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자신들만 정의라고 생각… 2차 가해 벗어나지 못해" 기자회견 내내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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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일 오전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공동행동) 등이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피해자 A씨가 박 전 시장 사망 후 252일 만에 직접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A씨는 "분명한 사실은 피해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저"라며 자신을 '피해호소인'으로 부른 여당 의원들을 징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A씨는 17일 오전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공동행동) 등이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 나와 그간의 심정을 직접 밝혔다.이날 회견에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A씨의 전 직장동료인 이대호 전 서울시 미디어비서관, 서혜진 피해자 변호인 등이 참석했다.A씨는 자신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피해자입니다"라고 소개한 뒤 발언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회견 주최 측은 보안을 위해 A씨가 발언하는 동안 취재진의 휴대전화나 카메라에 포스트잇을 붙이도록 했다."박원순 극단적 선택에 피해자 바뀌었다"A씨는 "저와 가족들, 지원단체와 변호인은 수없이 고민했고 그 시간들이 모여 용기를 갖고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면서 "피해자로서 제 존엄 회복을 위해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기자회견 이유를 밝혔다."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우리 사회에 저 자신이 설 자리가 없다고 느껴졌다"고 토로한 A씨는 "피해사실을 왜곡해 저를 비난하는 2차 가해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고 그간의 괴로운 심정을 전했다.A씨는 "아직까지 피해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다"며 "이제 소모적 논쟁을 중단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이어 "방어권을 포기한 것은 상대방(박 전 시장)"이라고 지적한 A씨는 "고인이 살아서 사법절차를 밟고 스스로 방어권을 행사했다면 조금 더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졌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
- ▲ 17일 오전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공동행동) 등이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A씨는 또 "피해 사실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은 이제 소모적 논쟁을 중단해주시기 바란다"면서 "그분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박 전 시장의 방어권 포기로 피해는 온전히 제 몫이 됐다"고 개탄한 A씨는 "피해사실을 인정받기까지 험난했던 과정과 피해사실 전부를 인정받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고, 이 상황을 악용해 저를 공격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A씨는 "서울북부지검 수사 결과와 서울중앙지법 판결을 통해 제 피해 실체를 인정받았다"며 "지난주 비로소 60쪽에 달하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도 받아봤다"고 전했다."피해호소인이라 부른 與의원들 징계해야… 민주당 정체성 흔들어"A씨는 특히 피해사실을 은폐하려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당 차원의 징계가 있어야 한다는 요구도 내놨다."이낙연 대표님과 박영선 후보님께서도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 명확하게 짚어주지 않으셨다는 생각이 든다"고 짚은 A씨는 "민주당은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으로 저의 피해사실을 축소은폐하려고 했다"고 비난했다."민주당은 결국 서울시장에 후보를 냈고, 지금 선거 캠프에는 저를(제게) 상처주었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며 "민주당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흔들었다"고 지적한 A씨는 "저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명명한 분들이 직접 사과할 수 있도록 박영선 후보가 따끔하게 혼내주셨으면 좋겠고, 그분들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주문했다.A씨는 "그럼에도 잘못한 일들에 대해 진심으로 인정하신다면 용서하고 싶다"며 "그분의 잘못뿐만 아니다. 지금 행해지는 지금까지 상처줬던 모든 행위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A씨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사실 유출 의혹을 받는 남인순 민주당 의원의 정치적 책임도 따져 물었다. "지난 1월에도 남인순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었는데, 그분으로 인한 저의 상처와 사회적 손실은 회복 불가능한 지경"이라고 밝힌 A씨는 "남 의원이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지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
