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46%가 독자인 독일계 미디어 '싹쓸이'… 폴란드 정부는 “언론 자주화”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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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국영기업이 자국 내 언론계를 사실상 지배하던 독일계 언론사를 인수했다. 폴란드 정부는 “언론을 자주화(re-Polonize)”하는 것이라고 평가한 반면, 독일 측은 “정부에 불편한 여론을 제거하려는 의도”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 ▲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소극적인 독일에서 미군을 빼내 폴란드에 배치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폴란드 국영기업, 자국 국민 46%가 이용하던 독일계 언론사 인수
“폴란드 국영석유기업 PKN올덴이 7일(이하 현지시간) 독일계 기업인 ‘폴란드언론그룹(Polska Press group)’을 인수했다”고 '독일의소리(DW)' 방송이 보도했다.방송은 “폴란드 정부와, 폴란드 정부가 27.5%의 지분을 가진 PKN올덴은 외국계기업이 주도하는 언론계를 ‘자주화(re-Polonize)’하겠다는 의지를 반복적으로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PKN올덴이 인수한 ‘폴란드언론그룹’은 독일 ‘파사우출판그룹’이 소유한 기업으로, 메르켈식 자유주의를 표방하며 현 정부와 여당에 비판적 논조를 유지했다.20개 지역지와 120개 주간지, 500개의 온라인 뉴스 플랫폼을 보유한 ‘폴란드언론그룹’ 이용자는 전체 인구의 46%인 1740만 명에 달한다. 때문에 지금까지 “폴란드 여론은 외국언론이 주도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방송은 “우익 국가주의 정당인 여당은 PKN올덴이 독일로부터 ‘폴란드언론그룹’을 인수한 것을 환영했다”면서 “(외국언론의 여론 주도로) 부적절한 논조에 국민들이 종속되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이제는 폴란드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고, 정부 활동방향을 잘 설명할 수 있게 되어 좋다”는 여당인 ‘법과정의당(PiS)’ 소속 잔 모신스키 의원의 말을 전했다.
‘언론의 자유’ 내세우며 부정적 반응 보인 독일
방송은 “법과정의당 대표 자로슬라우 카진스키는 ‘폴란드 언론은 폴란드의 것이어야 한다’며 외국계 언론을 국유화한다는 당의 목표를 거듭 강조한 바 있다”고 설명한 뒤 “그러나 야당에서는 국영기업이 언론을 인수하는 것이 폴란드의 민주적 가치를 쇠퇴시키는 행동이라며 반발했다”고 지적했다.방송은 그러면서 이번 인수에 대한 폴란드 사람들의 부정적 의견을 소개했다.
폴란드 시민권리위원회 아담 보드나르는 “안타깝게도 정부가 하려는 일은 헝가리 독재자 빅토르 오르반 정권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으로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려는 것”이라고 정부와 여당을 비판했다.방송은 이어 “2020년 국경없는기자회의 언론의 자유 보고서에 따르면, 폴란드 국영언론은 여전히 당파적 담론과 증오발언을 내놓으며 정부의 나팔수로 변질됐다는 평가를 내놨다”고 덧붙였다.
한일관계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폴란드-독일 악연
독일 측은 폴란드 여당을 ‘우익 국가주의(극우)’ 세력이라며 이번 언론사 인수를 비판했지만, 양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폴란드와 독일의 대립과 분쟁은 신성로마제국 때부터 시작됐다. 18세기 말에는 프로이센이 오스트리아·러시아와 함께 세 차례에 걸쳐 폴란드 영토를 찢어 120년 이상 점령했다. 폴란드가 독립한 뒤인 1925년에도 독일은 자신들이 과거 점령했던 땅을 내놓으라며 전쟁을 일으켰다. 이후 1934년 폴란드와 불가침협정을 맺었던 독일은 1939년 9월 또 폴란드를 침략했다.
2차 세계대전 때는 나치 정권이 폴란드에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강제수용소를 여러 곳 세워 유대인과 장애인, 집시 등을 학살했다. 폴란드 또한 유대인 학살 책임을 갖게 됐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폴란드는 소련에 점령당해 공산화됐다.폴란드와 독일 사이의 충돌이 사라진 것은 독일 통일 이후인 1991년 6월 우호조약을 체결한 뒤부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