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28년 만에 수요집회 장소 보수단체에 내줘… 자유연대 "정의연, 자리 지키려는 노력 없었다"
  • ▲ 보수단체 '자유연대'가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첫 집회를 열고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퇴와 정의연 해체를 촉구했다. ⓒ정상윤 기자
    ▲ 보수단체 '자유연대'가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첫 집회를 열고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퇴와 정의연 해체를 촉구했다. ⓒ정상윤 기자
    우파 시민단체 '자유연대'가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첫 집회를 개최했다. 28년간 지켜오던 자리를 빼앗긴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평화의 소녀상 인근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정기 수요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는 큰 충돌 없이 진행됐으나, 두 단체 모두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겠다"고 해 '자리싸움'의 여지를 남겼다.

    24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자유연대의 첫 집회가 열렸다.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자유연대가 연 집회에는 회원과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퇴와 정의연 해체를 외쳤다. 

    이들은 위안부 피해자 고(故) 심미자 할머니의 일기장에 적힌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연의 전신)은 위안부 피 빨아먹는 거머리'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쳤다.

    "정대협, 위안부 피 빨아먹는 거머리"

    자유연대는 평화의 소녀상 앞을 선점한 것과 관련 "자리를 빼앗은 것이 아니라 정의연이 자리를 내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의연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앞세워 돈벌이에 나섰다 볼 일이 끝나니 출구전략을 썼다"며 "(평화의 소녀상 앞) 자리를 지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자유연대는 또 "정의연은 지금 약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며 "지금 내리는 비는 할머니들 마음에 대못을 박은 윤미향을 향한 눈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언론을 향해서도 28년간 윤미향 의원이 할머니들을 이용하도록 방조한 책임이 있는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자유연대는 앞으로도 계속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 ▲ 대학생단체인 '반(反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학생공동행동)' 소속 대학생 10여명이 23부터 소녀상 앞을 점거한 채 시위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권창회 기자
    ▲ 대학생단체인 '반(反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학생공동행동)' 소속 대학생 10여명이 23부터 소녀상 앞을 점거한 채 시위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권창회 기자
    자유연대가 이날 집회를 개최한 장소는 평화의 소녀상에서 20m 떨어진 곳이다. 자유연대는 이날부터 7월 중순까지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좌파성향 대학생단체인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학생공동행동)' 소속 대학생 10여 명이 전날부터 소녀상 앞을 점거한 채 시위를 이어간 탓에 집회 장소를 옮겨야만 했다.

    자유연대는 이날 집회에 앞서 소녀상 앞에서 시위하는 대학생단체에 자리를 비켜달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투쟁해온 장소를 보수단체에 내줄 수 없다"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혹시 모를 충돌사태에 대비해 출동한 경찰은 학생공동행동을 향해 "집회신고도 없이 다른 단체가 집회를 열기로 한 평화의 소녀상 앞을 무단점거하고 있다"며 세차례에 걸쳐 해산을 요청했으나 이들은 응하지 않았다.

    경찰, 소녀상 앞 집회 장소 무단점거 대학생단체 수사하기로

    경찰은 조만간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학생공동행동을 수사하기로 했다. 자유연대는 "청년단체가 신고도 없이 장소를 점유했는데 경찰은 아무런 대응이 없다"며 "25일 종로경찰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을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반발했다.
  • ▲ 정의연은 평화의 소녀상에서 10m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앞에서 정기 수요집회를 열고 정의연과 윤미향을 지켜내자고 외쳤다. ⓒ정상윤 기자
    ▲ 정의연은 평화의 소녀상에서 10m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앞에서 정기 수요집회를 열고 정의연과 윤미향을 지켜내자고 외쳤다. ⓒ정상윤 기자
    이날 평화의 소녀상에서 10m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는 정의연이 주최하는 제1445차 정기 수요집회도 열렸다. 28년 만에 집회 장소를 옮긴 정의연은 수요시위에 대한 모욕과 방해를 중단하라고 외쳤다. 

    정의연은 "정의연을 괴롭히는 진짜 파렴치한 사기꾼 집단은 정의연과 윤미향 의원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털끝만큼도 없다"며 정의연과 윤미향 의원을 지켜내자고 소리쳤다.

    이들은 또 자유연대의 소녀상 앞 자리 선점과 관련해서는 "다가갈 수 없는 슬픔의 협곡을 지켜보고 있다"며 "(장소 선점은)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뿌리채 흔드는 반역사적, 반인권적 행태"라고 반발했다. 이어 "가슴이 찢기고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돼도 자리를 지키겠다"며 "그것이 고인이 된 피해자들의 뜻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후 1시까지 진행된 자유연대와 정의연의 집회는 직접적 충돌 없이 무사히 마무리됐다. 이들 단체는 집회를 마치며 "해산할 때 상대 단체와 언어적·물리적 마찰을 빚지 말고 가급적이면 뒤로 돌아가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