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력대응 한다면" 전제는 달았지만… 이해식 대변인 "당국 예상 적중" 황당한 자화자찬
  • ▲ 정세균(오른쪽 두번쨰) 국무총리가 20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정 총리는 '코로나'를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국무조정실
    ▲ 정세균(오른쪽 두번쨰) 국무총리가 20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정 총리는 '코로나'를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국무조정실
    우한폐렴이 지역사회로 전파되기 시작했는데도 정부여당은 안일하게 대처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온다. 18~19일 불과 이틀 만에 확진자가 51명이 추가됐는데도 정부는 추가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0일 "그리 걱정할 일 아니다"라는 논평까지 내놨다.

    대응단계 상향 요구에... 김강립 차관 "추가적 관찰 검토 필요"

    20일 오전 현재 국내에서 우한폐렴(코로나-19) 확진자는 모두 82명으로 급증했다. 전날보다 31명 늘었다. 보건당국은 우한폐렴의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됐다면서도 "효과적인 대처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이날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차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감염 원인과 경로에 대한 확인이 어려운 감염사례가 서울·대구 등 일부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코로나-19의 감염 진행이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효과적인 대처 방안'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대응단계를 높이라는 요구에는 "지역사회 전파가 일부지역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을 감안했을 때는 추가적 관찰이 필요한 상태"라며 "각 단계의 격상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19일 대한의사협회가 "지역사회 감염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감염병 대응단계를 '심각'으로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이 같은 전문가들의 인식과 다른 진단을 내린 것이다.

    정세균, 현안회의서 '코로나' 언급 안 해… 민주당 "그리 걱정할 일 아냐"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우한폐렴과 관련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정 총리는 회의 안건으로 '지역 민생규제 혁신방안'을 상정하고는 "규제혁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공직자의 자세를 바꾸는 것"이라며 "무사안일은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11시 권영진 대구광역시장과 통화했다. 정부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에 별다른 메시지조차 내지 못한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다"라는 논평까지 내놨다. 이해석 민주당 대변인은 오전 현안 브리핑에서 "지역사회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코로나-19 대응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며 "이러한 대응체계를 기본으로 모든 국민적 역량을 모아 총력대응한다면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도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번 주부터 중대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방역당국의 예상은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함으로써 적중하였다"고도 말했다. 

    여권, 시진핑 방한 노리나 "총선 앞두고 대국 인사 방문 희망 이어가"

    야당은 정부여당의 인식이 안일하다며 공세를 높였다. 20일 김성원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우한폐렴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그저 남탓 타령에 연일 방역쇼만 펼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중국 눈치보기 대응, 부족한 방역대책으로 온 나라가 대혼란에 빠지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4·15총선을 앞두고 그들(여권)이 말하는 대국 인사 방문의 실낱 같은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 근본적인 방역대책을 외면하고 있다면, 국민들께 그야말로 분노의 심판을 받을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도 경고했다. 여권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총선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중국인 입국금지와 같은 강력한 조치를 꺼린다는 비판이었다.

    조경태 미래통합당 의원은 "중국인 입국을 즉각 중단시키라"고 촉구했다. 조 의원은 20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아 방역에 실패한다면 전염 속도는 기하급수적일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라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조치를 시행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신업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코로나가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을 기다렸다는 듯 추가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며 "이미 늦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이념과 정치적 계산에 대입하는 것을 멈추고 정부는 지금이라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지역 방어망을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명돈 서울의대 교수 "무증상 감염" 공식 인정

    우한폐렴의 위험성과 관련한 전문가들의 위기감은 점점 더 높아지는 상황이다. 오명돈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무증상 전파를 공식 확인했다. 

    오 위원장은 "감염병 학술지(The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에 감염자가 생긴 가족 클러스터에서 증상 없는 가족이 다른 가족에게 전파시킨 사례가 이미 보고돼 있다"며 "증상이 없어도 전파는 가능하지만 증상이 발생한 후 전파 동력이 유행을 끌고 간다"고 말했다. 국내에 증상 없이 입국한 무증상 감염자가 지역사회를 감염시켰을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한편, 지난달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중국인 입국금지 요청' 청원은 20일 오후 3시 현재 참여 인원이 72만 명을 넘어섰다. 청원 마감은 오는 22일로, 청원이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을 경우 정부 또는 청와대의 답변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