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중대 이정표" 자평, WHO는 "효과 없다” 이견… 미국, EU, 한국 등 50개국서 중증 치료에 사용
  • ▲ 렘데시비르 주사제. 당초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됐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렘데시비르 주사제. 당초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됐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이 22일(이하 현지시간)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인 렘데시비르(약품명 벡클루리)를 첫 우한코로나 치료제로 승인했다. FDA는 “지난 5월 이후 치료 사례와 임상시험에서 상당히 효과가 있다는 데이터를 얻었다”며 렘데시비르를 정식 승인했다. 최근까지도 "렘데시비르는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를 무시한 셈이다.

    미국 FDA “여러 곳의 치료현장에서 의미 있는 효과 확인”

    미국 FDA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는 전례 없는 보건위기 속에서 우한코로나 치료법 개발을 촉진하고자 최선을 다한다”며 “우한코로나 치료 가속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새로운 약품을 환자에게 제공하는 동시에 그것이 효과적인지, 효능이 위험을 능가하는지 여부 등을 결정하는 것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우한코로나에 걸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리제네론의 실험용 항체치료제와 함께 렘데시비르, 염증 치료용 스테로이드 제제 ‘덱사메타손’ 처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렘데시비르의 효과가 좋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FDA가 렘데시비르를 우한코로나의 첫 치료제로 승인하는 데 백악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했다. 

    이를 의식한 듯, FDA 담당 국장인 스티븐 한 박사는 “(렘데시비르의 치료제) 승인은 여러 곳의 치료현장에서 나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며 “관련 데이터를 엄격하게 평가한 결과 (렘데시비르 사용이) 우한코로나 대유행에서 중대한 과학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조사인 길리어드 측도 한 박사의 발언을 강조하며, 향후 렘데비시르를 우한코로나 치료제로 사용하는 국가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길리어드의 대니얼 오데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우한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우리는 세계 보건위기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면서 “1년도 채 안 돼 미국 내 모든 환자에게 이 약을 사용할 수 있다는 승인을 얻게 된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기뻐했다.

    미국·EU·한국 등 50개국 사용…WHO “효과 없다” 거듭 발표
  • ▲ 세계보건기구(WHO) 제네바 본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세계보건기구(WHO) 제네바 본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FDA는 지난 5월 렘데시비르를 우한코로나 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긴급승인했다. 다만 일반적인 치료제가 아니라 중증 환자만을 대상으로, 그것도 의사의 긴급 판단에 따라 보조치료제로만 쓰도록 제한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도 미국 FDA의 조치를 따랐다. 미국 FDA에 따르면, 현재 렘데시비르를 우한코로나 치료제로 사용하는 나라는 50개국이다. 한국도 중증 환자에게는 렘데시비르 사용을 허용한다.

    그러나 WHO는 렘데시비르의 효능을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 1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한코로나 입원환자 1만1266명을 대상으로 4가지 치료제 후보약품으로 임상시험했는데, 렘데시비르는 환자의 입원기간이나 사망률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WHO의 실험 보고서 내용을 공개했다.

     WHO는 렘데시비르 외에 하이드록시클로로퀸·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인터페론 또한 우한코로나에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WHO는 지난 4월25일에도 “중국에서 우한코로나 환자 23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에서 효능을 입증할 만한 데이터를 얻지 못했다. 오히려 투약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비공개 보고서를 논문 공개 사이트에 올렸다 삭제했다. 

    WHO는 이후 지금까지 렘데시비르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효과가 전혀 없다고 강조한다.

    한편 렘데시비르가 미국 최초의 우한코로나 치료제로 승인받자 길리어드 주가는 장외시장에서 전일 종가 대비 7.1% 오른 64.98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