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환·박영환 전 국장, 부당정직구제신청… 중노위 재심서 "징계 취소" 결정'한완상 출연 취소'로 보직해임된 이제원 전 국장도 '부당' 인정… 복직 가능성
  • 5년 전 임의단체인 'KBS기자협회'의 정치적 편향성에 반대하는 성명에 참여한 기자들을 중징계한 KBS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왔다. 중노위는 노사분쟁을 조정·심판하는 준사법기관으로, 지방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이나 기각결정에 불복할 경우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KBS노동조합에 따르면 중노위는 지난 5일 박영환 전 광주총국장이 KBS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정직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앞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박 전 총국장의 구제신청을 기각했으나, 중노위는 박 전 총국장에 대한 사측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정직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KBS기자협회 정체성 놓고 회원 간 '논쟁'… 4년 뒤 사측이 '중징계'


    2016년 3월 박 전 총국장과 정지환 전 보도국장 등 KBS기자협회 회원 160여명은 협회 집행부를 겨냥해 "기자들의 제작자율성을 침해하고 공정방송을 훼손시키는 행위를 자제해달라"며 '총선 공정보도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나서달라'는 취지의 성명서를 수차례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이로부터 4년이 흐른 지난해 6월 양승동 사장 등 KBS 경영진은 KBS판 적폐청산기구인 '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의 징계 권고를 받아들여 "사조직을 결성해 직장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는 이유로 ▲정 전 국장에게 정직 6개월 ▲박 전 총국장에게 정직 5개월 ▲장한식 전 편집주간과 강석훈 전 국제주간에게 정직 1개월 ▲황진우 기자에게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에 정 전 국장 등 4명은 법원에 징계처분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고용노동부 산하 지노위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냈다.

    이와 관련, 지노위는 지난해 정 전 국장 등 4명의 구제신청을 기각하거나 각하하며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재심을 맡은 중노위는 지난 1월 28일 지노위 판정을 180도 뒤집고 정 전 국장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는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지난 5일에는 박 전 총국장이 받은 징계 역시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장 전 주간과 강 전 주간에 대해선 구제신청 기간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각하 판정을 내렸다.

    '한완상 출연 취소'로 보직 해임… 3년 후 '정직 4개월' 추가 징계까지


    또한 4년 전 한완상 전 부총리의 라디오 출연 계획을 취소했다는 이유 등으로 '평사원'으로 강등된 뒤 '진미위' 출범 후 추가 징계까지 받은 전 라디오 국장도 중노위에 의해 구제됐다.

    지난해 6월 취업규칙·편성규약 위반 등으로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이제원 전 라디오프로덕션1담당국장은 지난해 11월 지노위 판정과 지난 5일 중노위 판정(초심 유지)에서 모두 '부당징계'를 인정받아 원직 복직 가능성을 높였다.

    이 전 국장은 8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사측은 제가 자의적 판단으로 특정 출연자를 배제시키고, 담당 PD에게 폭언을 하거나 경위서를 작성하도록 해 제작 실무자의 자율성을 침해했다고 저를 징계했으나, 지노위와 중노위는 저의 행위가 근로자의 권한을 정당하게 행사한 것으로 보고, 이를 징계사유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정했다"고 밝혔다.

    이 전 국장은 "이번 중노위의 부당징계 인정 판정은,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회복하기 위해 출범했다는 진미위가 사실은 KBS 내부를 편 가르기해 비판의 소리를 막고, 자기 진영에 속하지 않은 보직 간부들을 불법적으로 처벌해 데스크 기능을 무력화하는 방법으로 '편파보도'의 기반을 닦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확증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해석했다.

    "중노위 결정으로 진미위 불법·부당성 확인 잇따라"


    허성권 KBS노동조합위원장은 "중노위 재심 심판부가 정지환 전 국장에 이어 박영환·이제원 전 국장에 대해 연달아 손을 들어줌으로써 양승동 체제 이후 이른바 '보복위원회'로 불린 '진실과미래위원회'의 활동이 얼마나 불법적이고 부당한 것이었는지가 명확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청기간 경과로 중노위에서 구제신청이 각하된 강석훈·장한식 전 국장도 정지환·박영환 전 국장과 징계사유가 동일하기 때문에 내용상으로는 승소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두 사람이 서울남부지법에 별도로 제기한 부당징계무효확인소송에선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한편 KBS는 이번 중노위 결정에 불복,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행정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