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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안봤나요?… 영어로 The City of Madness, 우리말로 '성남의 도시'인 이 영화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에 5년 전 개봉한 영화 '아수라' 재조명'아수라' 영어 제목 'The City of Madness'… 우리말로 하면 '성남의 도시'

입력 2021-09-27 19:24 | 수정 2021-09-28 17:47

▲ 김성수 감독이 연출한 영화 '아수라' 스틸 컷.

"이 영화에서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 지명, 회사 단체 및 그 밖의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 했던가. 누군가 어떤 의혹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강하게 부정하면, 왠지 그 의혹이 진짜일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러한 '육감'은 의외로 들어맞는 경우가 많다.

학창 시절 말다툼이 벌어질 때 별것도 아닌 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한사코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잡아떼는 친구가 있으면, 십중팔구 그 녀석 잘못인 경우가 많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육감은 영화를 볼 때도 발현된다. 영화 시작이나 끝 부분에 "이 영화에서 언급되는 인물·지명 등은 실제와 다른 허구"라는 문구가 뜨면, '또 제작자가 소송을 피하려고 꼼수를 부리는구나'라는 괜한 의심에 사로잡히곤 한다.

재미있는 건 이 같은 의심이 사실로 굳어지는 예가 많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영화 '암수살인'이나 '내부자들'은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으나 웹툰과 영화 등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이름이나 지명, 상황 전개 등이 바뀐 작품들이다. 조인성이 열연한 영화 '더 킹'도 실제 이야기를 영화로 옮겼다는 의혹이 파다했던 작품 중 하나였다. 특정인과 특정 사건을 연상시키는 이런 부류의 영화들은 '이구동성' 허구의 이야기라고 강조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꼭 어떤 사건과 인물들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누구나 아는 역사적 사건을 극화한 영화들을 제외하고,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작품들은 대부분 과거에 종결된 사건들을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시점에서 '이해 당사자'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없는 사건을 소재로 하면, 아무래도 불필요한 마찰이 생길 확률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2016년 개봉한 아수라, '현재진행형' 대장동 개발 의혹 연상

그런 점에서 2016년 개봉한 영화 '아수라'는 가히 '간 큰 영화'라 할 만 하다. 이권과 성공을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악덕시장 박성배(황정민 분)와 그의 뒷일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 분), 그리고 한도경의 약점을 쥔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 분) 등의 물고 물리는 이전투구를 그린 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한 인물'과 '한 지역'을 가리키고 있다.

물론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은 한사코 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김 감독은 2016년 10월 '씨네21'이 진행한 오승욱 감독과의 대담에서 "영화 속 안남시는 가상의 도시로, '아수라' 버전의 고담시를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영화 속 안남시를 구성하는 것들은 내 기억 속 1970~80년대 서울 변두리 산동네이거나 도시 빈민,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인 안산 같기도 한 무국적의 도시"라고 말한다. 힘 있는 사람들은 다들 한몫씩 챙겨갔고 못 챙기는 놈은 병신 취급을 받았던 그때 그 시절을 떠올려, '카사블랑카(1942)'나 '공포의 보수(1953)'에 나오는 그런 도시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 온라인에선 '아수라'에서 '악의 축'으로 등장하는 박성배 안남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당시 성남시장)와의 '싱크로율'이 대단히 높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천당 위에 분당, 분당 위에 안남, 부자동네"를 외치는 박성배 안남시장의 모습은 "성남시를 수도권 명품도시로 만들겠다"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슬로건을 연상케 하고, 박 시장이 등장하는 장례식장 근조 화환에 '경원대학교' '민주연합' '인권' 등, 이 도지사와 관련이 있는 단어들이 적혀 있는 것도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만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재명 지사는 2005년 경원대(현 가천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할 때 제출한 석사 논문이 표절시비에 휘말리면서 학위를 자진 반납한 적이 있다.

또 2014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출마, 성남시장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20여년간 인권변호사를 지내며 서민들을 대변하는 활동을 해왔다는 사실도 이 지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력 중 하나다.

"'아수라' 영어 제목 'The City of Madness'는 '성남의 도시'"

이밖에 영화 속 박 시장과 이 지사 모두 타인에게 '피습'을 당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박 시장은 영화 초반 반대세력에게 피습 당하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고의로 상처를 내 '자해공갈'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이 지사는 실제로 피습을 당한 적이 있다. 2015년 10월 지역체육대회가 열리는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승진 누락에 불만을 품은 성남시 공무원으로부터 목이 잡히는 폭행을 당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는 사고를 겪었던 것.

