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 경남대 교수 "친문 결집과 차도살인지계…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 분석
  • ▲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데일리DB
    ▲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데일리DB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경쟁자인 정세균 예비후보와 이낙연 예비후보의 공약에 공감을 표하며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당내 친문 의원들이 자신의 '기본 시리즈' 정책을 비판한 이후, 경쟁자들을 포용하는 자세로 대세론을 지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17일 페이스북에 "거대한 위기 앞에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해서 우리는 원팀"이라며 "김대중·노무현·문재인정부를 잇는 4기 민주정부는 '합의와 통합의 성숙한 민주공화국'이 될 것이다. 그 길에 정세균 후보님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 후보는 △혁신성장 △균형성장 △일자리 성장 △사회적 대타협 등을 망라한 SK노믹스를 발표하면서 사회적 대타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깊이 공감한다"고 밝힌 이 지사는 "저상장 시대, 대전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공정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도 정 후보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며, 이 자리까지 올 수 있던 것도 정 후보 덕분"이라며 "2010년 당 대표 시절 성남시장선거에 출마한 저를 공천해준 것도 정 후보"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ESG법, 새 시대 규범 될 것"

    전날 이 지사는 이낙연 예비후보가 발표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4법에도 공감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지사는 "이낙연 후보의 ESG 4법 공약은 새 시대의 규범이 될 것"이라며 "좋은 정책에는 저작권이 없다. 적극 수용하고 대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낙연 예비후보는 △공공기관의 경영활동 △공적 연·기금 운용 △공공 조달 사업 절차에 ESG를 반드시 고려하고 그 노력의 정도를 평가에 반영하도록 하는 ESG 4법 공약을 발표했다.

    이 지사가 이날 원팀 정신을 강조한 것은, 최근 '기본시리즈'(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를 향해 친문 그룹에서 공개적 비판이 나오는 데 따른 위기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홍영표·김종민·신동근 등 당내 친문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의원 21명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기본소득과 관련 "어느 나라에서도 채택하지 않은 제도다. 당장 국가 정책까지 가는 것은 위험하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기자회견문에는 도종환·송기헌·오기형·장철민 의원 등 친문 모임인 '민주주의4.0' 소속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특정 캠프에 합류하거나 지지선언을 하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본격적으로 반(反)이재명 연대가 활동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정세균 "뜬금없다… 경선 불복은 없어"

    이 지사의 공감에도 정 예비후보의 반응은 냉담했다. 정 예비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이 지사의 메시지가 "뜬금없다고 생각은 했다"며 "무언가 기대하는 바가 있어서 그런 메시지를 남기지 않았겠나"라고 덧붙였다.

    정 예비후보는 경선 불복 논란을 의식한 듯 "저야 당연히 승복한다. 경선 불복을 염두에 두는 일은 사전에 있을 수 없다"면서도 "이런저런 논란이 있는 후보들이 후보가 되면 (당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앞서 경선 결과에 따른 승복을 미리 선언하자고 각 예비후보들에게 제안했다. 이낙연 캠프 선거대책위원장 설훈 의원이 이 지사의 형수 욕설 등 과거 행적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대선후보가 된다면 지지층 이탈이 있을 수 있다고 비판한 것에 따른 맞대응이었다.

    김근식 "황교익 내정 이재명, 친문 결집 효과 노려"

    한편, 이 지사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은 친문 끌어안기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소속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문재인 지지자라고 당당히 밝힌 황교익 칼럼니스트를 통해 친문 지지자들을 결집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황씨가 이낙연 예비후보에게 '일본 총리나 하라'고 비난한 내용의 보도를 공유하면서 "이재명 지사가 논란을 각오하고 황씨를 임명하는 숨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친문 결집과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라고 적었다.

    "차도살인지계는 손자병법 36계 중 승전계의 제3계로, 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는 의미"라고 소개한 김 교수는 "'빅 마우스' 황씨의 입을 빌려 이낙연을 공격하려는 것이다.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