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도입에 필요한 행정절차 거부, 제약사 면책도 거부… 백신 긴급 공급 7개 절차 중 5개 거절
  • ▲ 지난 4월 북한 평양공항의 방역모습. 북한에는 아직도 코로나 백신이 보급되지 않았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4월 북한 평양공항의 방역모습. 북한에는 아직도 코로나 백신이 보급되지 않았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에 우한코로나(코로나19) 백신 공급이 늦어지는 이유가 드러났다. 북한이 세계 백신 공동구매 연합체(COVAX·이하 코백스)로부터 백신을 받기 위해 합의해야 하는 행정절차를 계속 거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백신 저온유통망 확충 제안, 국제기구 요원 입국마저 거부했다.

    북한, 코백스와 협의서 7개 행정절차 중 2개만 받아들여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코백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코로나 백신 지원과 관련한 북한과 코백스 간 협상이 몇 달째 지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백스는 당초 5월 말까지 170만 회분(85만 명분)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북한에 공급할 예정이었지만, 북한이 행정절차를 계속 처리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코로나 백신 지원에 필요한 7개 행정절차 가운데 2개만 받아들였다. 소식통은 “만일 북한이 행정작업을 신속하게 처리했다면 이미 코로나 백신 일부를 받아 접종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AZ 백신 못 믿겠다, 면책 합의 못한다, 국제기구 요원 입국 금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코백스가 지원하는 코로나 백신에 불만을 나타냈다. 먼저 AZ 백신의 효능에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코로나 백신을 긴급 공급하면서 각국이 제약사와 합의한 ‘제약사 면책’도 북한은 합의를 거부했다. 

    북한은 코로나 백신의 안전한 공급을 위해 필요한 국제기구 요원의 입국도 거부했다. “외국인들이 북한에 들어와 코로나를 옮길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한 북한은 코로나 백신 수송·유통에 필수인 ‘콜드체인(백신의 안전한 운송을 위해 갖추는 저온물류체계)’을 갖춰 주겠다는 국제사회의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코로나 백신은 저온에서 보관·유통하지 않으면 변질된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60~90도,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 AZ과 얀센 백신은 영상 2~8도의 의약품용 저온시설에 담아 보관·유통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에는 이런 의료용 보관시설은 고사하고 냉동·냉장차량조차 제대로 없다.

    미국 “북한, 코백스와 협력 거절”… 코백스 운영하는 GAVI “북한과 협의 중”

    방송은 “지난 5월 미국 당국자는 CNN에 ‘북한이 코백스와 협력을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당시 미국 당국자는 “바이든정부는 코로나 백신 지원을 포함해 북한에 인도적 지원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면서 “북한이 (백신 도입을 위한) 코백스와 협력을 거부했고, 한국의 코로나 대응 지원 제안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코백스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이하 가비)은 당시 VOA 방송 측에 성명을 보내 “(코로나 백신 도입을 위해) 북한과 협의를 진행 중이며 관련 작업도 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코로나 대응을 위한 협력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가비 측은 또한 “(코로나 백신) 전달 날짜가 가까워지면 일정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방송은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94개 회원국 가운데 코로나 백신을 전혀 접종하지 않은 나라는 북한을 비롯해 탄자니아·아이티·에리트레아·부룬디 등 5개국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