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장악 3법 문제① 대주주 의결권 3%까지 제한… 삼성전자 등 대기업 이사회에 투기펀드 진출
  • ▲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의 강행으로 통과됐다.ⓒ공동취재단
    ▲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의 강행으로 통과됐다.ⓒ공동취재단
    "기업장악 3법, 좌파진영이 부르짖던 '매판자본' 역할이나 마찬가지다. 괴물 상속세와 기업장악 3법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종국에는 삼성을 포함한 우리나라 대·중소기업이 중국에 종속될 위험이 높아졌고 결국 우리 경제도 중국에 예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여당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격적으로 통과시킨 '기업장악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과 관련, 정치권을 비롯해 재계 및 재야에서는 이 같은 진단을 쏟아냈다. 우리 기업과 경제가 '중국자본'에 종속되는 상황이 크게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또한 기업장악 3법으로 기업경영 침해는 물론 고용시장 위축 등 이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국민의 일상경제도 타격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본지는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기업장악 3법 각각의 문제점과 관련한 재계 현장과 경제전문가의 목소리를 청취한다.

    '매판자본'이라더니… "우리 기업, 중국자본 종속화 현실 될 위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기업장악 3법이 통과되면서 우리 한국기업은 해외 투기펀드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고 크게 우려했다. 

    윤 의원은 "해외라는 것이 우리나라 기업에 관심이 높은 중국자본일 가능성이 높고, 좌파들이 늘상 주장하던 '매판자본'이 우리 기업의 '중국 종속화'로 현실이 될 위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기업장악 3법 가운데 여당이 본회의에서 가장 먼저 가결시킨 '상법 개정안'은 '대주주 의결권 3% 룰'과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 여당은 상법 일부개정법률안 중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등도 잇따라 강행할 예정이다.

    '3% 룰'은 1인 이상의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고, 이 경우 대주주 등의 의결권을 3%까지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당초 정부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보유 주식을 모두 '합산'해 3% 의결권을 제한하고자 했지만, 국회는 '개별적 3%씩 의결권'을 인정하도록 완화했다. 이 법은 다음주 국무회의에서 공포할 예정으로, 공포한 날로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정부 원안에서 한 발 물러난 것처럼 보이는 '완화' 표현에 재계에서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더불어민주당이 경제계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개최해온 공청회도 "법안 강행을 위한 구실이자 '알리바이'였을 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여권은 '재벌 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겠다'는 관념적 명분으로 3% 룰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실상은 해외 투기자본이 감사위원회에 진출해 기업경영의 효율성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기업 기밀이 해외 경쟁사, 특히 중국자본에 유출될 위험도 높아졌다.

    현대차도 '엘리엇' 공격 겨우 모면했지만… "3% 룰로 어려워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텔레콤·LG화학·포스코·네이버·롯데케미칼 등 국내 시가총액 30위 기업 중 23개 이사회에 해외 투기펀드 연합이 감사위원을 진출시킬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지난해 수소사업의 본격 확장을 노리는 현대차에 경쟁사인 캐나다 '밸러드파워시스템스' 회장을 사외이사후보로 추천하고 표대결을 벌인 바 있다. 밸러드파워시스템스는 중국 수소기업 '웨이차이'가 지분 19.9%를 보유하는 등 최대주주로 있어 사실상 중국회사다.

    현대차는 당시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 현대모비스 등 29.11%의 대주주 지분으로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세계 최고 수소차 기술을 보유한 현대차가 기술 개발 대신 사실상의 중국 스파이 침투 위험을 막는 데 비용을 소모한 것이다.

    하지만 한 재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제 현대차도 의결권 3% 때문에 해외 투기펀드의 공격을 감내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해외 투기펀드와 전쟁이 이제는 현실이 된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말로는 '탄소중립'을 운운해놓고 세계적 수소기술을 가진 국내 대기업의 기업활동을 막고 있다"면서 "대기업도 이럴진대 협력사들이나 중소기업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개탄했다.
  • ▲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담회.ⓒ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담회.ⓒ연합뉴스
    "다중대표소송제로 기업은 1년 내내 소송에 시달리고 고용시장은 얼어붙고"

    또한 상법 개정안의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으로 기업은 1년 내내 소송에 시달려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다중대표소송은 모회사의 0.5% 지분을 취득하면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민주당 측은 소수주주권 행사 시 '6개월 의무보유' 조건을 유지했다는 주장이지만, 사실상 이 조건도 무력화됐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여당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고 '6개월 주식보유 의무화'를 주장하는데 이는 거짓"이라며 "법조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상장회사 요건을 갖추면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분명하게 규정해 0.5%가 아닌 1%만 가지면 '6개월 보유 의무' 없이 소 제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수주주권 행사 시 지분 1~3%만 확보하면 소송 제기에 보유기간은 상관없다는 말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통화에서 "독일·프랑스·중국 등 대부분 대륙법계 국가에서 다중대표소송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유일하게 인정하는 일본에서도 완전 모자회사 관계 또는 모회사 지분 1% 이상 6개월 보유의 경우에만 허용한다"면서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해 자회사의 경영에 간섭하고 기업은 불필요한 소송비용을 지출하게 될 것이며, 이미지 실추로 인한 주가하락으로 소주주의 피해도 만만찮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 교수는 통화에서 "군대로 치면 경계근무만 서고 작전을 전혀 실행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비유하며 "헤지펀드의 공격을 막느라 일상적인 경영을 하기 어려워지는 구조가 됐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이어 "이러면 젊은이들 일자리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라는 말이냐"고 한탄했다.

    윤창현 의원은 "기업 경영권은 크게 침해되고 해외 투기펀드의 움직임만 좋아지게 만든 꼴"이라며 "정신 차리고 나면 국내 많은 회사들이 이미 중국자본으로 넘어간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