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국제 시노백 거절… 지난 5월에는 AZ 백신 170만 회분 인수 거부백신면역연합 “北, 화이자·모더나 유통할 콜드체인 미비… 면책서명도 거부”
  • ▲ 시노백 백신을 들어 살펴보는 중국 방역관계자. 중국산 코로나 백신은 현재 코백스를 통해 전 세계에 유통되고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시노백 백신을 들어 살펴보는 중국 방역관계자. 중국산 코로나 백신은 현재 코백스를 통해 전 세계에 유통되고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코백스(COVAX·코로나 백신 국제 공동구매 프로젝트)로부터 배정받은 중국산 백신 279만 회분을 다른 나라에 양보했다고 유니세프가 밝혔다. 코백스의 중추적 기구인 세계백신면역연합 관계자는 “북한에는 화이자·모더나 유통을 위한 물류체계가 미비하다”고 평가했다.

    유니세프 “북한, 코백스서 배정받은 백신 279만 회분 다른 나라 양보해”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북한은 코백스로부터 배정받은 백신을 다른 나라에 재배정해도 된다는 뜻을 유엔아동기금(UNICEF·이하 유니세프) 측에 전달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북한은 “우리에게 배정된 백신 279만 회분을 코로나 확산이 심한 나라에 재배정해도 된다”는 뜻을 전했다. 북한은 또 “몇 달 내에 코로나 백신을 받을 수 있도록 코백스와 계속 소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방송은 북한이 다른 나라에 양보한 백신이 중국제 ‘시노백 백신’일 것으로 추정했다. 코백스에서 최근 북한에 배정한 코로나 백신은 시노백 백신밖에 없다. 방송은 또 “지난 8월19일 에드윈 살바도르 세계보건기구(WHO) 평양사무소장이 ‘코백스가 북한에 시노백 백신 297만 회분을 배정했다’며 ‘북한 당국의 답변을 기다린다’고 밝힌 바 있다”고 지적했다.

    코백스는 지난 3월에도 북한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90만2000회분을 배정했다. 당시 코백스와 유니세프는 우선 5월까지 북한에 170만4000회분의 백신을 전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백신을 받는 데 필요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AZ 백신의 부작용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일과 이번의 백신 양보를 두고 “북한이 중국제 백신과 AZ 백신 말고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원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다시금 제기됐다.

    세계면역연합(GAVI) 관계자 “북한, 화이자·모더나 공급체계(콜드체인) 미비”

    하지만 코백스가 북한에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공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일 코백스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세계백신연합(GAVI)’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더크 겔 GAVI 선임국가담당자는 한국의 국회 국제보건의료포럼이 주최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해 “북한의 현 상황으로 볼 때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을 보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겔 담당자는 “북한에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공급·유통하는 것은 ‘콜드체인(백신 변질을 막기 위한 초저온 보관·유통망)’ 구축 등의 기술적 문제로 어렵다”며 “더 풀기 힘든 문제는 북한 당국이 백신 부작용의 법적 책임 면제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는다는 등 법적인 문제”라고 밝혔다.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이 백신 접종을 통해서는 코로나 사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기 때문에 백신 도입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고 방송은 전했다.

    유진벨 재단의 스티븐 린튼 회장은 “북한은 코로나 변이로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에서도 신규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는 모습을 보며 백신의 실효성을 가늠했을 것”이라며 “북한이 과거에도 백신보다 치료제에 더 관심이 많았던 만큼 코로나 또한 치료제에 더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코로나 백신은 1차 접종 만으로 끝나지 않고 2차, 3차 접종까지 해야 한다는 점이 북한에 상당한 부담을 줬을 것이라고 린튼 회장은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