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SR 전·현직 장병 25명 살인 23건 저질러…호주 합참의장, 아프가니스탄에 사과
  • ▲ 아프가니스탄에서의 SASR 학살 조사보고서 내용을 공개하는 앵거스 캠벨 호주국 국방총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프가니스탄에서의 SASR 학살 조사보고서 내용을 공개하는 앵거스 캠벨 호주국 국방총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호주군의 대표적인 특수부대가 아프가니스탄 파병 중 비무장 포로와 민간인 39명을 살해했다고 호주 국방총장(합참의장)이 18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호주 정부에 “아프가니스탄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앵거스 캠벨 호주 국방총장은 이날 국방부 감사관실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에게 사과했다고 성조지가 전했다. 이 사건은 2017년 SASR 장병이 민간인을 살해하는 장면이 ABC를 통해 방영되면서 불거졌다. 그 전에도 “아프가니스탄에서 SASR이 민간인을 살해한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고 한다.

    의혹이 제기되자 호주군은 조사를 시작했다. 폴 브레르턴 소장이 이끄는 조사단은 400명이 넘는 목격자와 인터뷰를 했고, 수 천 쪽의 조사 보고서를 내놨다. 조사 결과 호주 육군 공수특전연대(SASR) 장병들이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비무장 포로와 민간인 등 39명을 살해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건은 2012년부터 2013년 사이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25명의 전·현직 SASR 장병이 23건의 살인을 저질렀고, 이들 중 19명은 살인 혐의로 검찰에 기소될 것이라고 한다. 브레르턴 소장은 “이 가운데 교전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은 한 건도 없었다”고 개탄했다.

    조사에 따르면, SASR 장병들은 비무장포로나 민간인을 살해한 뒤 이들이 탈레반 병사인 것으로 위장하려고 무전기나 총, 수류탄 등을 소지한 것처럼 꾸몄다. 일부 선임 장병은 신병이 전입하면 ‘신고식’이라며 민간인을 살해하도록 지시했다. 이때는 선임 장병이 포로나 민간인을 신병과 함께 데려가 다른 부대원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살해를 종용했다고 한다.

    캠벨 국방총장은 이날 조사결과를 발표한 뒤 “호주군을 대표해 장병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아프가니스탄 국민들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의 그릇된 행동은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며 “피해자 가족과 지역 공동체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어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초래하고 아프가니스탄과 동맹들의 임무를 위험에 처하게 만드는 행동이었다”고 캠벨 국방총장은 말했다.

    조사단은 보고서를 통해 “살인으로 확인된 경우 호주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피해자 유족들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도록 하지 말고 즉각 보상할 것”을 권고했다고 성조지가 전했다. 신문은 “이번 사건으로 많은 장병들이 아프가니스탄 참전에서 받은 훈장을 박탈당하고, 군 구조 개편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SASR은 영국의 SAS, SBS, 캐나다의 JTF2, 뉴질랜드의 NZSAS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특수부대로 인정받는 부대다. 선발 및 교육 훈련이 매우 힘들고 맡겨지는 임무도 대단히 위험해 복무 스트레스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