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성·청마·다산·동의·오쉬노부대 파견, 지원금만 1조원…현지 협력자 400명 추산아프간 협력자 명단도 못찾아…외교부 “주재 공관에 있을 듯” 국방부 “보안사항”
  • ▲ 일본은 지난 23일
    ▲ 일본은 지난 23일 "아프간에 남은 일본인과 현지인 협력자를 데려오기 위해 수송기를 보냈다"고 밝혔다. 사진은 아프간으로 보낸 수송기 중 한 종류인 C-2.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정부가 한국과 일본 등의 미군기지에 아프간 난민을 임시수용 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온 뒤 한국과 일본의 대응은 달랐다. 한국은 현재 아프간 난민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현지에 남았던 일본인과 함께 아프간인 협력자들을 데려온다는 사실을 밝혔다.

    文정부 “주한미군 기지에 아프간 난민은 반대…협력자 데려오는 건 고민 중”

    WSJ 보도 이후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를 필두로 여당과 정부는 “주한미군 기지에 아프간 난민을 들인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탓인지 주한미군도 “본국에서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라는 지시는 없었다”고 즉각 해명했다.

    미국이 우방국 미군기지에 만들려는 시설은 ‘난민 수용소’가 아니라 ‘아프간 난민 임시수용(환승) 시설’이다. 특별이민비자(SIV)를 소유하고, 미군이 탈출시킨 아프간 사람들을 미국 본토 군사시설 내의 거주시설에 수용하기 전까지 일단 우방국의 미군기지에서 임시 수용하고,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조직원이 아닌지, 실제 미국에 협력한 사람인지 확인을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무조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다만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한 듯 “우리 정부를 도왔던 아프간 협력자들을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 대해서는 우방국들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국에 협조했던 아프간 현지인 가운데 국내 이주 희망자에 대한 지원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가 20여 년 동안 아프간에 상당한 금액을 원조했고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며 “협력 사업에 직접 참여하거나 도움을 많이 준 사람이 상당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중 한국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이동시키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아프간 협력자’ 수가 약 400명이라고 밝혔다.

    일본 “아프간에 남은 일본인과 현지인 협력자 수송 위해 자위대 수송기 3대 파견”

    한편 일본은 23일 오후 “아프간 현지에 남은 일본인과 함께 일본 정부에 협력했던 아프간 사람들도 데리러 간다”며 항공자위대 수송기를 현지로 보냈다고 밝혔다. NHK와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이날 “아프간 현지에 남은 일본인과 일본대사관·일본국제협력기구(JICA) 등에서 근무했던 현지인 직원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자위대 수송기 3대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항공자위대가 투입한 수송기는 돗토리현 미호기지 소속 C-2 1대와 아이치현 코마키 기지 소속 C-130 허큘리스 2대다. NHK는 “자위대가 해외 일본인들을 수송하는 임무에서 외국인을 대피시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15일 현지 대사관을 폐쇄했다. 일본인 외교관 12명은 모두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로 피신했지만 아프간 현지인 직원은 남았다.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일본인도 아프간에 남았다. 가토 관방장관은 “일본인과 그 가족, 아프간 협력자를 데려올 것”이라면서도 수송인원은 밝히지 않았다.
  • ▲ 과거 오쉬노 부대가 아프간에 주둔할 당시 현지 주민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하는 모습. 이런 일을 할 때마다 현지인 협력자의 도움을 얻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과거 오쉬노 부대가 아프간에 주둔할 당시 현지 주민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하는 모습. 이런 일을 할 때마다 현지인 협력자의 도움을 얻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일미군의 태도도 주한미군과는 달랐다. 주일미군 대변인 브룩 브랜더 공군 중령은 ‘성조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에 입국하는 아프간 난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아프간 난민의 임시수용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여러 부대 아프간 파병했던 정부, "협력자 인적정보 갖고 있느냐" 질문에 침묵

    2001년 11월 미국의 아프간 침공 이후 한국은 2014년 6월 완전히 철수 때까지 현지에 여러 부대를 파병했다. 해군수송지원단 해성부대, 공군수송지원단 청마부대, 의료지원단 동의부대, 건설공병지원단 다산부대, 아프간 재건지원단(SRT)과 함께 한 오쉬노부대가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그동안 한국이 아프간에 지원한 금액만도 10억400만 달러(약 1조1700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13년 동안 수많은 부대를 파병했고,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해 사업을 벌였다면 한국 정부와 한국군에 협력한 사람이 400명보다 훨씬 더 많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아프간 협력자’의 구체적인 규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외교부와 국방부는 ‘아프간 협력자’의 신원정보 보유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답변을 않고 있다.

    ‘아프간 협력자’의 신원정보는 탈레반과 알카에다 조직원의 위장 잠입을 막는데 필요하다. 테러조직 ISIS는 시리아와 이라크 곳곳을 점령한 뒤 조직원을 난민으로 위장시켜 유럽으로 보냈다. 2015년 11월 파리연쇄테러가 이런 난민위장 테러리스트에 의해 벌어진 사건이었다.

    미국이 아프간 난민들을 피신시키면서도 본토로 바로 데려가지 않고 해외주둔 미군기지에 임시수용 하는 이유도 ‘위장 테러리스트’를 막기 위해서다. 즉 문재인 정부가 국내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아프간 협력자’를 데려오려면, 미국 같은 신원확인이나 안전 확인이 필수다. 이때 ‘아프간 협력자’의 신원정보가 필요하다. 2010년 6월 발생한 오쉬노 부대 RPG 공격과 같은 자작극을 벌인 ‘불량 아프간 협력자’을 걸러내기 위해서도 ‘아프간 협력자’의 신원정보 확인은 필수적이다.

    한편 “아프간 협력자 신원정보를 토대로 국내에 들어올 사람을 선별 중이냐”는 질문에 외교부는 “그런 정보는 아마 현지 공관(아프간 대사관)에서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본부(외교부 본부)에 데이터 베이스가 있는지는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국방부는 “아프간 협력자 관련 내용은 보안사항”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