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교육직업인원협회(HKPTU), 中관영매체 비난논평 나온 지 10일 만에 자진해산 발표
  • 지난 7월 보안법 위반혐의 관련 재판 방청객들의 몸수색을 하는 홍콩 경찰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7월 보안법 위반혐의 관련 재판 방청객들의 몸수색을 하는 홍콩 경찰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해 7월 보안법을 시행한 홍콩에서는 공산화가 진행되듯 민주파 정당과 언론, 단체들이 줄줄이 사라지고 있다. 이번에는 홍콩 최대의 단일노조인 ‘홍콩교육직업인원협회(HKPTU)’가 자진해산했다. 중국 관영매체가 비난 논평을 내고 홍콩 당국이 압력을 넣은지 열흘 만이다.

    홍콩직업교사노조, 10일 자진해산 발표…“원치 않는 결정이었다”

    민주파 비영리 매체 홍콩자유언론(HKFP)에 따르면, HKPTU 펑와이-와 위원장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의 자진해산을 발표했다. 펑와이와 위원장은 이날 회견을 통해 노조 직원 200명을 해고하고 소유 부동산을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펑 위원장은 회견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정치·사회·경제적 환경이 매우 빠르게 변했고, 우리는 엄청난 압박을 느꼈다”면서 “원치 않는 결정이었지만 많은 고민 끝에 (노조 자진해산을) 결정했다. 많은 노조원들과 깊은 인연이 있는 노조를 해산하는 데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HKPTU는 홍콩 교육인의 90%인 9만 5000명을 노조원을 거느린, 홍콩에서 가장 큰 단일노조다. 1973년 설립된 이후 48년 동안 홍콩 교사를 대변해 활동했다. 반중 민주화 시위에도 적잖은 역할을 했다.

    인민일보·신화통신의 “악성종양 제거해야” 논평 나온 지 10일 만에 해산

    매체는 HKPTU가 중국 관영매체의 비난 논평과 홍콩 정부의 압박 때문에 자진해산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31일 중국 인민일보와 신화통신은 HKPTU를 ‘악성종양’이라 부르며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인민일보는 “홍콩 입법회(홍콩 의회)에서 여당이 법안을 통과시키려 할 때 HKPTU는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를 지원하고, 민주화 시위 때는 수업거부를 부추기는 등 교육에 악영향을 끼치는 교사와 폭도들을 지원했다”고 비난했다. 신화통신은 HKPTU가 민주화 시위 단체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고 주장하면서 “홍콩 교육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HKPTU를 조사해야 한다. 악성종양은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밤 홍콩 교육부는 “HKPTU는 정치단체나 다를 바 없다”면서 “노조로서의 모든 지위를 박탈하고 일체의 업무관계를 끊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홍콩 교육부는 “2014년 우산혁명 이후 HKPTU는 학교로 정치를 끌어들였다”면서 “2019년 반정부 시위 때도 교사와 학생들이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시위를 벌일 때 HKPTU는 이들을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홍콩 경찰도 “HKPTU의 보안법 위반 가능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빈과일보 폐간, 제1야당 ‘신민주동맹’ 해산…민주파 진영 줄줄이 활동 중단

    HKFP는 “노조 결성과 가입은 홍콩 기본법으로 보호되는 권리”라고 지적한 뒤 “지난해 보안법 시행 이후 여러 단체와 조직들이 해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6월 민주파의 선봉에 섰던 신문 ‘빈과일보’가 폐간했고, 제1야당이었던 민주파 정당 ‘신민주동맹’도 자진 해산했다. 7월에는 진보변호사그룹, 진보교사동맹, 의료인 단체인 전선의생연맹(Médecins Inspires)과 신민주동맹 등 민주파 단체들이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고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