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유승민 '공천불만' 여과 없이 드러내… 중진들 잇따른 희생에도 '4선 노림수'
  • ▲ 이혜훈 미래통합당 의원이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과 주고받은 문자가 언론 카메라에 잡히며 논란이 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혜훈 미래통합당 의원이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과 주고받은 문자가 언론 카메라에 잡히며 논란이 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총선이 55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당의 예비후보자들 간 공천경쟁이 뜨겁다. 야권통합을 이뤄내며 장밋빛 총선을 기대하는 미래통합당에서도 공천경쟁은 치열하다. 현역 의원들과 원외 예비후보들은 공천받기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한다.

    하지만 공천을 위해 아름다운 노력을 다하는 후보들이 있는 반면, 현역 의원 신분을 무기로 공관위를 압박하는 인사들도 있다. "3대 원칙만 지키면 공천 지분을 요구하지 않겠다"던 새로운보수당 출신 몇몇 의원들 이야기다.

    지난 19일, 이혜훈 미래통합당 의원이 유승민 의원과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면이 한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이 같은 상황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문자에서 두 의원은 미래통합당 공천과 관련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혜훈 "지금은 1분 차이로 명운이 갈릴 수도 있다 보니"

    공개된 문자메시지에서 유 의원은 "이언주나 새보수당이나 통합은 마찬가지인데 이언주는 험지인 경기 광명을 피해서 부산으로 단수공천받고, 이혜훈은 컷오프, 지상욱·민현주는 수도권 경선, 하태경은 경선. 이런 식이 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 김형오 의장님의 공천에 원칙이 뭐냐는 반발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제 김무성 대표의 지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의원은 "네, 죄송해요. 대표님께 채근하는 것 같아서요. 지금은 1분 차이로 명운이 갈릴 수도 있다 보니 무도하게 구는 것 용서해주세요"라고 답했다. 

    유 의원은 "(자신의 문자를 지칭하며) 이렇게 보냈고, 김세연에게도 보냈다. 괜찮다. 김형오가 갈수록 이상해지네"라고 이 의원을 다독였다.  

    두 의원이 주고받은 문자 내용을 종합해보면, 자신의 공천에 위기감을 느낀 이 의원이 유 의원에게 공천 관련 애로사항을 황급하게 전달했고, 이에 유 의원은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과 김세연 공관위원에게 장문의 압박성 문자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공관위 "공천 원칙과 방향 흔들려는 시도에 심각한 우려"

    공관위 측은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같은 날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최근 일부에서 우리 공관위의 원칙과 방향을 흔들려는 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이는 공관위의 혁신공천, 공정공천, 이기는 공천을 훼손하려는 중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으며, 불철주야 통합의 취지와 뜻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공관위에 대한 옳지 못한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공관위를 압박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유 의원과 이 의원의 행태가 그들이 했던 말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야권통합 과정에서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헌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는 거창한 3대 원칙을 주장하며 "이것만 받아들인다면 지분도, 공천권도 요구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은 미래통합당 창당 사흘 만에 과거를 잊은 듯, 공천 지분을 두고 공관위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통합당 의원 "이혜훈, 양지에 똬리 틀고 앉아 공천 달라 징징"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의 문자 노출이 계산된 행동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 의원은 서울 서초갑에서 3선을 달성한 중진 국회의원이다. 이번 총선에서 4선을 노린다. 기자들의 카메라가 항시 의원들을 주시하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유 의원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면 언론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의원이 몰랐을 리 없다. 

    미래통합당의 한 의원은 "대놓고 기자들 보라고 문자 보내고, 유승민 의원은 또 자기 식구들 공천 못 받을까봐 공관위에 문자 보내고, 챙겨주는 사람이 많아 부럽다"고 비꼬면서 "양지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자기 공천 달라고 징징거리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그냥 룰 대로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각 정당에서는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서 중진들의 용퇴 선언과 험지 출마론이 곳곳에서 나온다. 미래통합당 공관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TK를 포함한 당의 텃밭에 있는 중진들은 공관위에서 여러 가지 방향으로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특정인만 공관위가 추구하는 원칙을 피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의원도 예외가 아니다. 소문대로 그가 컷오프당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김광림·최교일... 중진들 잇달아 '귀한 결단' 내리는데 

    20일에도 미래통합당에서는 김광림·최교일 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미래통합당 불출마 선언자는 24명으로 늘었다. 경북 안동에서 내리 3선을 한 김 의원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승리를 위해 불출마를 선언한다"며 중진의 품격을 보여줬다. 서초갑은 보수성향 유권자가 많아 미래통합당에서는 대구·경북과 함께 수월한 지역구로 꼽힌다. 3선의 이 의원이 욕심을 버리고 중진다운 품격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