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한국인 격리' 중국에 상응조치 촉구… 네티즌 "퍼주고 뒤통수" "마스크 토해라" 분노
  • ▲ 서울시가 서울 지하철 역내에 내건 중국 응원 광고.ⓒ뉴데일리DB
    ▲ 서울시가 서울 지하철 역내에 내건 중국 응원 광고.ⓒ뉴데일리DB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등 일부지역에서 한국인 입국자 격리 조치에 들어갔다. 중국에서는 한국인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우리 네티즌은 속국 취급을 당한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가운데, 야권에선 26일에도 중국인 입국 통제를 통해 외래 감염원 유입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5일 웨이하이시는 제주항공을 타고 도착한 탑승객 163명을 우한폐렴(코로나-19) 차단을 이유로 전원 강제격리했다. 이 중 우리나라 국민은 19명이 포함됐고, 앞으로 14일간 호텔에 갇히게 됐다. 

    중국 당국이 이처럼 외국발 항공편 승객 전원을 강제격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우리 외교당국과 사전에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5일(현지시각)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독일 베를린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우리도 중국에 대해 상당히 자제하는 대응을 했는데, 중국도 상응해서 자제하는 과도한 대응이 되지 않도록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랴오닝성 선양시와 지린성 옌지시도 이날 한국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승객을 호텔이나 자택으로 이동시켜 14일간 격리에 들어갔다. 산둥성 칭다오시 역시 '24일부터 한국발 입국자 전원을 격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매체인 중국산업경제망의 보도에 따르면 칭다오시는 격리 조치 이유로 "칭다오와 웨이하이는 약 10만 명 정도의 한국인이 머물 정도로 한국과 밀접해 시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중국 지방정부의 조치와 별도로 중국 내에서는 한국인 입국을 통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24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편집인은 자신의 SNS에 "전염병이 한국에서 역류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Global Times)는 24일 사설에서 "서울과 부산의 지하철은 여전히 춭퇴근 승객으로 붐빈다"며 "이런 나라들이 전 세계에 중국보다 더 큰 위협이 될 것"(could be a greater threat to the world than China)이라고 썼다.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한국인들이 칭다오로 피난한다'는 소문을 비롯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방역을 유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명수 "상호주의에 입각, 우리도 상응하는 차단조치 내놔야"

    보수야권에서는 이날도 중국인 입국 차단 등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명수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초동대처 미흡, 중국 입국자 전면제한 조치 미이행, 격리자 감염 관리 미흡,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의 원활한 공급 부재, 중국인유학생 대책 부실, 부족한 음압병실" 등 문제점을 나열한 뒤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격상하는 등 전염병 관리체계의 대대적 개편"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후 본지 취재진과 만난 이 의원은 중국의 한국인 격리조치와 관련해 "우리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강경화 장관이 중국에 자제를 촉구했다고 하는데, 그런 말 한마디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현지에서 전하는 바에 따르면 격리된 우리 국민이 큰 불편과 부당한 대우를 겪고 있다고 한다. 이 점부터 외교당국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에서 보더라도 이제 우리 정부가 중국인 입국자를 속절없이 받아들이기 위한 명분도 사라졌다"며 "정부는 외래 감염원 유입 차단을 위해 입국단계에서만이라도 중국인들을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통합당 "바이러스 총량 줄이려면 중국인 차단해야"

    심재철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바이러스 총량을 줄여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만희 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지방정부의 조치일 뿐이라며 제대로 된 항의 한마디 못하는 문재인 정권을 보면서 국민은 차라리 입이라도 다물고 있으라고 분노를 터트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리공화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현성 우리공화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문재인 정권이 대륙에 보내는 끝없는 사랑에도 불구하고, 중국마저 현지 공항에 도착한 제주발 항공기 탑승자 전원을 격리조치하는 일까지 벌어져 대한민국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며 "하루가 다르게 커져가는 중국폐렴으로 인한 국민들의 수모와 고통에 제대로 대국민 사과를 하라"라고 일갈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이수진 최고위원이 "우리 국민이 해외 공항에 입국하자마자 격리되고 귀국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고 언급한 것 외에 별다른 견해를 내지 않았다.

    강규형 교수 "통치할 능력 없으면 통치권 내놔야"

    한편, 인천시가 웨이하이시에 지난 12일 마스크 2만 개를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관련 기사 댓글에는 "마스크 토해내라, 배은망덕한 중국인들" "다 퍼주고 뒤통수 맞았네' 등 분노 섞인 의견을 비롯해 "중국이 거부하는 첫 국가가 됐군" "저게(격리조치) 정상이다. 우리가 비정상이다"라는 한탄도 보였다. 

    강규형 명지대학교 교수는 문재인 정권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26일 본지와 통화에서 "중국은 과학적 근거를 들어 한국인 입국 차단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중국인을 똑같은 과학에 근거해 대우하면 된다"며 "그런데도 중국인 통제를 망설이는 이 정부의 종중(從中) 의식 탓에 상황은 통제불가로 접어들었다. 시간이 지나도 이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교수는 이어 "자꾸 특정지역과 특정종교집단 등을 희생양 삼아 책임을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통치할 능력이 없다면 통치권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