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책임‧공정성 강화 계획 달라" 재승인 연기… 정치권 "총선용 재갈 물리기" 비판
  • ▲ '종편 예능'의 신기원을 이룩한 것으로 평가받는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터트롯'. ⓒ'미스터트롯' 포스터
    ▲ '종편 예능'의 신기원을 이룩한 것으로 평가받는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터트롯'. ⓒ'미스터트롯' 포스터
    '미스‧미스터트롯' 시리즈와 '도시어부' 등을 히트시켜 종합편성채널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TV조선과 채널A에 '재승인 보류' 결정이 떨어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6일 서면으로 진행한 제15차 위원회에서 오는 31일로 승인유효기간이 만료되는 YTN과 연합뉴스TV에 대해 '재승인'을 의결했다. 그러나 내달 21일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TV조선과 채널A에 대해서는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편성‧보도의 독립성 강화 등을 위한 양사의 보완계획을 받아본 뒤 판단하겠다"며 최종 결정을 뒤로 미뤘다.

    방송계에선 양사 모두 상대적으로 '약점'으로 지목됐던 오락·교양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고, 2017년 재승인 심사 당시 부과된 이행실적을 모두 충족한 데다, 지난해 법정제재를 받은 건수(채널A 1건)도 적어 이같은 결정이 다소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개선책이 '미흡하다'는 판단을 받을 경우 재승인이 거부될 수도 있기 때문에 TV조선과 채널A 모두 이번 방통위의 결정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방송 관계자는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의혹을 다룬 검찰 공소장 전문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공개한 것에 대해 일종의 보복을 당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그 일로 어느 정도 파장이 일 것으로 생각은 했지만 종편 재승인 문제를 걸고 넘어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TV조선, 공적책임 점수 '과락'… '재승인 거부' 사유 발생


    방통위에 따르면 이번 재승인 심사에서 TV조선과 채널A는 각각 653.39점과 662.95점을 받았다. 총점 1000점 중 650점에 미달하면 '재승인 거부'나 '조건부 재승인' 대상이 되는데, 두 곳 모두 기준점을 넘겨 기본적인 재승인 요건은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TV조선의 경우 방통위가 '중점심사사항'으로 꼽은 방송의 공적책임 부문에서 104.15점을 받아 기준점에 미달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총점이 650점 이상이라도 중점심사사항에서 심사 기준점에 못 미치면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거부 사유가 된다.

    채널A는 재승인 심사에서 기준점을 모두 넘었으나 공적책임과 공정성 항목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109.60)를 받아 심사위원으로부터 독립성 강화 계획 등을 주문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다수 언론에서 '보류'라는 표현을 써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다"며 "종편의 경우 심사위원회에서 제기된 의견들이 많아, 추가 확인이나 청문 절차를 밟기 위해 최종 결정을 늦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자료에서 밝힌 것처럼 TV조선과 채널A에 대해서는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부문과 편성‧보도의 독립성 강화 등을 언급한 심사위원들의 의견 제시가 좀 있었다"며 "이에 이들의 의견을 곧장 재승인 조건으로 붙일지, 아니면 권고만 할지, 권고를 한다면 어떤 문안으로 할지 등을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따라서 "종편사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니 그것을 확인하고 나서 재승인을 의결하겠다는 것이지, 지금 당장 의결해야 하는데 점수가 부족해서 의결을 보류한다는 뜻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재승인 결정 보류, 총선 직전 '종편'에 재갈 물린 것"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를 다르게 해석하는 모습이다. 방통위가 내세운 양사의 재승인 보류 사유가 심사위원의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공정성' 부문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인 배경이 깔린 결정이라는 시각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대출 미래통합당 의원은 27일 "4·15 총선을 20일 앞두고 초유의 신(新)언론탄압 사태가 벌어졌다"며 "청와대가 허가권을 빌미로 두 종편에 재갈을 물리고 빗장을 걸었다"고 규탄했다.

    박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원하는 공정성은 '코드성'이고, 공적책임은 '땡문뉴스'에 충실하라는 것이냐"며 "그래서 YTN와 연합뉴스TV는 공적책임을 다하고 공정성을 지켰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방통위가 재승인이 연기된 두 종편에 대해 '4월 21일 전까지 재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것은 승인유효기간을 핑계로 선거 때까지 입도 뻥긋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처럼 알아서 기거나 그냥 조용히 있으라는 엄포는 군사정권도 안 하던 방식"이라며 "여기가 북한인가. 나치 시대의 독일인가"라고 개탄했다.

    끝으로 "방통위는 친문·친위대 행동대장이 아니라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지켜야 할 곳"이라며 "선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당장 TV조선과 채널A의 재승인 여부를 결정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