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채팅서 "강간당하고 싶다" 속여 성폭행 유도… "속아서 강간 상황극 한다고 인식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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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뉴데일리 DB
    법원이 랜덤채팅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거짓으로 '강간 상황극'을 유도한 남성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반면 그에게 속아 실제로 여성을 강간한 남성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용찬)는 4일 주거침입 강간교사 혐의로 구속된 A씨(29)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A씨의 교사로 실제로 피해 여성의 주거지에 침입해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B씨(39)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A씨는 지난해 8월 랜덤채팅 앱에서 자신을 35세 여성이라고 속이고 "강간당하고 싶은데 만나고 상황극을 할 남성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B씨는 이 채팅을 보고 A씨에게 연락했고, A씨는 B씨에게 자신이 살지 않는 가짜 주소를 알려준 뒤 찾아오라고 했다. 

    B씨는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A씨가 알려준 주소로 찾아가 그곳에 살던 여성을 성폭행했다. A씨와 B씨, 피해 여성은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 

    A씨의 변호인은 "B씨에게 강간을 교사한 것이 아니고, 상황극을 하자고 한 것일 뿐"이라며 "실제 강간에 이르게 될 것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B씨 측 변호인은 "B씨는 A씨에게 완벽히 속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벌였다"며 "강간의 범의가 없었고, B씨는 도구로 이용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결심에서 "피해자의 고통을 무시하고 인격을 존중하지 않은 범죄로 죄질히 극히 불량하다"면서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15년형, 7년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에게 속아 강간범 역할을 한 B씨에게는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봤다. B씨가 합의에 의한 강간 상황이라고 인식했을 뿐 실제 성폭행임을 인지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범행 당시 집에 있는 것을 확인한 후 B씨에게 피해자의 집으로 찾아가도록 했다"며 "B씨가 실패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고, 피해자 강간을 위한 메시지를 보냈으며, 강간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A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적용한 주거침입 강간교사가 아닌 주거침입 강간죄의 간접정범으로 처벌했다. 간접정범은 다른 사람을 '도구'로 이용해 범행했을 때 적용된다. 

    B씨와 관련해서는 "강간 상황극이 아니라 실제인지 알면서 범행했다는 의심이 든다"면서도 "A씨에게 속아 강간범 역할을 하며 성관계한다고만 인식한 것으로 보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다만 "민사적으로는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