 중성세제로 세척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중성세제의 환경적 무해성 입증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새똥 때문에 패널을 매일 청소해야 할 판”이라는 상황에 세척제로 새똥을 계속 씻어낸다면 태양광 패널 표면 유리판의 빛반사 방지 코팅(Anti Reflection Coating)이 손상될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태양광 폐패널에 들어 있는 크롬과 카드뮴 등 발암물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할 수 있다.

    원전(原電)과 신재생 에너지의 공생관계

    ‘파리협정’(파리기후변화협약, 2015.12.12 체결) 이후 전세계적으로 원전(原電) 건설은 증가추세에 있고, 중동 산유국들까지도 원전 도입과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겪은 일본조차도 기존 원전의 수명을 20년 연장했다.

    이런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두 달도 안 되어 “원전 중심 발전(發電)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脫核)시대로 가겠다”며 고리1호 원전의 영구퇴역을 결정했다. 또한 원전전문가도 아닌 국무위원들이 대통령 뜻에 따라 국무회의에서 간단한 구두보고와 토의를 거쳐 수년간의 연구와 수조원의 투자로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 원전의 공사중단을 결정한 것은 망국적 독선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동조했던 한수원이 최근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해 “신재생 일변도”라며 사실상 탈원전 정책의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수원은 2050년에 원전을 9기만 남기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원전은 저탄소 배출원이며 안정적 에너지원”임을 들어 이의를 제기하면서 “미국과 EU 등도 탄소중립을 위한 원자력 역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해서도 “최상의 안전성을 갖췄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다’며 “혁신형 SMR 등 차세대 원전을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탄소중립위’의 시나리오에 따라 2050년까지 신재생발전은 최대 71%로 확대하고 원전은 6~7%로 축소하는 방안과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하겠다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확정했다. 정부는 “각계 의견을 수렴해 탄소중립 이정표를 마련했다”고 했지만, 향후 이로 인한 부담을 떠맡게 되는 산업계 및 일반 국민들의 심각한 반발이 예상된다.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산악지형 비중이 큰 국토와 기후조건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이용률 및 이용시간 제한 등으로 신재생발전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므로 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위주의 에너지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함을 역설해왔다. 최근 한수원도 “(신재생 에너지만으로는) 목표 달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며 “기저 전원이자 신재생을 보완할 원전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생산성과 효율성의 문제는 국가재정 부담과 직결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탈원전을 지속하면 2050년까지 누적비용 1500조원이 발생하고 전기료도 현재의 2~3배로 인상되어야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11월초 영국에서 개최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서 기존목표(2018년 대비 26.3%)를 대폭 상향한(40%)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발표하고 올해 내로 감축목표를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라 한다. 2015년 체결된 파리협약에 따라 국제사회에 약속한 탄소중립목표는 되돌릴 수 없다고 하니 이에 따른 모든 부담은 현 정권 이후의 정부와 국민의 짐으로 남게 된다.

    전기료 인상은 탈원전 재앙의 작은 불씨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우려와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