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딴 정필모도 버텼는데… 대학원 문제로 급사퇴한 임병걸역대 KBS 사장 중 '최고'로 정연주 꼽은 '野 추천' 서재석 이사
  • ▲ 한국방송공사 전경. ⓒKBS 제공
    ▲ 한국방송공사 전경. ⓒKBS 제공
    “짜고 치는 고스톱, 이게 어제 오늘 얘기라야 뭐라 하지. 사회 곳곳이 썩을 대로 썩었다.” “인사 담합 같다. 구린내가 강한 걸보니 자진 사퇴에 따른 이면 약속이 있을 것 같은데 한번 캐보자.” “정권에서 압력 들어갔구나!”

    이건 10월 23일 예정돼 있던 KBS 시민참여단 비전발표회를 하루 앞두고 최종 후보 3인 중 2인인 서재석 전 KBS 이사와 임병걸 KBS 부사장이 갑자기 사퇴한 사실을 보도한 포털 네이버 기사에 달린 댓글 내용이다. 필자 역시 네티즌들의 이러한 추론에 동감한다. 사퇴 이유가 궁색하기 짝이 없는 핑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먼저 임병걸 후보자의 경우를 보자. 임 후보자는 먼저 있었던 1차 면접에서 모 야권 추천 이사가 KBS 재직 중 서울에 있는 모 대학원에 다닌 사실을 추궁 받았다고 한다. 그러자 21일 “이사회와 회사에 누를 끼쳐서는 안 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사퇴했다. 임 후보가 사퇴하자 곧이어 이날 오후 서 후보도 사퇴했다.

    사퇴 이유는 이거였다. “임병걸 후보의 사퇴소식을 접했다” “정파적인 구도 하에서도 끝까지 해보자고 했던 노력도 여기까지인 듯 하다. 이런 구도 하에, 남은 한 후보와 다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더욱 간단해진 구도 속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공정한 선발 과정이었다는 구실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임병걸, 서재석 후보의 사퇴를 위한 사퇴 사유로, 전혀 말이 안 되는 핑계에 불과하다. 재직 중 대학원에 다닌 사실이 회사에 누를 끼쳐 그만둔다는 데 정필모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BS 재직 중 주간 대학원에 다니다 박사 학위까지 땄지만 멀쩡히 부사장에 임명되고 퇴사 후엔 국회의원 배지까지 달았다.

    그뿐인가. 회사 허락 없이 거액을 받고 외부강의를 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돼 중징계까지 받은 인물이었다. 정필모는 임병걸보다 더 심한 경우였다는 얘기다. 이 사실을 임 후보가 몰랐을까. 차기 사장 후보 5인에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는데 2명의 후보자가 탈락하고 3인 후보로 압축되자 갑자기 애사심이 폭발, 자기 경력이 회사에 누를 끼칠까 걱정이 돼 관두겠다? 황당한 얘기다.

    서재석 전 KBS 이사의 핑계는 더욱 어처구니없다. 두 명만 남아 의미가 없다는 것은 무슨 어이없는 논리인가. 후보 3명일 때는 괜찮고 2명일 때는 안 된다니 말이 되나. 서 전 이사가 정말 KBS 정상화에 뜻이 있었고 개혁사장이 되려했다면 오히려 정권의 부역자로 비판받는 경쟁자가 포기한 것을 환영해야 할 일 아닌가.

    필자가 먼저 언급한 것처럼 서 이사의 이러한 말도 안 되는 무책임한 행위는 친문정권 앞잡이들이 즐비한 KBS 이사회에서 견제역할을 하라고 자신을 추천해준 야당과 국민의 뜻을 정면으로 배신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사장 지원부터 사퇴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친문정권을 위한 들러리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다.

    서 전 이사는 이번 이사회 사장후보 1차 면접 당시에도 역대 KBS 사장 중에서 누가 가장 괜찮은 사장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정연주 전 사장을 꼽았다고 한다. 기가 막힌다. 도대체 서 전 이사는 왜 KBS 사장에 지원했나. 처음부터 정권 도우미 역할을 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다면 이런 짓을 할 수는 없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이는 임병걸·서재석 후보의 사퇴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정 전 사장은 KBS를 특정 정권에 사실상 헌납하다시피 한 역대 최악의 불공정 편파 사장이었다. 정 전 사장은 그 공로로 지금 문재인 정권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임명돼 편파 심의를 남발하고 있는 중이다.

    할 말이 없다. 필자가 이 부분에서 분통이 터지는 것은 국민의힘이라는 야당의 고질적인 인사추천 실패다. 국민의힘은 이전 KBS 이사회에서도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고 국민의 뜻을 전달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할 KBS 이사로 언론노조 뜻에 영합해 자기소신 운운해가며 수신료 인상에 찬성한 서 모 변호사를 추천하는 패착을 저질렀다.

    보수우파 성향의 인사가 지상파와 종편 보도채널에 지장없이 출연하려면 친문정권과 민언련 언론노조의 최소한의 암묵적 허락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관련 업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런 서 변호사는 종편에도 출연하고 유튜브 방송에서는 강성보수 코스프레로 인기를 얻고 있다.

    국민의힘 인사추천 실패 사례는 수두룩하다. 당장 문재인 정권 아래 강규형 이사 강제해임 사태 때만 해도 언론노조 위협에 도망치다시피 관둔 야당 추천 KBS 이사가 있었고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중에서도 방송장악을 노린 정권과 언론노조가 위협하자 이사직 관두고 줄행랑을 친 인사가 있었다.

    이전 정권에서도 비슷한 일들은 있었다. 당시 야당(현 더불어민주당)과 언론노조에 동조, 야합해 우파정권이 임명한 사장을 해임하는데 동참한 국민 배신자들이 속출했다. 이런 역사적 실패사례를 반추하면 국민의힘은 대체 정신머리가 있는 정당인지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필자는 이번 임병걸 서재석 두 후보자의 사퇴는 단순한 개인 혼자만의 의지로 벌어진 일이 아니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언론노조의 강력지지를 등에 업었던 것으로 보이는 5인 후보 중 모 인사가 3인 후보에 들지 못하자 ‘진미위 칼부림’ 당사자이자 언론노조 세력 입장에선 차선 후보였던 김의철 후보를 국민정책발표회와 시민참여평가단 심사반영이라는 변수를 제거하고 깔끔하게 사장으로 밀어 올리려는 음모의 결과라고 추측한다.

    그러나 김 후보가 사장이 돼봤자 그 결과는 꼼수로 점철된 절차적 정당성이 무너진 파행의 결과일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KBS 이사회의 임명제청안을 거부해야 옳다. 그리고 다시 공모절차를 밟아 이번 사장 선출 5인 후보 안에 들었던 부적격 후보자들은 제외한 다른 후보자들을 다시 뽑아, 원래 하기로 했던 국민정책발표회와 시민참여평가단 심사까지 반영해 뽑아야 한다. 그것이 KBS 이사회가 당초 국민의 뜻을 반영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정한 것이었으니 그게 상식이고 정의다.

    간단하게 다시 결론을 반복한다. 요식행위만 남겨둔 김의철 사장 후보는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사이비 사장이 될 수밖에 없는 인물로서 원천무효다. KBS 이사회는 사장선출 공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