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1일까지 회계감사자료 제출하라"… 미 행정부 워킹그룹 보고서 발표
  • ▲ [클라이드=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미 오하이오주 클라이드의 월풀 코퍼레이션을 방문해 연설을 마치며 주먹을 쥐고 있다.ⓒ뉴시스
    ▲ [클라이드=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미 오하이오주 클라이드의 월풀 코퍼레이션을 방문해 연설을 마치며 주먹을 쥐고 있다.ⓒ뉴시스
    그동안 미국의 회계기준을 무시한 채 영업을 지속하던 중국기업들에 트럼프 행정부가 '상장폐지' 경고장을 보냈다.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회계감사를 받거나, 그렇지 않으면 미국 자본시장에서 쫒아내겠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6일(현지시간)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제이 클레이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등이 참여한 실무그룹은 미국 정부의 회계감사를 거부하는 중국기업들을 미국 증권시장에서 퇴출하겠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美재무부·증권거래위 권고안 "회계감사 안 받겠다면 상장폐지"

    이 보고서는 지난 6월 초 트럼프 대통령이 적정 회계기준을 따르지 않는 중국기업들 제재조치를 검토하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기업들이 미국시장에서 이익을 취한다. 그런데 중국기업들은 모든 상장회사가 지켜야 할 투자자 보호기준을 지키지 않는다"며 이같이 지시했다.

    FT에 따르면, 미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중국기업은 오는 2022년 1월1일까지 PCAOB에 회계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신규 상장을 위해서도 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보고서에 포함된 권고안은 투자자 보호수준을 높이고, 미국 증시에 상장된 모든 회사에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중국 기업의 회계관리에 '공백'

    2002년 엔론·월드컴 등 미국 대기업의 잇단 회계부정이 터진 뒤 미국은 PCAOB를 설치해 기업의 회계 감사를 강화했다. 하지만 중국기업들은 이같이 강화된 감시체제에서 벗어나 있었는데, 이와 같은 관행이 철퇴를 맞게 된 것이다. 

    그동안 중국기업은 2013년 체결된 미중 회계협정에 따라 미국에서 중국식 회계기준에 따르는 것이 허용됐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이 회계협정에 따라 중국기업의 감사자료를 PCAOB에 넘기기로 돼있지만, 국가기밀 등을 이유로 협조가 원활하지 못했다. PCAOB가 중국기업의 회계감사를 수행하는 것도 해당 기업이 거부하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미 상원에서 외국기업의 회계감사를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문제의 미중 회계협정 역시 곧 폐기될 전망이다.

    루이싱커피 상장폐지 계기로 관리공백 불거져

    중국기업의 회계 감시·감독 문제는 지난 6월 루이싱커피가 상장폐지되면서 불거졌다. 지난 4월 루이싱커피는 지난해 2~4분기 매출이 최소 22억 위안(약 3800억원) 부풀려졌다고 회계부정을 시인하면서 큰 충격을 줬다. 

    당초 '중국판 스타벅스'라고 불리던 루이싱커피는 2019년 5월 나스닥에 상장한 지 11개월 만인 지난 6월29일 거래가 정지됐다. 전 세계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는 수조원에 이르고,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한국인 투자자들도 157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 보고서 권고안이 당장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규칙 정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위원회가 얼마나 신속히 움직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론수렴 과정이 최대 두 달까지 걸릴 수도 있다. 권고안이 11월 대선 전까지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