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찰‧유관기관‧합수본 공조 방침… "검찰, 유기적 협조" 당부하자 "검찰이 들러리냐"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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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의혹 관련 조사가 정부합동조사단(합조단)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심의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로 확대개편된다. 합조단에 수사권이 없어 불법행위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국수본과 공조하겠다는 취지다.그러나 합수본을 향한 법조계의 불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수사 대상인 국토부가 합조단에 포함된 데다, 경찰의 수사 미흡으로 초동수사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일각에서는 지금이라도 합수본에 검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했다.박범계 "검·경 유기적 협력… 수사권 개혁 요체"박범계 법무부장관은 9일 수원지검 안산지청을 방문해 '부동산투기 수사 전담팀'을 격려했다. '부동산투기 수사 전담팀'은 LH 임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 땅 투기의혹 관련 수사를 위해 꾸려진 팀이다. 다만 지난 1월1일자로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직접수사는 불가능하고, 법리검토와 사례분석 등 자료를 합수본에 지원 및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박 장관은 9일 "검찰은 얼마든지 경찰과 유기적 협력을 맺고 수사 기법과 법리 적용 등에 대해 상호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이것이 수사권 개혁의 요체"라며 "대통령도 검·경 간 유기적 협력을 강조했는데, 마침 안산지청이 이번 LH 직원 땅 투기의혹과 관련해 관할 지청으로서 수사 전담팀을 구성했다. 이를 계기로 일선 현장에서 검·경 간 수사협력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8일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LH 투기의혹과 관련, 검찰을 향해 "수사 노하우 및 기법 공유, 수사 방향을 잡기 위한 논의 등에서 경찰과 보다 긴밀히 협의해달라"고 당부했다.박 장관과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합수본 중심으로 수사를 지속하고, 검찰은 '유기적 협조자'로서 역할을 한정한 취지로 풀이된다.정부는 합조단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수본에 수사 의뢰를 거쳐 합수본을 통해 본격적인 수사를 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합조단은 정 총리의 지휘로 국무조정실·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경찰청·경기도·인천시 등이 참여하고, 합수본은 국수본을 중심으로 국세청·금융위원회 등 유관기관이 참여한다. 합수본에서 검찰만 제외됐다."유기적 협조?… 들러리 수사 하라는 것"이와 관련 법조계에서는 합수본에 검찰도 파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했다.여권과 경찰은 LH 투기의혹이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검찰의 직접수사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사건이 LH 임직원들의 단순한 부동산투기 문제가 아닌 폭넓은 부패범죄로 번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을 합수본에서 배제하고 유기적 협조만 하라는 것은 들러리나 서라는 것"이라며 "검찰로서는 당연히 수사에 협조하겠지만, 수사 성과가 나면 공은 경찰에 돌아갈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첫 시험대에서 경찰의 위상이 높아지면 결국 여권이 추진하는 중수청법의 명분까지 제공해주는 셈 아니냐"고 지적했다.이 관계자는 "이 사안은 조직적 부패범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검찰을 수사에 포함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앞서 합수본 같은 것이 꾸려질 때도 검찰이 하나의 주체로 참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실제로 1990년 1기 신도시 투기의혹과 2005년 2기 신도시 투기의혹 수사 때 대검찰청에 경찰청·건설부(2기 때는 건설교통부) 등과 함께 합동수사본부를 차리고 검찰이 초반부터 강제수사를 주도했다.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도 "이번 사건을 일반 직원들의 투기 장난으로 보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이미 증거인멸 시간을 다 벌어줬다. 초동수사도 부실한 와중에 아무리 국수본이라고 하더라도 LH 규모의 투기비리 사건을 전담하는 것은 어렵다. 지금이라도 검찰을 (합수본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여권에서도 "검찰, 합수본에 파견해야" 목소리심지어 여권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왕에 정부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진상규명을 맡기기로 했으니 그 수사본부에 관련 전문성을 갖춘 검사를 파견하는 방법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며 "검사들을 배제함으로써 또 다른 소모적 논란을 만들어선 안 된다. 조금도 머뭇거려선 안 된다"고 검사 파견을 주장했다."이런 상황에 수사역량에 있어서 경찰이냐, 검찰이냐 하는 주도권 논란은 옳지 않다. 지금은 협력방안을 논의할 때"라고 강조한 이 의원은 "검찰의 부동산 수사 검사를 합수본에 파견해서 경·검 합동으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이 의원은 그러면서 "이는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의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이 의원은 이와 함께 투기지역 농지 전수조사 및 위법행위 적발 시 토지 매각 등 행정명령을 내릴 것도 촉구했다.한편 정 총리는 10일 LH 투기의혹 사건 관련 긴급 관계기관회의를 소집해 검·경 간 유기적 수사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법무부장관·행안부장관·경찰청장·대검차장(검찰총장직무대행) 등이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검찰의 합수본 파견이 결정될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