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킹스硏 마이클 오핸론 연구원 "지금은 미북보다 한미조율이 더 급해 보인다”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아·태 부차관보 "중재자론은 북한 손에 놀아나는 것”애틀랜틱 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 "김정은에게는 협상할 의사가 없다"
  • 청와대 상춘재에서 지난 16일 미국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 청와대 상춘재에서 지난 16일 미국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21일 보도한 문재인 대통령의 인터뷰를 본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동맹인 한국이 중립국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한 것도 미국 정계의 신뢰를 잃는 행동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화 중단은 북한 책임…한국, 중재자 자처하면 북한에 놀아나는 걸로 보일 것”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30일 문재인 대통령의 <뉴욕타임스> 인터뷰를 본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동맹인 한국이 중립국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브루킹스연구소 마이클 오핸론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이 동맹국인 상황에서 한국이 미북 사이에 중재자나 중립적 역할을 한다는 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미북 대화가 단절된 이유는 북한 스스로 모든 접촉을 끊었기 때문인데 도발적이고 모욕적인 언사와 행동을 한 북한에게는 전혀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동맹인 미국에게만 이래라 저래라 주문을 계속 해서는 안 된다”고 오핸론 선임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은 미북 대화보다 한미 간 조율이 더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한국이 아무리 미북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하려고 해도 북한은 여전히 한국을 미국의 동맹으로 간주해 비판할 것”이라며 “한미 관계를 분열시키려는 북한 앞에서 한국이 미북 사이의 중재자를 자임하는 것은 (제3자가 볼 때 한국이) 북한 손에 놀아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비어 부차관보는 이어 “북한이 유독 한국 정부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며 대화조차 거부하는 상황에서 과연 중재자를 할 수 있겠느냐”면서 “지금 남북관계조차 엉망인데 한국이 미북 대화를 촉진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틀랜틱 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도 “현재 상황은 미국이 대화를 원하지 않는 게 아니라 김정은에게 협상할 의사가 없다는 점”이라며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며 했던 역할을 다시 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미국외교협회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도 “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다시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국 파괴하려는 정권과 한국 방어하려는 동맹 사이의 중개인, 왜 자처하나?”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미북 중재자론’을 두고 “노무현 정권 당시 이미 경험했던, 근본적인 결함이 있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 중재자론의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을 파괴하는데 전념하는 (북한)정권과 한국을 방어하는데 전념하는 동맹(미국) 사이에서 한국이 중개인을 자처한다는 것”이라며 “만약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원치 않는다면 그런 중개인이 될 수 있겠지만, 청와대가 동맹에게 그런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건 불가능한 행동”이라고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론’을 비판했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또한 문 대통령의 미북 중재자론이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 남북 간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북한의 오랜 목표이기도 한 것을 한국이 왜 자국의 목표로 삼으려는지 이유가 불명확하다”고 평했다.

    “문 대통령의 트럼프 전 대통령 폄하, 미국 정계의 신뢰 잃는 행동”

    문재인 대통령이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를 두고 “(미북 대화에서) 변죽만 울렸을 뿐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폄하한 것을 두고도 전문가들은 “미국 정치권으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태평양 포럼의 랠프 코사 명예회장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폄하한 것을 두고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는 바이든 대통령 쪽에 영합하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코사 명예회장은 이어 “하지만 이런 시도는 설득력이 없고 존중받지도 못 한다”며 “워싱턴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다. 이는 평양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과거 보냈던 찬사가 거짓임을 보여준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대통령이 퇴임한 지 얼마 안 되는 미국의 전직 대통령을 공개비난 한 것은 전례가 없는 결례라고 비판했다”며 “한때 노벨평화상 수상 후보로 치켜세웠던 동맹국 지도자에 대해 180도 달라진 문 대통령의 태도는 미국 정계에서 그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