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퇴임, 박범계 취임… "역사에 남을 만한 일" 추미애 자찬에 법조계 '시큰둥'
  •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최재형상 시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최재형상 시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수사지휘권 2회 발동, 검찰총장 징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391일 동안 '헌정사상 최초'로 한 일들이다. 추 장관은 지난 27일 이임하면서 이들 사건과 관련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을 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국민 여론과 법조계의 평가는 냉혹하다. '역사에 남겨서는 안 됐을 일"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대체적이다. 특히 윤 총장과 갈등국면에서는 수사지휘권을 여섯 차례나 발동하고 징계처분까지 내리고도 '완패'했다. 그 과정에서 각종 위법성만 제기되며 '무법부장관'이라는 오명만 남겼다. 

    27일 이임식 끝으로 임기 마무리 

    28일 제68대 박범계 신임 법무부장관의 임기가 시작됐다. 추 전 장관은 지난 27일 이임식을 끝으로 법무부장관에서 물러났다. 

    추 전 장관의 지난 1년1개월간 행보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갈등'으로 요약된다. 추 전 장관은 취임 직후 첫 검찰 인사 때부터 윤 총장과 신경전을 시작했다. 법무부장관은 검찰 인사를 할 때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은 후 대통령에게 제청해야 하는데, 윤 총장의 의견수렴 과정을 생략한 채 독단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의 측근들은 '한직'으로 내몰리고, 친정부 인사들이 대거 요직에 발탁돼 '윤석열 죽이기'라는 비판까지 일었다. 이와 관련, 추 전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내가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검찰총장이 내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해 거듭 논란을 자초했다. 

    이후에도 줄곧 윤 총장을 향해 날을 세우던 추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2005년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이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발동한 이후 처음이었다. 

    급기야 추 전 장관은 3개월 후인 지난해 10월 또 다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선례를 남겼다.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사건과 윤 총장 가족의 비리의혹 사건에서 윤 총장을 배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라임 의혹의 경우 굵직한 여권 인사들이 대거 연루돼, 일각에서는 사건을 일부 은폐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무법' 행진하다 각종 고발‧검란만 자초 

    추 전 장관은 이런 식으로 2차례에 걸쳐 6개 사건을 대상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그러다 결국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 등 시민단체들로부터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행사방해죄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그런데도 추 전 장관의 폭주는 멈추지 않았다. 추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에는 현직 검찰총장을 대상으로 직무정지 및 징계를 감행했다. 이 역시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문건 작성 및 배포,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및 감찰 방해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법원이 잇따라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추 전 장관은 체면만 구겼다. 법원은 윤 총장 측에서 제기한 직무배제처분정지신청을 인용했고, 윤 총장은 직무배제 일주일 만에 대검찰청으로 복귀했다. 

    이후 검사징계위원회가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이라는 징계처분을 내렸지만, 법원은 이 역시 정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직무배제와 징계 처분에 따른 본안 소송이 남아있지만, 사실상 추 전 장관의 '완패'라는 것이 법조계의 지배적 의견이다.  

    도리어 추 전 장관은 윤 총장 징계 처분 과정에서 각종 위법성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검찰 내부 조직의 반란만 자초했다는 평가가 크다.  

    "공수처, 추 장관이 한 것 아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추 전 장관의 지난 1년간도 놀랄 만한 일 투성이였는데, 이임사 역시 놀라웠다"며 "그가 정말 역사에 남을 일을 한 것이 맞나.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윤 총장 찍어내기에만 몰두하면서 역사에 남겨서는 안 될 무법행보를 보였다. 정작 동부구치소발 집단감염 사태에 따른 대응 등 본연의 업무에는 소홀하지 않았나"라고 맹비판했다. 

    그나마 추 전 장관의 공(功)으로 평가받는 공수처 설치와 관련해서도 회의적 시각이 많다. 추 장관의 공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를 둘러싼 각종 잡음은 차치하고, '설치' 자체에 의미가 큰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오랜 시간 공을 들여온 결과물이 지금 나온 거지, 이걸 추 전 장관이 한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이런 가운데 '자유인'이 된 추 전 장관의 앞날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고검은 최근 군 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의혹 재수사에 착수했다. 또 윤 총장과 갈등 과정에서 빚어진 직권남용 등 사건도 검찰이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