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밀 팔아넘긴 하버드대 교수부터 주요 대학 연구원까지…미국 방첩기관 색출 안간힘
  • ▲ 찰스 리버 하버드대 교수. ⓒ하버드대 홈페이지 캡쳐.
    ▲ 찰스 리버 하버드대 교수. ⓒ하버드대 홈페이지 캡쳐.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메사츄세츠주 연방 검찰이 하버드대 교수를 연구실에서 체포·기소했다. 검찰은 같은 날 보스턴대에서 연구원으로 있었던 20대 중국 여성도 기소했다. 이 여성은 이미 중국으로 떠난 뒤였다. 이들은 모두 중국 정부가 글로벌 우수인재 영입계획이라고 주장하던 ‘천인계획(千人計劃)’에 따라 스카웃 된 사람들이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중국에게 월급 5만 달러 받은 찰스 리버 하버드대 교수

    찰스 리버 하버드대 화학·생물학과 학과장은 바이오 나노기술의 세계적 석학이다. 리버 교수는 나노 테크놀로지의 아버지라 불리며 노벨 화학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학자다. 미국 검찰에 따르면, 그는 중국의 ‘천인계획’에 참여한 뒤 간첩으로 포섭됐다.

    미국 검찰은 “리버 교수는 미국 국방부와 국립보건원(NIH)로부터 1800만 달러(한화 214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아 기밀 프로젝트 연구를 주도하면서, 중국의 천인계획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며 “이는 우연이나 우발적인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고 워싱턴 타임스가 전했다.

    미국 검찰의 기소장에 따르면, 리버 교수는 중국 우한 이공대에 자신이 이끄는 연구 과정을 개설하면서 174만 달러(한화 20억 6900만원)를 지원받았다. 하버드대에서 연구중이던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몰래 빼돌려 우한 이공대에서 연구할 수 있게 만든 대가였다. 우한 이공대는 그에게 매달 5만 달러(한화 5900만원)의 급여를 주고, 성과급으로 몇 년에 한 번씩 생활을 위한 보너스를 지급했는데 금액이 15만 8000달러(한화 1억 8800만원)에 달했다.

    외신들은 리버 교수가 분자 생물학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는 점에 주목, 생물학과 융합한 나노기술을 중국에 넘겼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기소장에 따르면, 그는 우한 이공대를 대신해 국제특허를 신청하고, 국제 컨퍼런스를 조직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미국 검찰, 리버 교수 붙잡은 날 인민해방군 여군 중위도 기소


    리버 교수를 기소한 미국 검찰은 같은 날 보스턴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중국 인민해방군을 위해 연구를 하고 정보를 빼돌린 26세 중국인 여성 ‘옌칭 예’를 기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옌칭 예’는 평범한 유학생이 아니라 인민해방군 중위였다. 그는 검찰이 들이닥치기 전에 이미 중국으로 도주했다.
  • ▲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산업스파이 수배전단. 모두 중국 인민해방군과 관련이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산업스파이 수배전단. 모두 중국 인민해방군과 관련이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런데 이런 일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 미국 언론들의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미국 방첩기관들이 고민하는 중국 기술스파이 문제를 다뤘다. 당시 연방수사국(FBI) 관계자는 “현재 1000여 건의 간첩 활동을 조사 중인데 대부분이 중국과 연관이 있다”고 털어놨다.

    중국 스파이들은 미군이나 정부기관, 정보기관에 대한 첩보 수집보다는 영화사, 씽크탱크, 언론사, 유명 대학 등에 침투해 첩보수집은 물론 여론조성 등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미국 방첩기관들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들을 검거하는 것은 물론 강제추방하는 것도 어려웠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고 ‘아메리칸 퍼스트’ 정책을 추진하면서, 미국 방첩기관들은 중국 간첩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중국인에 대한 비자 관리 강화가 대표적 사례다. 실제 미국 정부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대학들은 2018년부터 중국인 유학생과 연구생을 받지 않고 있다.

    해외인재 영입한다는 ‘천인계획’, 실은 미국기밀 절취수단

    미국 방첩기관들에 적발된 중국 간첩 가운데 상당수가 ‘천인계획’으로 영입된 인물이라는 사실은 지난해 미국 언론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번에 붙잡힌 리버 교수 또한 ‘천인계획’으로 포섭됐다.

    ‘천인계획’이란 중국 정부가 “초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키워야 한다”며 2008년부터 1000명의 초일류 인재를 영입하겠다고 만든 프로젝트다. 중국은 2010년 혁신적 천인, 해외 천인, 소장학자 천인 등으로 인재를 재분류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영입했다.

    겉으로는 유망인재 영입이었지만 실은 미국의 대학교, 씽크탱크, 민간기업과 연구소에서 일하는 중국계 미국인 또는 미국인들을 포섭해 간첩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중국은 포섭한 지식인들을 미국 정부가 자금을 대는 연구계획에 접근하게 해 첨단기술을 빼돌리도록 만들었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 프로젝트와 똑같은 실험을 할 수 있는 ‘그림자 실험실’을 중국 각 대학에 만들었다.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 모니터’는 중국 천인계획의 가장 큰 위험성이 바로 ‘그림자 실험실’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는 미국 기술을 절취하려는 중국 간첩들의 행태를 설명한 보고서가 공개됐다. 보고서 가운데서도 상원은 ‘천인계획’에 주목했다고 사이언스 모니터는 설명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상원 청문회 이후 국립보건원 등은 1만 개 이상의 대학, 연구소에 중국의 침투 위험을 경고했다. 그 결과 수십여 개의 유명 연구기관에서 ‘부적절한 행동’이 드러난 중국계 연구원 수십여 명이 해고됐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