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집회는 "살인자" 운운하더니, 8000명 민노총 불법집회엔 침묵… 野 "민노총은 치외법권인가" 비난
  •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회원들이 3일 서울 종로2가에 모여 노동자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회원들이 3일 서울 종로2가에 모여 노동자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우한코로나(코로나19) 4차 대유행 위기에 8000여 명이 모여 불법집회를 개최했음에도 청와대가 일절 대응하지 않아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해 보수단체가 광복절 반정부 집회를 열었을 당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집회 주최자를 '살인자'라고 비난했을 때와 대조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주말인 지난 3일 서울 종로에서 약 2시간 동안 "비정규직 철폐하라"는 등 구호를 외치며 집회와 행진을 강행했다. 서울시 행정명령상 집회 참가자는 2m 이상 간격을 둬야 했지만, 상당수 참가자는 1m 이내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 섰다. 이날은 우한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743명 발생하고,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었다.

    청와대는 민노총 집회를 전후해 어떤 견해도 내지 않았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김진욱 대변인이 3일 집회 자제를 요청했을 뿐이다.

    문 대통령은 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불법적인 대규모 집회 등 방역지침을 위반하는 집단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한 법적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대상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또한 대선정국에서 실제로 사법당국이 민노총에 얼마나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문 대통령은 지난해 보수단체가 주도한 8·15 광복절 집회를 앞두고는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국민 안전 및 건강이 일부 교회로 인해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수사당국은 8·15집회 공모 혐의로 주최자들을 대부분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文, 확진자 75명 개천절 집회 때는 "반사회적 범죄"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3일 개천절 정권규탄 집회를 앞두고는 "우리 사회를 또다시 위험에 빠뜨린다면 어떤 관용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공동체의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반사회적 범죄'를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옹호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개천절 집회 때 정부 대응은 강경했다. 경찰은 버스 300여 대로 '재인산성'이라고 불리는 4㎞ 차벽을 세워 도심을 원천봉쇄했다. 경찰 1만1000명을 동원해 검문했다. 지하철역은 아침부터 폐쇄했다.

    당시 코로나 확진자는 75명이었다. 이번에는 그때보다 확진자가 10배가량 더 발생했는데도 정부의 대응은 훨씬 느슨했다. 경찰은 도심 진입로에 펜스만 세우고 허술하게 검문했다. 도심 지하철역은 수천 명이 종로에 모인 뒤에야 폐쇄했다.

    청와대가 민노총에 단호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는 이유는 민주노총이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민주노총은 2016년 말 탄핵정국 당시 촛불집회를 이끈 주도세력 중 하나여서 일종의 '지분'을 가졌다는 것이다.

    배현진 "누구에게나 엄벌하는 단호한 모습 보여야"
     
    야권은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누구에게나 그랬듯 엄벌에 처하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잠재적 범죄자, 살인자가 됐던 국민이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며 "주동자를 찾겠다고 부산만 떨지 말라. 민주노총 시위를 주동한 사람은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무시하고 불법집회와 행진을 강행한 민주노총은 치외법권인가"라며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일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잣대로 대응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비난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이번 집회와 관련 "더욱 황당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민주당의 대응"이라며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민주노총 집회에 대해 별다른 반응이 없고, 민주당은 하나 마나 한 집회 철회 요청 언급이 전부였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