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인도교 폭파" 채병덕 육참총장에 이승만 격노… "주호영, 역사공부 다시 하세요" 일침
  •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뉴데일리 DB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뉴데일리 DB
    이승만 건국대통령을 향해 "6·25전쟁 당시 서울을 버리고 혼자 남쪽으로 간 비겁한 지도자"라는 발언이 제1야당 원내대표의 입에서 나왔다. 

    우한코로나(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수차례 지시했다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비겁한 지도자가 되지 말라"며 이 대통령에 비유한 것인데, 이는 왜곡된 역사인식에서 기인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나라 지킨 '이승만'과 나라 버린 '선조'가 동급?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역사적으로 지도자가 비겁하게 변명하고 자신 보신만을 위한 사례를 두 가지 가지고 있다"며 "임진왜란 때 책임을 전가하고 백성을 버리고 의주로 피난 간 선조, (6·25전쟁 당시) 서울을 사수하겠다고 방송하고는 혼자서만 남쪽으로 갔던 이승만 대통령이 지도자의 책임 방기의 대표적인 예"라고 발언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문 대통령을 향해 "백신 확보와 관련해서도 대통령께서 이런 지도자의 사례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주 원내대표가 이 대통령을 "비겁한 자"라고 부른 것처럼, 좌파진영에서는 이 대통령을 비판할 때 주로 한강 인도교 폭파 사건(1950년 6월28일)을 언급하며 '런(Run)승만'이라고 조롱한다.

    이 대통령이 6·25전쟁이 발발하자 수도 서울과 국민을 저버리고 혼자 몰래 도망갔으며, '서울을 사수하라'는 방송을 틀어놓고 한강 다리를 폭파해 무고한 시민들을 희생시켰다는 것이 이들이 펼치는 비판의 골자다.

    제1야당 원내대표가 역사적 사실 왜곡 논란

    그러나 이는 역사적 사실에 관한 무지에서 기인한 주장이다. 먼저 이 대통령은 한강 인도교 폭파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 당시 북한군 전차부대의 서울 진입 보고를 받은 채병덕 육군참모총장의 결정에 따른 폭파였다. 후에 채 총장의 지시로 폭파 임무를 맡은 공병감 최창식 대령은 죄를 뒤집어쓰고 사형당했다.

    한강 인도교 폭파로 이 대통령은 국민을 남겨둔 대통령이라고 비난받았다. 또 수백 명의 피난민이 목숨을 잃었고, 국가적 인재들이 북한에 납북됐다. 이에 더글라스 맥아더 미군 최고사령관은 이 대통령에게 채 총장을 해임할 것을 건의했고, 이 대통령은 결국 1950년 6월30일 채 총창을 해임했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 의정부가 인민군에게 점령당했을 때까지만 해도 피난을 건의하는 참모들에게 "서울 사수"를 주장하며 단칼에 거절했다. 그러다 1950년 6월27일 새벽 인민군의 탱크가 청량리까지 들어왔다는 참모들의 보고에 이 대통령은 결국 피난을 결정했다. 

    이후 대구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다시 서울로 올라갈 것을 명령했다가, 대전에서 머무르게 됐다. 같은 날 밤 유엔과 미국의 참전을 전해들은 이 대통령은 국민을 안심키기고 국군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서울중앙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유엔과 미국이 우리를 돕기로 했으니 안심하라'는 내용의 연설을 읽었고, 방송국에서는 이것을 녹음해 방송했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6·25전쟁이 발발하자 즉각 일본 도쿄에 머무르던 맥아더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긴급지원 약속을 받아내고, 워싱턴의 장면 주미대사에게는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에게 무기 지원 약속을 이행할 것을 전하라고 지시하는 등 국군통수권자로서 책임을 다했다.

    이처럼 미군의 참전을 이끌어내 대한민국을 지킨 이 대통령을 주 원내대표는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버리고 명나라로 망명하려 했던 선조(조선 제14대 왕)와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비겁한 지도자"라고 비하한 것이다.

    "주호영, 朴 탄핵 당시 저 혼자 살자고 탄핵 앞장서"

    이와 관련, 김행범 부산대 정치학 교수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승만 대통령을 저 혼자 살자고 도주한 무책임한 지도자로 비난한 주호영 당신이야말로 박근혜(전 대통령) 부당탄핵의 국난에서 저 혼자 살자고 탄핵에 앞장섰던 인물"이라며 "이념도, 의리도, 도리도 없고 오직 힘만 따라다니는 자들이냐"고 비판했다.

    강규형 명지대 현대사 교수는 통화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요구로 미군의 참전이 없었으면 (우리 정부는) 제주도로 가 지금의 대만처럼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명나라로 망명하려 했던 선조와 이 대통령을 같은 선상에 올려놓은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네티즌들도 관련 기사의 댓글을 통해 "보수당 원내대표라는 인간이 보수의 뿌리를 부정하는 헛소리를 하네" "그때 이승만이 후퇴 안 가고 북한한테 잡혔으면 지금 대한민국이고 보수당이고 존재하겠냐? 프락치가 따로 없네" "역사공부 좀 다시 하시길 바랍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다리 끊으라고 했나요? 군인으로서 대통령을 지키는 건 당연한 의무이니 군인이 지시해서 한강 다리를 끊었는데, 그걸 이승만 대통령 잘못으로 몰고 가네" 등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