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텐그룹 샤오 회장, 2017년 춘절 전날 납치… 계열 금융사 9곳 중국 정부가 국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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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금융당국이 실종된 중국 재벌이 거느렸던 여러 개의 보험사·투신사·증권사를 국유화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 ▲ 중국 금융당국이 지난 17일 밍텐그룹이 소유한 금융회사 9곳을 국유화했다. 사진은 밍텐그룹 홈페이지. 총수가 실종된 이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듯 하다. ⓒ밍텐그룹 홈페이지 캡쳐.
중국 당국이 상장된 기업을 국유화한 것을 두고 신문은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는 가운데 자유시장경제에 치명타를 입히고 기업에는 불신을 안긴 조치”라고 지적했다.
3년 전 오너 실종된 밍텐그룹 계열 금융사 9개 국유화
신문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은행보험관리감독위원회와 증권관리감독위원회를 앞세워 국유화한 기업은 ‘밍텐(明天)그룹’ 계열사인 화샤생명보험·텐안재산보험·텐안생명보험·신스다이신탁·신화신탁·뉴타임스신탁·뉴차이나신탁·신스다이증권·궈성증권 등 9개 금융회사다.
“이번에 중국 당국이 경영권을 박탈한 회사들은 모두 부패문제로 조사받은 것으로 알려진 샤오젠화 회장의 밍텐그룹 계열사들”이라며 “그는 대리인을 내세워 다수의 금융기업을 지배했는데, 중국 당국이 이를 금융 안정에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우려해왔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문제는 중국이 국유화한 회사 대부분이 상장기업이어서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국유화한 회사의 가치는 최소 1조2000억 위안(약 206조67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중국 경제신문 ‘재경보’의 평가다.
이들 회사를 거느렸던 ‘밍텐그룹’은 2017년 1월 홍콩에서 실종된 중국 금융재벌 샤오 회장이 세운 기업집단이다. 샤오 회장은 2016년 말 평가재산이 60억 달러(약 7조2200억원)에 달하는 부자였지만, 그의 재산 형성 과정은 세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홍콩서 납치된 밍텐그룹 샤오 회장, 중국 공산당 권력층 연계 의혹
2017년 1월 당시 SCMP는 “샤오 회장과 그의 경호원 2명이 춘절 전날인 27일 새벽 1시 홍콩 포시즌스호텔 레지던스 아파트에서 5~6명의 중국 사복공안에게 체포돼 본토로 송환됐다”며 “당시 샤오 회장은 머리에 두건을 쓴 채 휠체어에 실려 끌려갔다”고 전했다. -
이튿날인 28일 샤오 회장의 가족이 홍콩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29일 샤오 회장이 가족들에게 안전하다고 전화해 도움 요청을 철회했다는 것이 당시 보도였다.
- ▲ 밍텐그룹을 설립한 샤오젠화 회장. 1972년생이라고 한다. 2017년 1월 홍콩 포시즌즈 레지던스에서 휠체어에 탄 채 어디론가 끌려가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지만 이후 샤오 회장은 불법자금거래, 부정부패 혐의로 조사받는다는 소식만 간간이 나올 뿐 그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현재 국내 언론은 “샤오 회장이 시진핑 집권 초기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홍콩으로 도피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샤오 회장 실종 당시의 보도는 결이 다르다.
“2012년 6월 블룸버그통신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큰누나 치차오차오와 자형 덩쟈구이, 그들의 딸이 가진 자산이 3억7600만 달러(약 4500억원)에 달한다고 폭로했을 당시 이들 가족의 재산 형성과 관련 있는 인물로 샤오 회장을 지목했다”고 문화일보가 2017년 2월 보도했다.
당시 신문은 “시진핑 주석이 반부패로 쌓아올린 정치적 기반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가족들에게 재산을 처분하라고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과정에서 치차오차오 부부가 설립한 부동산투자업체 지분을 소유했던 샤오 회장이 홍콩으로 도피했다는 설이 돌았다”고 전했다.
다른 이야기도 있다. 2017년 2월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원프레스(博聞社)는 “샤오 회장의 불법적인 거래에 장쩌민 전 주석과 쩡칭훙 전 국가부주석의 친인척이 연루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즉, 샤오 회장이 시진핑의 반대파인 태자당 추종세력이라는 말이다.
아무튼 중국 당국이 샤오 회장의 기업을 처분할 조짐은 2년 전부터 보였다. 2018년 3월 SCMP는 “밍텐그룹이 1500억 위안(약 25조8400억원) 규모의 자산 매각을 시작하며, 매각대금은 은행대출 상환에 쓰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신문은 “밍텐그룹이 대규모 자산 매각에 나선 것은 중국 당국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