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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법 1년 만에 스러졌다… 홍콩 반중반공매체 빈과일보 폐간

23일 성명 통해 “24일자 끝으로 신문 발행 중단… 홈페이지도 26일까지만 운영”홍콩 경찰, 보안법 위반 혐의로 편집국장 등 5명 체포… 외신들 “언론자유 사라져”

입력 2021-06-24 13:42 | 수정 2021-06-24 15:03

▲ 빈과일보 마지막 판을 사기 위해 가판대 앞에 줄을 선 홍콩 시민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콩의 반중·반공매체 ‘빈과일보’가 24일자를 끝으로 폐간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홍콩에서 보안법을 시행한 지 1년 만이다. 

홍콩경찰은 빈과일보 기사 가운데 30여 개가 보안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홍콩 당국은 빈과일보 법인 자산을 동결했다.

빈과일보 모회사 “신문 24일자 마지막, 온라인 26일로 끝”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빈과일보 모회사 넥스트디지털은 지난 23일 오후 성명을 내고 24일자를 끝으로 신문 발행을 중단하고, 온라인판 또한 26일 밤 11시59분까지만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1995년 6월 창간 이후 26년 만이다. 빈과일보 온라인 영문판과 금융뉴스는 지난 22일 밤 이미 서비스를 중단했다.

넥스트디지털은 성명을 통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의 안전”이라며 “현재 홍콩 정세와 빈과일보 직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23일 밤부터 신문 발행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중단한다. 지난 26년 동안 지지해 주신 독자와 기자·직원·광고주들께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에는 넥스트디지털의 자회사 ‘넥스트매거진’도 폐간을 선언했다. 이로써 홍콩의 반중·반공매체로는 비영리 조직인 ‘홍콩자유언론(HKFP)’만 남게 됐다.

홍콩경찰, 지난 17일 빈과일보 압수수색…“기사 30여 개, 보안법 위반 혐의”

BBC 등 외신들은 지난 17일 홍콩경찰 500명이 사옥을 압수수색할 때 빈과일보 폐간은 예견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홍콩경찰은 라이언 로우 편집국장, 청킴흥 발행인 겸 편집인 등 5명의 고위관계자를 체포했다. 로우 편집국장과 청 편집인은 구속수감 후 기소됐다. 홍콩 당국은 또한 빈과일보와 2개 계열사 자산 1800만 홍콩달러(약 26억3400만원)을 동결했다.

홍콩경찰은 지난 1년간 빈과일보가 게재한 기사와 칼럼 가운데 30여 개가 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새벽 융칭키 논설위원을 보안법상 외세결탁위반 혐의로 체포한 것도 이런 이유라고 밝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7월 보안법 시행 이후 융 논설위원이 쓴 글 가운데 5~6개에 문제가 있다”며 향후 소환조사를 받게 될 빈과일보 필진이 더 있을 것이라는 홍콩경찰의 발표를 전했다.

NYT “홍콩의 숨겨진 과실, 강제 폐간”… 영국 “표현의 자유에 심각한 타격”

세계 주요 언론은 “민주파 매체인 빈과일보가 강제 폐간당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와 CNN은 빈과일보를 “홍콩의 숨겨진 과실”이라고 부르며 아쉬움을 표했다. 

“민주파 시위대를 강력히 지지하고, 중국 공산당에 관한 탐사보도로 중국 당국을 아프게 찔러왔던 빈과일보가 강제 폐간당했다”고 전한 뉴욕타임스는 “중국 공산당이 허용하는 것과 정반대인, 확실한 반중 논조를 견지하던 빈과일보는 광고 보이콧, 언론인 폭행, 윤전기 방화테러에도 홍콩에서 가장 인기를 누린 신문이었다”면서 “신문은 홍콩이 1997년 중국에 반환된 뒤에도 (일국양제를 통해) 자유를 누린다는 증거 그 자체였다”고 평했다. 

영국 가디언은 “홍콩 최대의 민주파 매체 빈과일보가 폐간했다”면서 “사람들은 홍콩에서 언론의 자유가 죽었다는 증거라며 우려한다”고 전했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과 홍콩 행정당국을 비판했다.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부장관은 “중국과 홍콩 당국이 모든 반대파의 목소리를 침묵시키려 추진한 계획에 따라 (빈과일보가) 폐간당한 것”이라며 “이는 홍콩의 언론자유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고 비난했다. 

EU는 “중국이 시행한 홍콩 보안법이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데 어떻게 사용되는지 분명하게 보여줬다”며 “폐쇄주의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회를 구성하는 데 필수인 언론의 자유와 다원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할 뿐”이라고 중국과 홍콩 행정당국을 비난했다.

황색 매체로 시작했지만 홍콩 민주주의 지킴이 자처했던 빈과일보

한편 조선일보에 따르면, 빈과일보는 24일자 마지막 호를 100만 부나 발행했다. 시민들은 마지막 빈과일보를 사기 위해 23일 밤부터 몇 시간씩 줄을 섰다고 신문은 전했다.

1995년 6월 창간한 빈과일보는 설립자 지미 라이가 텐안먼 사태를 보고 충격을 받아 만든 매체다. 의류업체 ‘지오다노’를 창업해 큰돈을 번 라이는 사재를 털어 빈과일보를 창간했다. 처음에는 연예계 가십이나 정치인 사생활 등을 다루는 ‘황색지’였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정치 보도의 비중을 늘리면서 중국과 홍콩의 반민주적 정책을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2014년 7월 홍콩 우산시위 때부터는 반공 민주파 세력의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하며 강력한 반중·반공 논조를 지켰다. 

지난해 홍콩 보안법 시행 이후에는 당국의 첫 번째 목표가 됐다.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는 지난해 8월 체포돼 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이다. 홍콩 당국은 5억 홍콩달러(약 731억원)에 달하는 그의 자산도 지난 5월 동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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