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경찰 “암살 용의자 콜롬비아인 18명, 아이티계 미국인 2명…일당 8명 추적 중”현지 대만대사관 “용의자 11명, 대사관에 몰래 들어와… 소탕해 준 아이티 경찰에 감사”
  • ▲ 체포된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암살 용의자들이 포르토프랭스 경찰 본부로 이송됐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체포된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암살 용의자들이 포르토프랭스 경찰 본부로 이송됐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이티 대통령 암살 사건 용의자들이 모두 외국인으로 드러났다고 현지 경찰당국이 밝혔다. 아이티 당국은 암살 용의자들을 ‘용병’으로 추정 중이어서 배후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아이티 대통령 암살 용의자 28명… 2명은 미국 국적, 나머지는 콜롬비아 국적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은 지난 7일 새벽 1시쯤(이하 현지시간)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사저에서 무장한 괴한들에게 암살당했다. 괴한 가운데 일부는 총소리를 듣고 달려온 경비대에 사살됐다. 이후 아이티 경찰은 괴한들을 쫓기 시작했고, 현지 대만대사관 등에서 용의자 일부를 검거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아이티 경찰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모이즈 대통령 암살 용의자는 모두 28명으로, 이 중 콜롬비아인 15명, 아이티계 미국인 2명을 체포했다”면서 “콜롬비아인 3명을 사살했으며 8명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레옹 샤를 아이티 경찰청장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을 죽였다”며 “그들이 사용한 무기와 장비도 압수했다”며 공개했다.

    아이티 경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6명의 용의자와 함께 이들에게서 압수한 총기·마체테(열대 정글에서 숲길을 만들 때 쓰는 칼)·여권·무전기 등의 장비를 공개했다. 용의자들의 신원이나 범행 동기는 밝히지 않았다. 

    신문은 “아이티 당국에 붙잡힌 용의자 가운데 미국 국적자는 35세의 제임스 솔라지스와 55세의 조지프 빈센트”라며 “나머지 용의자는 모두 콜롬비아 국적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아이티 당국 “암살범들 영어와 스페인어 사용… 용병 추정”

    아이티 당국은 지난 7일 “모이즈 대통령 암살 상황을 목격한 사람들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영어와 스페인어를 사용했다”며 “고도로 훈련받은 용병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8일 콜롬비아정부는 이들이 자국의 전직 군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신문에 따르면, 디에고 몰라노 콜롬비아 국방장관은 “인터폴이 이번 일에 연루된 6명의 정보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며 “용의자는 콜롬비아인으로 퇴역군인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조르주 바르가스 콜롬비아 경찰청장은 “아이티 경찰의 조사를 돕기 위해 용의자들의 재정상황, 비행 날짜 등에 관한 정보를 보낼 것”이라며 수사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용의자 11명, 대만 대사관에 숨어들어… 모이즈 대통령, 중국 수교 제안 거절

    모이즈 대통령의 암살 용의자들이 진짜 용병이라면 그 배후를 밝히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용의자들은 범행 후 이상한 행동을 했다. 

    아이티 주재 대만대사관은 8일 성명을 통해 “안전 문제로 공관 문을 닫았는데, 모이즈 대통령 암살 용의자 11명이 대사관 경내로 숨어들어온 것을 직원이 발견하고 아이티 경찰에 신고해 모두 체포했다”며 “아이티 경찰의 신속한 대응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대만대사관이 아이티 경찰에 연락해 이들을 체포했다는 것은 용의자와 대만이 무관하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런데 모이즈 대통령 암살 용의자들은 왜 대만대사관으로 숨어들었을까.

    니카라과 옆 나라인 아이티는 세계적으로 대만과 공식 수교한 몇 안 되는 나라다. 이번에 암살당한 모이즈 대통령은 중국의 경제지원 제안을 거절하고 대만과 외교를 지켰다.

    2019년 9월 솔로몬제도와 수교한 중국이 아이티에 “대만과 단교하고 자신들과 수교하면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모이즈 대통령은 이를 단칼에 거절하고 대만을 찾아가 차이잉원 총통과 회담했다.

    이후 대만은 아이티에 발전소 건설 등 전력망 개선사업 명목으로 1억5000만 달러(약 1720억원)을 지원했다. 미국도 이후 ‘2019대만동맹보호법’에 따라 아이티에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즉, 모이즈 대통령은 중국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