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조각된 인사청문보고서, 모든 게 '이니형' 맘대로… 대한민국은 결코 문재인의 '보유국'이 아니다
  • "남이라는 글짜에 점 하나를 지우고 / 님이 되어 만난 사람도 /
    님이라는 글짜에 점 하나만 찍으면 / 도로 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
    돈이라는 글짜에 받침 하나 바꾸면 / 돌이 되어버린 인생사…."

    요즘 이 나라에서 유행가(流行歌)다 하면 트로트가 단연 대세라고 한다. 언뜻 떠오른 김에 가사 몇 마디를 적어봤다. 그건 그렇다 치고….

    엊그제 아무개 일간신문에 어느 논객이 혼이 담긴 구라를 풀었다.

    "한국의 대통령은 왕(王)에 버금가는 권력이다."

    이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하긴 흔히 있었던, 봐왔던 상황이라 크게 주목 받지도 못했지 싶다.

    "더불어민주당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 경과보고서'를 국민의힘의 동의 없이 또다시 단독으로 채택했다... 지난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지만 임명이 강행됐고, 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확보한 21대 국회 들어서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 등에 대한 청문보고서가 여당 단독으로 채택됐다."

    불과 몇 시간 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5시 30분 박범계 법무부장관 임명안을 재가했다. 박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한 27번째 장관급 인사다. 박 장관의 임기는 28일부터 시작한다."

    비단 '판서(判書)' 임명뿐이던가. 정치면 정치, 경제면 경제, 외교면 외교 등등 모든 부문이 대게 비슷해졌다. 핑계와 자화자찬(自畵自讚)만 있지, 망가질 만큼 망가졌다고들 탄식이 넘치지만….

    언제 적, 어떤 무리가 지어내서 화제가 됐던 구호가 있었다. "이니 마음대로!"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지 싶다. 존재의 의미와 가치조차 따지기 어려운 그 무슨 '국민의짐'이야 할 수 있는, 하는 짓이라곤 퇴장과 불참 밖에 더 있겠는가마는….

    ① 대한민국은 재난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재난지원금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재난지원금으로부터 나온다.

    이 나라 처지가 그리된 연후에 총선(總選)이란 '행사'가 있었다. 결과는 별도의 구구한 설명이 필요치 않다. 그저 '행사(行事)'였으니까. 그 후, 자연스레 '문주화(文主化)'와 '문주주의(文主主義)'가 인구(人口)에 널리 회자(膾炙)되고 있질 않는가. 물론 저 여의섬의 커다란 축사(畜舍)는 '문의(文意)의 전당(殿堂)'이 되어 버렸다고들 하고….

    그래서 그런지, '한성판윤(漢城判尹)' 다시 뽑기에 나선 여인네가 이런 말씀을 내뱉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 생신 많이 축하드린다.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입니다."

    전직(前職)이 '중소벤처기업부 판서(判書)'라서 아마 제 딴에는 '모험(venture)적'으로 던졌을 수도 있다. 아무튼 여기저기에서 이런저런 대꾸가 쏟아졌단다. 그러자 그 여인네도 크게 고무되었던지….

    "집에 와 뉴스 보니 '보유국'이 오늘 뜨거웠네요. 국민, 시민 한분 한분이 모두 보유국이시죠…"

    물론 이를 시샘하는 또 다른 무리에게서는 '충성 경쟁'이니 '아첨'이니 하며 날을 세운 비난이 쏟아졌다. 심지어 '문비어천가(文飛御天歌)'라고 눈을 흘기기도 했다. 크게 어긋난 지적은 아니지 싶다.

    하지만 요즈음의 그 무슨 '국정 지지율'로 보나 저잣거리의 드높은 원성(怨聲)으로 미루어, 그 여인네 입장에서야 이 나라 '국민'들을 크게 의식한 바는 아니었을 게다. '한성판윤(漢城判尹)' 후보로 나서기 위해서는 임금님과 우선 그쪽 무리만 잘 간수하면 될 테니까. 어찌 됐든 간에….

    그 여인네의 말이 틀리진 않는다. 대한민국은 우리네가 알고, 느끼고, 보기보다 품이 넉넉한 나라 아니던가. 많은 걸 '보유(保有)'하고 있다.

    당신네들과 나를 비롯해서 거리의 노숙자, 심지어 개돼지에다가 넘쳐나는 쓰레기까지 보유(保有)하고 있질 않은가. 그런데….

    다소간의 차이가 있으나, 맨 앞에서 언급한 유행가 '도로 남'의 노랫말을 되짚으면 자못 심각한 상상(?)을 떨칠 수가 없다.

    'OOO 보유국'이 틀리진 않지만, 'OOO의 보유국'으로 가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과 절망감까지 갖게 된다는 것이다. 직설적으로 하면….

    '대한민국은 문재인을 보유한 나라'가 아닌 '대한민국은 문재인이 보유한 나라', 즉 '문재인의 보유국'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되었다. 아무개 일간신문 해설기사의 한토막이다.

    "민주당은 코로나 확산세가 잦아들면 가급적 4월 재·보궐선거 이전에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자영업자 손실 보상도 실제 보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법제화는 먼저 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나라 '국민'들이 재차 '재난 공화국'의 백성(百姓)이 되려고 할까? 이 나라가 OOO의 '보유국'이 되도록 보고만 있을까? 그래도 될까?

    평소에 거들떠볼 여유도 마음도 부족했던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정색(正色)해 본다.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 李 竹 / 時事論評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