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원치않는 방송하면서 '독립성' 운운하는 건 '세금도둑' 되겠다는 것'정치적 오물덩어리 전락' TBS 살리려면 자질 없는 이강택 대표부터 바꿔야
  • ▲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강택 TBS 사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강택 TBS 사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서울시가 내년 TBS 출연금을 올해 375억 원에서 252억 원으로, 123억 원을 삭감하자 이강택 대표이사가 “프로그램 존속이 어렵고, 방송편성 자체가 다 무너진다”며 “출연자들의 시장 가격도 있고, 방송장비도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면에서 아나운서만으로 음악만 틀수밖에 없다. 편성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일부 언론 보도에 의하면 삭감된 비용을 제외하고 TBS가 다시 예산안을 짜보니 라디오예산 96%가 삭감될 처지라고 한다.

    TBS 측은 이런 상황이 황당하겠지만 서울시민을 포함한 다수 국민 입장에선 그동안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시원한 사이다 뉴스가 아니었을까. 지난 4월 서울시 보궐선거 즈음 TBS 발 생태탕과 페라가모 뉴스가 도배하는 언론 방송 공해에 시달리며 매일같이 불필요한 스트레스에 억눌려야 했던 시민들에겐 이름 모를 아나운서가 하루 내내 진행하는 음악방송이야말로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서울시민의 예산을 늘리기는커녕 대폭 삭감한 대가로 말이다.

    필자는 TBS에 관한 이런 저런 문제의식을 담은 글을 여러 번 써왔다. 방송진행자인 김어준 의 편향성은 필자 뿐 아니더라도 수많은 언론에서 지적해오고 있어 익히 잘 알려져 있지만 어찌 보면 본질적인 문제는 독립재단 TBS의 대표이사로 있는 이강택 씨에게 있다는 지적도 했다. 이번 글에서도 이 대표 발언의 모순점들을 몇 가지 지적해볼까 한다.

    대중에겐 낯선 인물일 수 있는 이 대표는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낸 인물로 언론계에서는 나름 유명세를 떨치는 언론계 출신이다. 그는 김어준이 여러 방송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 입장을 표명한 것을 두고 이런 이야기를 했다.

    "설사 지지발언이라 해도 미국 언론인 뉴욕타임스나 CNN은 선거철이 되면 공개적으로 '누구를 지지한다'고 한다" "아예 드러내놓고 성향을 밝히는 게 낫지, 실질적으론 다 그렇게 지지하면서 공표하지 않는 게 오히려 더 문제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씨의 발언이 과연 정치적 지지인지, 인간적 연민인지에 대한 논점도 있다. 여러 가지 짚어볼 지점이 있다."

    이 대표 발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TBS를 미국의 뉴욕타임스나 CNN과 비교한 부분이다. 그들 언론사도 선거철엔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 지지를 밝히는데 TBS는 왜 안 되느냐는 취지다. 우선 비교 대상이 완전히 틀렸다. TBS는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언론이지만 뉴욕타임스, CNN은 사주가 있는 민간회사다. 애초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굳이 비교하자면 공영방송인 미국 공영라디오 NPR을 사례로 들어야 한다.

    2011년 비슷한 예가 있었다. NPR 부사장이 NPR 기금마련 행사장에서 미국 보수 유권자 단체 티파티와 공화당을 비판했던 게 몰래카메라에 찍혀 알려지는 바람에 부사장은 경질되고 사장까지 사임을 표명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TBS는 프로그램과 진행자가 선거기간 내내 특정 정당 후보자들을 싸고 돌면서 편파보도, 왜곡·허위보도까지 했지만 사실상 제재도 받지 않았다.

    가장 큰 차이는 NPR는 사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특정 정치세력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발언 당사자인 간부와 사장까지 책임져야했지만 TBS는 사장이 책임은커녕 궤변으로 심각한 당파성, 편파성을 덮고 있다는 사실이다.

    TBS 개혁, 자질 없는 대표이사부터 바꿔야 시작

    미국 언론 현실과 우리 언론 현실도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는 언론 중립을 법으로 못을 박아 놨다.

    공직선거법 8조에는 "방송ㆍ신문ㆍ통신ㆍ잡지 기타의 간행물을 경영ㆍ관리하거나 편집ㆍ취재ㆍ집필ㆍ보도하는 자와 제8조의5(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제1항의 규정에 따른 인터넷언론사가 정당의 정강ㆍ정책이나 후보자(候補者가 되고자 하는 者를 포함한다. 이하 이 條에서 같다)의 정견 기타사항에 관하여 보도ㆍ논평을 하는 경우와 정당의 대표자나 후보자 또는 그의 대리인을 참여하게 하여 대담을 하거나 토론을 행하고 이를 방송ㆍ보도하는 경우에는 공정하게 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이 법에 의하면 TBS는 방송 진행자부터 대표이사까지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TBS 측은 예산부족 타령에 서울시가 상업광고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논점을 일탈한다.

    그 문제는 서울시가 아니라 방통위 등의 소관으로 차후에 차차 논의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TBS가 교통방송이란 목적에 맞는 방송을 하고 있는지, 불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쓰지 않아도 될 예산을 낭비하는 것 아닌지 등 예산사용처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개선이다. 이런 문제들을 덮어둔 채로 서울시 의회나 TBS 측이 서울시가 언론을 탄압한다는 주장을 하니 국민에게 씨알도 안 먹히고 있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예산 삭감이 언론탄압이라는 주장에 "재정 독립은 언론 독립을 위한 선행조건"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2020년 TBS 독립법인화 때 언론 인터뷰에서 "언론기관의 필수 존재 조건은 독립성이다. 물론 최근 몇 년간 시에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잘 지켜줬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것이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점이다"라고 했다.

    서울시민이 원치 않는 방송을 하면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TBS가 세금도둑이 되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그건 언론기관의 독립이 아니라 세금기생충이 되겠다는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필자는 정치적 오물덩어리로 전락한 TBS의 개선을 위해선 자질 없는 대표이사부터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논리적으로도 총책임자는 이강택 사장이다.

    본질의 문제를 간과하고 단지 특정 진행자만의 문제로 치부해선 TBS의 근원적인 문제를 치유할 수 없다. 언론노조위원장 시절 입만 열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언론독립을 외쳤던 이강택 대표가 권력의 세금지원과 상업광고를 강조하는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 언행일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TBS의 개혁은 그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