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진위 확인될 때까지 국정원장 유보해야"… 민주당 "낙마 사유 아니다" 강행 태세
  • ▲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하태경(우) 미래통합당 의원이 2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가 국정원장으로 부적격하다고 강조했다. ⓒ권창회 기자
    ▲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하태경(우) 미래통합당 의원이 2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가 국정원장으로 부적격하다고 강조했다. ⓒ권창회 기자
    박지원 국정원장후보자가 북한에 경제자금 30억 달러 지원 내용이 담긴 '이면합의서'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확산하는 가운데, 미래통합당은 28일 합의서 진위가 확인될 때까지 박 후보자 임명을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와 함께 박 후보자의 단국대학교 허위 학력 의혹에 따른 교육부의 감사 착수도 촉구했다.

    통합당 "박지원, 말 네 번이나 바꿔... 신뢰 못해"

    미래통합당 정보위원으로 활동 중인 하태경·이철규·조태용·주호영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면 합의서 진위 파악을 위한 국정조사 추진 및 여당의 참여 촉구 △문재인 대통령의 이면합의서 진위 파악 △박 후보자의 단국대 허위 학력 등에 따른 교육부 감사 착수 등을 주장했다.

    박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27일 진행됐다. 단국대 허위 편입 등 학력 의혹에 이어 2000년 6·15남북평양회담 당시 북측에 30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4·8비밀합의서'(이면합의서) 관여 의혹 등이 새롭게 나왔다. 

    박 후보자는 허위 학력 의혹과 관련 "정당하게 단국대에 편입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비밀합의서와 관련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당시 (남북이 합의서 내용을) 논의하기는 했지만 합의문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번복했다.  

    통합당은 이 같은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답변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하태경 의원은 "주호영 의원이 (어제) 처음에 이면합의서를 들었을 때 즉각 (박 후보자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가 두 번째 질의 과정에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며 "오후에 다시 질의했을 때 '위조다'라고 했고, 저녁 먹고 비공개 (청문회를)할 때는 '(이면합의) 논의는 했지만 합의문을 작성하지는 않았다'며 답변의 초점을 네 번이나 바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30억 달러 이면합의서에 대한 저희들의 입장, 결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면합의서의 진위를 확인할 때까지 국정원장 임명을 유보해야 한다"며 "확인도 안 하고 임명할 경우 국가안보에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또 "국회가 대통령의 판단에 도움을 줘야 하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도 이면합의서 관련 국정조사에 동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후보자의 학력 위조 의혹과 관련해서는 "후보자가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교육부 감사를 촉구했다.

    민주당 "결격사유 아냐" 부동의

    반면, 민주당은통합당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단국대 학력문제도 후보자 낙마의 결격사유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면합의서와 관련해서는 "박 후보자가 강력하게 부인하고 저희 나름대로 그 당시 회담 관계자들에게 개인적으로 확인했는데, 그분들은 모두 부인했다"며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데 오래 걸릴 것이고 검찰 수사가 되지 않는 한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27일 공개된 '4·8비밀합의서' 사본에는 '북측에 2000년 6월부터 3년간 25억 달러 투자 및 경제협력차관을 사회간접부문에 지출한다. 남측은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하여 5억 달러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던 박 후보자가 합의서에 서명한 것으로 돼 있다.

    박 후보자는 2003년 6월18일 '5억 달러 대북 불법송금' 의혹 등으로 구속됐다. 대법원은 이후 2006년 9월28일 대북송금 과정에서 직권남용,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을 유죄로 보고 징역 3년과 추징금 1억원을 확정했다. '30억 달러 비밀합의서'는 여기서 25억 달러의 추가 투자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새로운 의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