무엇보다 '안남시'라는 이름 자체가 성남시를 떠올리게 한다는 네티즌들의 지적이 많다. 물론 '아수라'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안남시라는 도시명은 안양·성남·안산·평택 등 경기도 일대 지명을 조합해 만들었다"며 '성남시설'을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다수 네티즌은 "'아수라'의 영어 제목(Asura: The City of Madness)을 우리말로 풀어쓰면 '성남('성나다'의 명사형)의 도시'가 된다"며 '안남시가 곧 성남시'라는 뇌피셜을 정설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다만 영화 속 신도시 개발 지역이 '안남시 소장동'이라며 '대장동'을 연상케 한다는 일부 네티즌들의 주장은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아수라'에 등장하는 지역은 '안남시 민평동'으로 영화 속에서 소장동이라는 지명은 등장하지 않는다.

"정치인·검경찰·조폭 '삼각 커넥션', 현실과 흡사"

조직폭력집단(성남국제마피아) 조직원들이 각종 정치 행사에 참여하고, 조폭 출신이 운영하는 민간단체가 시에서 예산을 지원 받는가 하면, 경찰이 조폭의 뒤를 봐주는 기막힌 현실이, 마치 '아수라장' 같은 영화와 기묘할 정도로 닮았다는 얘기도 있다.

2018년 7월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조폭과 권력 파타야 살인사건, 그후 1년' 편에 등장한 한 정치권 인사는 "영화 '아수라'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이들이 연루돼 전개되는 사건들이 지금 (성남시에서)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너무 흡사하다"고 놀라움을 표했다.

당시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 지사와 은수미 성남시장이 성남 지역 최대 폭력조직 '국제마피아파'와 유착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파문을 일으켰다.

은 시장은 자신이 성남지역 조직폭력배 출신이 세운 코마트레이드라는 회사로부터 95차례에 걸쳐 차량과 운전기사를 제공받은 의혹을 '그것이 알고 싶다'가 다루자, SBS 제작진을 상대로 5억5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2019년 1심에서 패소했다.

이 지사도 방송 직후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고 방영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 이 중 가처분신청은 방송의 공익성이 인정돼 2019년 1월 기각됐다.

이후 이 지사는 2019년 3월, 제작진을 상대로 냈던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청구소송을 모두 취하했다.

다만 이 지사는 현재까지도 조폭유착설을 강하게 부인하는 입장이다. 이 지사 측은 "'그것이 알고 싶다'는 2007년 ㈜코마트레이드 대표 이모 씨가 국제마피아파 재판을 받을 때 이 지사가 조직원의 변호를 맡은 것으로 방영했지만, 이 지사가 변론한 사람은 이씨가 아니었을 뿐더러 피고만 수십명에 이르는 대규모 재판이라 (이씨를) 알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또 조폭 출신인 이씨가 운영한 코마트레이드가 성남시 우수 중소기업에 선정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성남시 중소기업상은 개별기업인에게 주는 것으로 이씨는 이들 기업의 대표, 사내이사 등으로 3년 이상 기업경영 활동을 했기 때문에 자격요건에 이상이 없다"고 해명했다.

성남시가 조폭 출신이 참여한 민간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이 지사 측은 "해당 단체는 2008년부터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해오다 2011년 공식 창단 후 같은 해 경찰과 공식 MOU를 체결하고 합동 봉사활동에 나서는 등 조폭과는 무관한 단체"라고 강조했다.

영화계 인사 "우연히 시의적절하게 맞아 떨어진 얘기"

다수 네티즌들은 최근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일대 96만8890㎡(약 29만3089평)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개발 이익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영화 '아수라'를 보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많고 많은 지역 중에서 하필 경기도 지명을 소재로 차용했다는 점이 신기하다"며 "현실과 여러 면에서 닮아 있는 영화 속 설정들을 감안할 때 김 감독이 이 지사와 성남시를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들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정말 이 지사와 성남시를 모델로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김 감독의 사정을 잘 아는 한 영화계 인사는 "김 감독이 대장동 개발 의혹 같은 내막을 알고 있었다면 감히 시나리오로 옮기거나 영화로 만들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도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관계자는 "시나리오를 쓸 때 감독들도 기자 이상으로 취재를 많이 하는데, 그 과정에서 뭔가 주워 들은 게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그게 그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너무 우연히 시의적절하게 딱 맞아 떨어진 얘기일 뿐"이라며 "이 영화가 어떤 인물의 비리를 폭로한 영화라고 몰아가는 건 영화계의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 김성수 감독이 연출한 영화 '아수라'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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