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첫 발견 이후 36시간 동안 헤매… 1700억원 들인 경계시스템에 이상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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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민간인 남성이 휴전선 동부전선을 통해 남하한 사건과 관련해 군 당국은 “군사분계선(MDL)을 넘을 때부터 포착했으니 과거 ‘노크귀순’보다 낫다”는 식의 주장을 폈다.
- ▲ 2012년 11월 1일 휴전선 동부전선에 있는 '노크귀순' 발생부대를 찾아 부대 문을 두드려 보는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 남성이 MDL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포착하고도 36시간 동안이나 찾아 헤맨 점과 관련해서는 반성이 없었다.북한 남성이 비무장지대 철책을 넘어 후방으로 들어올 때 감지센서 등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제 구실을 못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렇다 할 설명이 없었다.
군사분계선 포착 남성 36시간 만에 붙잡아… ‘숙박귀순’ 돼
합동참모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 남성이 휴전선 일대의 우리 측 열영상감시장비(TOD)에 포착된 것은 2일 오후 10시14분이었다. 이때 군 당국은 북한 남성을 수초 동안 두 번 포착했다. 이 남성은 MDL의 철책을 넘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군 관계자는 “이후 우발상황에 대비해 해당지역 일대에 병력을 투입해 수색작전을 펼치는 한편 전방소초(GP)에는 경계 강화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 병력은 북한 남성의 흔적을 놓쳤다.
북한 남성이 다시 포착된 것은 3일 오후 7시25분이었다. 이때도 전방 GP에 있는 TOD에 포착됐다. 이후 군은 대침투 경보인 ‘진돗개 둘’을 발령하고, 봉쇄 차단 및 탐색작전을 실시했다.이때부터 북한 남성을 찾을 때까지 14시간이 걸렸다. 합참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 남성을 찾아낸 곳은 비무장지대 남쪽 1.5km 지점, 민통선 구역으로, 사실상 휴전선의 경계가 뚫린 것이다. 이 북한 남성은 2박3일간의 ‘숙박귀순’을 한 셈이 됐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 남성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로 “감시장비가 관측할 수 없는 지역이 많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감시장비로 전방 모든 지역을 관측하면 좋은데 동부전선, 특히 태백산맥지역은 지형 문제로 전 지역을 감시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고 설명했다.1700억원 이상을 들여 휴전선 비무장지대 전체에 설치한 과학화 경계시스템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의미였다.
“포착해 차단작전... '노크 귀순'과는 다르다”
북한 남성은 MDL과 비무장지대의 철책을 넘어 왔다. 비무장지대 철책에는 동작감시광센서가 달렸다. 하지만 이 남성이 철책을 넘어올 때 광센서는 울리지 않았다. 시스템 이상이나 전원을 내려놓았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합참 관계자는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철책 훼손이나 손상 부분은 없느냐는 물음에도 합참 관계자는 “조사 중”이라고만 답했다.
“2012년 10월 같은 부대에서 일어난 ‘노크 귀순’과 비슷한 상황 아니냐”는 질문에 합참 관계자는 “같은 지역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노크 귀순’ 당시에는 북한 사람이 철책을 넘는 것을 전방부대가 알지도 못한 데다 비무장지대 남쪽으로 내려와 민가에 들어가 신고로 확인된 반면, 이번에는 MDL에서 미리 포착한 뒤 수색작전을 통해 신병을 확보했으므로 작전 실패가 아니라는 것이 합참 관계자의 주장이었다.이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낙엽이 모두 지면 관측이 용이하지만 지금은 숲 때문에 잘 안 보이는 곳이 있다”고 밝혔다. 야간에 수색작전을 활발히 펼치지 않은 이유로는 “서로 오인할 수도 있고 미확인 지뢰지대가 산재해 있어 그랬다”고 덧붙였다.
“과학화 경계시스템에 문제 없다”는 군… 연간 고장 수백 건
당초 MDL을 넘어 남쪽으로 온 사람이 여러 명이라는 소문, 북한 남성이 귀순자가 아니라는 소문 등과 관련해 합참 관계자는 “신병을 확보한 1명만 넘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귀순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아는데 단정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에서 군의 경계체계와 과학화 경계시스템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숙박귀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자 국방부 안팎에서는 전방 과학화 경계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군 병력 감소에 대비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시작한 전방 과학화 경계시스템은 이후 매년 수백 건의 고장이 일어나는 등 문제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우리 군이 전방에 설치한 광센서가 일제 장비인데 우리나라 환경에 안 맞는다는 지적이 있다”며 “당시 장비를 제조한 일본 업체는 ‘한국 산악지형에서 잘 작동하지 않을 텐데 왜 수입해가느냐’고 의아해했다는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