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CNN “CIA 국장, 철수 시한 연장 위해 탈레반 만난 듯”… 이튿날 상황 바뀌어탈레반 “미국과 서방, 철수 시한 어기면 점령 의도로 간주”…美 “시한 내 철수 가능”
  • ▲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철수시한까지 모든 미국인과 아프간 협력자를 피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탈레반 지도자와 아프간 카불에서 비밀리에 회동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가 있었다. 이를 두고 “8월31일인 미국의 철수 시한을 연장하려는 협상 시도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탈레반은 그러나 이튿날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철수 시한을 못 지키면 점령 의도를 가진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철수 시한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CIA 국장은 탈레반 지도자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한 것일까.

    탈레반 “미국 철수 시한 연장 불가, 아프간인 카불공항 이동도 금지”

    BBC와 CNBC 등에 따르면,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은 24일(이하 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8월31일인 미국의 철수 시한을 절대 연장할 수 없으며, 아프간인의 카불공항 이동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8월31일이 지난 뒤에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철수 작업을 계속한다면 이는 아프간을 대상으로 한 점령 행위로 간주할 것”이라며 “또한 미국 스스로 한 약속을 어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더 이상 아프간인이 떠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무자히드 대변인은 “카불공항으로 가는 길은 이제 막혔다. 외국인은 갈 수 있지만, 아프간인은 이제 공항에 못 간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공항으로 가는 길에 사람이 많이 몰리면 압사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를 댔다.

    바이든 “철수 시한 연장 않을 것”…美국방부 “시한 내 모두 피난 가능”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언론의 관측과 달리 8월31일까지인 철수 시한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AP뉴스 등은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안보 참모들과 논의해 내린 결정”이라는 정부 고위당국자의 말을 전했다. 미 국방부도 “철수 시한 연장은 없다”고 밝혔다.
  • ▲ 윌리엄 번스 美중앙정보국(CIA) 국장. 번스 국장은 최근 탈레반 지도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비밀리에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윌리엄 번스 美중앙정보국(CIA) 국장. 번스 국장은 최근 탈레반 지도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비밀리에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예비역 해군 소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군의 임무 일정에는 변화가 없다”며 “이달 말까지 미국인과 아프간 협력자들을 피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현재 미국인뿐 아니라 특별이민비자(SIV) 발급 대상자와 그들 가족을 해외로 탈출시키는 데 진전이 있다”면서 8월31일까지는 모든 인원의 철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 수송사령부의 스티븐 라이언스 육군 대장도 커비 대변인의 말을 거들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라이언스 대장은 “현재 카불에서는 48분마다 1대씩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가 이륙한다”며 미국인과 아프간 협력자를 기한 내에 옮기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한 연장도 아닌데… CIA 국장, 탈레반과 무슨 이야기 나눴나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은 지난 23일 카불 모처에서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비밀리에 만났다. 바라다르는 탈레반의 2인자라고 알려졌지만 실질적 지도자라는 평가가 많다. 

    워싱턴포스트는 관련 보도에서 “바이든정부 고위당국자가 지난 8월 초 카불에서 탈레반과 접촉했다”며 “이번 접촉은 미국인과 아프간 협력자를 모두 탈출시킬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CNN 등도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24일 탈레반과 미국정부가 “철수 시한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뒤 이 분석은 힘을 잃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CIA 국장과 탈레반 지도자가 다른 목적 때문에 만났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CIA가 탈레반과 ‘모종의 일’을 도모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아프간에 남겨진 미군 장비를 탈레반에 넘기고 사용법을 알려 주는 대신 이를 신장위구르 지역 독립운동세력인 ‘동투르기스탄이슬람운동(ETIM)’을 지원하는 데 써 달라고 부탁한 것 아니냐는 내용이다.

    CIA는 1980년대 소련의 아프간 침공 시절 무자헤딘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 탈레반은 무자헤딘 출신 극단주의 이슬람주의자들이 1990년대 초반에 만든 조직이다. 진짜 무자헤딘이 타지크족·우즈벡족·하자라족 등 다양한 종족으로 구성된 데 반해 탈레반은 거의 파슈툰족이다. 이들은 소련군이나 공산정권과 싸운 적이 없음에도 ‘무자헤딘’이라고 자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