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분석…"中, 내수시장 기반으로 경제 강화해 장기전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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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징=AP/뉴시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폐막한 제19기 5차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시 주석은 2021∼25년 적용되는 제14차 5개년 경제 계획과 관련해 "과학기술 강국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지난 10월 26~29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국 공산당 제19기 제5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이하 19기 5중전회)에서는 '국민경제사회발전 제14차 5개년 규획(規劃·계획)과 2035년 장기목표에 대한 건의'가 통과된 바 있다.이 규획과 건의가 미·중 갈등의 장기화를 대비하는 중국이 정공법과 지구전으로 정면 대응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국내 연구기관에 의해 공식 제기됐다."중국, 거대 내수시장 활용해 미·중 장기전 대비"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일 <중국 14차 5개년 규획(2021~25)의 경제정책 방향과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와 같은 분석을 내놨다.보고서는 "중국이 5개년 규획(단기 계획)과 15년 장기 계획 목표를 동시에 제시한 것은 사회주의 시장경제 건설 직후인 1996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라며 "중국이 사회주의 발전에서 중요한 전환점과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보고서에 따르면, '14차 5개년 규획'에는 중국이 직면한 대외 불확실성과 대내 개혁과제 대응을 위해 6대 목표가 제시됐다. 이 6대 목표는 △경제발전의 새로운 성과 달성 △개혁개방의 새로운 전진 △사회문화 수준의 새로운 향상 △생태문명 건설의 새로운 진보 △민생복지의 새로운 도약 △국가 거버넌스의 새로운 제고 등이다.14차 5개년 규획에는 이 목표를 위한 전략으로 이른바 '쌍순환'(雙循環, 이중순환) 전략이 포함됐는데, 이는 '국내대순환'을 중심으로 '국내·국제 순환'을 상호 촉진한다는 새로운 발전전략이다. 쌍순환 전략은 내수활성화, 자립경제 구축, 시장의 대외의존도 축소, 과학기술 자주혁신 등이 골자다.이에 대해 KIEP 보고서는 "미·중 갈등의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이 거대한 내수시장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선순환할 수 있는 경제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무역·기술 부문서 美 견제에 대응하기 위한 '쌍순환 전략' 주목"'쌍순환' 전략은 무역 및 기술부문에서 미국의 견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세부적으로는 핵심 부품, 핵심 기술, 공급망, 시장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혁신형 경제로 전환하고, 자체 공급망 구축을 통해 내수시장을 확대해 자립적인 경제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구체적으로 '국내대순환' 전략은 △핵심 원천기술 자주화 △산업구조 고도화를 통한 공급망 강화 △소비 및 투자 촉진을 통한 내수 활성화 등을 통해 중국경제의 내부역량 강화를 강조한다. 이어 '국내·국제 간 순환' 전략은 △핵심 부품 및 중간재 수입 △ 원자재 및 식량의 안정적 공급 △수출 고도화 △대내외 무역 규범 및 표준 일체화 등을 통해 글로벌 경제와의 연계를 유지·강화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보고서는 이에 대해 "쌍순환 전략은 중국이 경제의 질적 전환을 위해 추진하던 기존의 정책들을 미·중 갈등에 대응하는 새로운 전략 프레임으로 재구성해 새로운 역할과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며 "중국경제의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 미·중 갈등에 정공법과 지구전으로 정면 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취약한 경제부문 보완해 미국에 정공법·지구전으로 대응"보고서는 이어 "쌍순환 전략은 한국에게 기회요인이자 위협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내수시장 확대는 한국에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나, 중국의 산업 고도화와 과학기술 자주혁신은 기회요인과 위협요인으로 동시에 작용하리라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대중국 비교우위 축소, 한국산 중간재의 대중국 수출 감소, 글로벌 시장에서 한·중 간 경쟁 심화 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보고서는 그러면서 "최근 중국 정부가 미국의 대중국기업 제재에 대해 '수출 금지·제한 기술목록', '수출관리법' 등 법제화를 통해 대응하고 있어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관련 법과 제도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中 내수시장 확대는 나쁘지 않은데… 위협요인도 주목해야"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건의'에서는 '중국제조 2025' 대신 이와 유사한 '9대 전략적 신흥산업' 집중 육성계획이 제시됐다. 19기 5중전회에서 미국이 견제하는 '중국제조 2025'가 빠지자, 이것은 미국을 의식한 조치란 평가가 있었다. '건의'는 하지만 국가안보와 관련성이 큰 항공우주와 해양설비 분야를 새롭게 강조했는데, 이는 19기 5중전회에서 "2027년까지 미국과 맞먹는 군사 현대화를 달성하겠다"라는 목표를 제시한 것과 일맥상통한다.보고서를 대표 집필한 KIEP세계지역연구센터 현상백 박사는 3일 본지와 통화에서 "중국이 국력이 커지는 과정에서 미국의 견제를 받게 됐는데 이는 예견된 일이었다"라며 "이번 19기 5중전회에서 통과된 건의와 규획은 미·중 갈등 속에 중국이 사회주의 경제 발전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