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장 밖 대기, 국익도 패싱"... "김정은에 '세계적 지도자' 위상만 부여" 비판
  •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북한 김정은과 만나는 모습.ⓒ뉴시스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북한 김정은과 만나는 모습.ⓒ뉴시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깜짝 DMZ 회담으로 인해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여당은 "세기의 만남"이라며 환영의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반면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에서는 "북한의 전술과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사이에서 자칫하면 우리가 갈 곳이 없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판문점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진정한 중재자 역할 하려고 한다면 북한 설득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회담에 문 대통령이 참석하지 못한 것이 대단히 아쉽다"고 평했다.

    황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살펴보면 미국은 철저하게 자국안보에 집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단거리 탄도미사일 트럼프 언급이 전혀 없었고 또 북한의 직접 피해자인 우리나라 안전에 대해서 형식적인 의지 표명도 하지 않았다. 우리 스스로 안보와 국방을 챙기지 않는다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실상 북한 핵보유국 지위 깔아줘...한국은 어디로 가나"

    지난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은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분계선 남북을 차례로 넘나들고 남측 자유의 집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북한 땅을 밟았다는 상징은 있었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회담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주객이 전도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고 "단거리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서도 '대한민국 안보가 위험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1일 논평을 내고 "이 회담이 어떤 성과가 있었는가를 자문하면 물음표"라며 "북핵 폐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 정부와 미국, 북한은 여전히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1일 "운전자로 시작해 중재자 자초하더니 이제는 객으로 전락한 것 아닌가. 북한 비핵화는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운명이 달린 문제"라며 "그런 비핵화를 그저 미북정상 간의 회담에만 기대는 소극적 수동적 자세가 우리 국익을 셀프 패싱하도록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회담장 밖 대기 현실이 결코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당 지도부 외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땅에서조차 옆으로 밀려버렸다. 그리고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고 했다. 이언주 무소속 의원 역시 "이런 식의 무의미한 회담이 북핵을 의제로 반복되면 자칫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등극시켜줄 뿐이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깜짝쇼라는 단어 외에 이번 회담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느냐"고 반문하며 "우리 정부가 나서서 북한이 실질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도록 중매 서준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정작 미북 대화에 우리는 끼지도 못했다. 한미 동맹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김정은한테 '세계적 지도자' 위상만 부여한 셈이 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