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군용기 19대 KADIZ 침범… "평소 훈련" 우기자, 외교부는 '유감'만 표시
  • ▲ 중국과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 22일 양국 군용기가 카디즈(KADIZ·한국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것과 관련해
    ▲ 중국과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 22일 양국 군용기가 카디즈(KADIZ·한국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것과 관련해 "그냥 훈련 중"이라는 뻔뻔한 반응을 내비쳤다. ⓒ러시아 국방부 유튜브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 19대가 지난 22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이하 카디즈)를 침범했다. 이로 인해 공군 전투기가 긴급출격하는 등의 소동이 벌어졌음에도 두 나라는 “그저 훈련이었다”며 별 일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중국·러시아 "양국 연합작전 역량 향상 위한 연례훈련"… 실제로 넘어온 것은 전략폭격기

    중국과 러시아 국방부는 23일 “어제 비행은 양국 공군이 진행한 아시아-태평양지역 제2차 연합공중전략훈련의 하나였다”며 “두 나라 군용기는 국제법 규정을 엄격히 준수했으며, 타국 영공에는 침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러시아는 이어 “이번 훈련은 두 나라의 전략적 협력 수준과 연합작전 역량을 높이고, 전 세계의 전략적 안정을 위한 차원에서 실시했다”며 “이번 훈련은 양국의 연례 계획에 포함된 것일 뿐 제3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여기에 더해 23일 유튜브 채널에 1분30초짜리 영상도 공개했다. 영상에는 러시아 Tu-95 전략폭격기 승무원들이 출격신고를 하고 이륙하는 모습부터 러시아 Su-27 전투기가 중국 H-6K 폭격기를 호위하는 모습이 나왔다. 

    중국·러시아 군용기들이 카디즈를 넘는 모습도 포함됐다. Tu-95는 냉전 때부터 사용하던 핵폭격기다. H-6K는 중국이 보유한 유일한 전략폭격기로, 장거리 대함미사일 공격과 핵 공격이 가능하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중국 군용기 4대와 러시아 군용기 15대가 카디즈를 침입한 것은 오전 8시부터였다. 먼저 중국 H-6K 폭격기 4대가 이어도 서쪽에서 카디즈를 침범했고, 이중 2대는 동쪽으로 올라가 울릉도를 지나 카디즈를 이탈했다. 

    Su-27 전투기와 Tu-95 폭격기,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등 러시아 군용기 15대는 동해상의 카디즈 북쪽 방향에서 남쪽으로 침입했다. 이 중 2대가 독도 동쪽에서 카디즈를 들락거리다 북상했다.

    합참은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 19대가 동시다발적으로 카디즈를 침범한 사실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중국은 카디즈 침입 전 우리 측에 “훈련 중”이라는 교신을 보냈지만, 러시아 측은 그마저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카디즈 침입… 17개월 만에 집단 재침입"

    중국과 러시아의 카디즈 침입은 지난해 7월 이후 17개월 만이다. 당시에는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해 우리 전투기가 경고사격하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러시아 국방부는 중·러 군사협력의 일환으로 처음으로 중·러 폭격기가 동해와 동중국해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군은 양국의 이번 카디즈 침입 이전부터 공군 전투기를 투입해 우발상황에 대비한 정상적인 전술조치를 실시했고, 외교부는 중국과 러시아에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군 관계자는 "양국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재발 방지와 향후 소통을 적극적으로 하자는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며 "러시아와 비행정보 교환을 위한 직통망 구축도 지속 추진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에 중국 군용기는 카디즈를 침입하기 전 한·중 직통망을 통해 통상적인 훈련이라는 정보교환을 했다"며, 다만 "러시아 측은 비행정보 교환을 위한 직통망이 구축돼 있지 않아 사전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외교부는 22일 카디즈를 침범한 중국과 러시아에 무기력한 항의도 하지 못하고 유감만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