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 김종인 요구 땐 "논란 소지" 반대하더니…"가만히 있을 수 없다" 靑 강행 의지
  • ▲ 청와대 본관. ⓒ뉴데일리 DB
    ▲ 청와대 본관. ⓒ뉴데일리 DB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여야가 합의하지 못할 경우 대통령이 긴급재정명령권을 발동하는 방안을 청와대가 검토하기로 했다. 4·15총선 전 김종인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이 "당장 발동하라"고 촉구했을 때는 부정적이었지만,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 뒤 긍정적으로 방침이 바뀐 모습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3일 "아주 극단적인 경우지만, 이번 임시국회가 끝나는 다음달 15일까지 합의가 안 된다면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끝내 국회에서 처리가 안 된다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며 "재정명령권 발동도 가능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5월 중에 소득 하위 70% 가구에 4인 기준 10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어 시간이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대통령은 헌법 76조 1항에 따라 중대한 재정·경제상 위기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수 없을 때 법률의 효력을 갖는 명령을 발표할 수 있다. 이달 임시국회 회기는 다음달 15일까지로, 그 이후에는 21대 국회 개원까지 입법부의 공백이 이어진다.

    김종인 "文대통령이 직무유기" 경고

    앞서 김종인 전 통합당 선대위원장은 국회 처리를 기다리지 말고 당장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재정긴급명령권을 발동해 재원을 확보하고 그 재원을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면서 "경기도지사나 서울시장 같으면 자기들 나름대로 재난지원금을 베풀어주는데, 중앙정부서 해야 할 마땅할 일을 대통령이 직무유기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당시 청와대는 "아직 임시국회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자칫 긴급재정경제명령권 카드가 거론될 경우 논란의 소지가 많다. 여야 합의가 우선"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선거를 앞두고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면 모양새가 좋지 않아 보일 것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는 국회에 제출된 정부 안이 여야 합의로 문제 없이 처리될 것이라는 예측이 전제된 판단이었다.

    그러나 정부 안은 여당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난파선'이 됐다. 총선 직전인 지난 13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예고 없이 "고민정 후보를 당선시켜주면 저와 민주당은 100% 국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드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공약했고, 고 후보는 실제로 당선됐다.

    홍남기 '재정건전성' 소신으로 당·정 엇박자

    민주당은 총선이 끝나자 국채 발행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로 정부 안 수정에 나섰다. 정부가 당초 제출한 7조6000억원 추경예산에서 3조~4조원 정도 증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재정건전성' 등을 이유로 반대 소신을 지키면서 당·정이 엇박자를 냈다.

    결국 문 대통령은 22일 참모들과 만나 긴급재난지원금 문제와 관련 "어쨌든 매듭을 빨리 지어야 한다"고 당부한 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하되 사회 지도층과 고소득자의 자발적 기부 형식으로 재정부담을 줄이는 절충안 검토를 지시했다. 

    이에 당·정·청이 한 몸인 가운데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그 부담이 청와대와 정부에 전가될 수 있기 때문에 억지로 부자들에게 화살을 돌려 갈등을 봉합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김정재 미래통합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통합당은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본 국민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으며, 선거 이전부터 지금까지 일관적으로 주장했던 바"라며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이 재난지원금마저 행여 자신들의 이익에는 도움이 되는지를 골몰하며 미루기만 하고 있다. 국민 앞에 보여주고 있는 낯부끄러운 행태"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