- ▲ 17일 오전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공동행동) 등이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다음은 A씨 측이 공개한 입장문 전문이다.[일터로 돌아가려던 그 길에 멈춰서서]안녕하세요 저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위력성폭력 피해자입니다.그동안 지원단체와 변호인단을 통해 입장을 발표해 온 제가 제 안에 참아왔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기까지 저와 가족들, 지원단체와 변호인단은 수없이 고민했고 그 시간들이 겹겹이 모여 용기를 갖고 이 자리에 서게 됐습니다.성폭력 피해자에게 있어 말하기는 의미 있는 자유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저는 자유의지를 가진 인격체로서, 그리고 한 사건의 피해자로서 제 존업과 회복을 위해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을 꼭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제가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저는 당당하고 싶다. 긴 시련의 시간을 잘 이겨내고 다시 제 자리를 찾았다고, 스스로를 다독여주고 싶습니다. 오늘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말들을 하고 싶습니다.제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긴 시간 고민해온 결과, 저는 깨달았습니다. 저의 회복에 가장 필요한 것은 용서라는 것입니다.용서란 지은 죄나 잘못한 일에 대해 꾸짖거나 벌하지 아니하고 덮어 준다는 의미를 가졌습니다. 용서를 하기 위해서는 '지은 죄'와 '잘못한 일'이 무엇인지 드러나는 게 먼저라는 뜻이기도 합니다.제가 겪은 사실을 사실로 인정받는 것 그 기본적인 일을 이루는 과정은 굉장히 험난했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가 바뀌었고,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우리 사회에 저라는 인간이 설 자리는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그 속에서 제 피해 사실을 왜곡해 저를 비난하는 2차 가해로부터 저는 쉽게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 사건의 피해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저라는 사실입니다.아직까지 피해 사실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께서 이제는 소모적 논쟁을 중단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방어권을 포기한 것은 상대방입니다. 고인이 살아서 사법절차를 밟고, 스스로 방어권을 행사했다면 조금 더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졌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고인의 방어권 포기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제 몫이 됐습니다. 피해 사실을 인정받기까지 험난했던 과정과 피해사실 전부를 인정받지 못하는 한계, 그리고 이 상황을 악용해 저를 비난하는 공격들, 상실과 고통에 공감한다. 그러나 그 화살을 저에게 돌리는 행위는 이제 멈춰주셨으면 좋겠습니다.저는 북부지검의 수사결과와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을 통해 제 피해의 실체를 인정받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비로소 60쪽에 달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을 받아보았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조사에 임했고, 일부 참고인들의 진술 등 정황에 비추어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인권위 조사에서 사실을 사실대로 증언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실이 사실의 자리를 찾기까지 힘써주신 대책위와 289개 단체가 모인 공동행동, 그리고 저를 변호하고 대변해주신 변호인단,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저는 그동안 제가 고소하기로 한 결정이 너무도 끔찍한 오늘을 만든 건 아닐까 견딜 수 없는 자책감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나 이 고통의 시작도 제가 아닌 누군가의 '짧은 생각' 때문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이 일로 인해 우리 사회는 한 명의 존엄한 생명을 잃었고, 제가 용서할 수 있는 '사실의 인정' 절차를 잃었습니다.'사실의 인정'과 멀어지도록 만들었던 피해호소인 명칭과 사건 왜곡, 당헌 개정, 극심한 2차가해를 묵인하는 사오항들, 처음부터 모두 잘못된 일이었습니다. 모든 일이 상식과 정의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상식과 멀어지는 일들로 인해 너무도 괴롭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하고 싶다. 잘못한 일들에 대해 진심으로 인정한다면 용서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도 존재하는 그분과 남은 사람들의 위력 때문에 겁이 나서 하는 용서가 아닙니다. 저의 회복을 위해 용서하고 싶습니다. 그분의 잘못 뿐만이 아닙니다. 제게 행해졌던 모든 일들에 대해 사과하십시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과연 제가 누구를 용서할 수 있는 건인지 의문이 들고, 오히려 직면한 현실이 두렵기까지 합니다.저는 불쌍하고 가여운 성폭력 피해자가 아닙니다. 저는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는 존엄한 인간입니다. 사실에 관한 소모적인 논쟁이 아닌 진정성 있는 반성과 용서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사회를 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저는 이번 사건의 이유가 무엇인지 잊혀져 가는 이 현실에 답답함을 느낍니다. 저라는 존재와 피해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듯 전임 시장의 업적에 대해 박수치는 사람들의 행동에 무력감을 느낀다. 이 사건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며 사건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발언에 상처를 받습니다.거대한 권력 앞에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그 즉시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십시오. 권력의 불균형 속에서 누군가 고통을 받는 일이 생긴다면, 모두가 약자의 고통을 공감하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사회를 만들어주십시오. 여성과 약자의 권익을 위한 운동이 진영과 상관없이 사회적인 흐름임을 인정하고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피해자가 조심하는 것이 아닌, 피해자가 좋게 에둘러서 불편함을 호소해야 바뀌는 것이 아닌, 가해자가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그리고 세상의 많은 말못할 상처를 가진 외로운 피해자분들에게 전합니다. 잠들기 전, 자꾸 떠오르는 불쾌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생각하다가 베개를 적시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완전히 잘못된 일입니다. 애써 웃으며 넘어가려고 하지 마세요. 참다 보면, 돌이키기 어려운 순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용기를 내십시오.저를 지지하고 도와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우리는 함께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 저벅저벅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