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정보국 요원 론 한센 증언… "中, 비밀 넘기면 '거액' 배신하면 살해협박"
  • ▲ 워싱턴 D.C. 인근 볼링 공군기지 내에 있는 美국방정보국(DIA) 본부.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워싱턴 D.C. 인근 볼링 공군기지 내에 있는 美국방정보국(DIA) 본부.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최근 국내에서는 “친중파가 매우 증가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보전문가는 물론 일반 시민들조차 ‘개화기 친일파’ 수준인 친중파들이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면서 “친중파들은 왜 중국공산당을 추종하는 걸까” 하고 묻는다. 그 내막을 엿볼 수 있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국 안보전문매체 <워싱턴프리비컨>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중국공산당을 위해 활동했던 전직 국방정보국(DIA) 요원인 론 록웰 한센의 이야기를 전했다. 론 록웰 한센은 자국 대통령에 대한 증오, 적국에 대한 호의적 태도와 관심, 거액의 뇌물 때문에 중국 측에 포섭됐다.

    미국 법무부 자료를 보면, 한센은 2006년 DIA에 채용됐다. 그 전에는 군에서 첩보요원으로 복무한 뒤 준위로 전역했다. 중국어와 러시아어에 매우 능통했고, 신호첩보(SIGINT)와 인간첩보(HUMINT)를 다뤘다. 경험이 많고 외국어 능력이 우수한 한센은 DIA에는 중요한 인재였다. DIA에 취업한 한센은 얼마 지나지 않아 1급 기밀을 다루는 보안허가를 받는다.

    한센을 포섭한 기관은 중국 정보기관 ‘국가안전부(MSS)’였다. <워싱턴프리비컨>에 따르면 MSS는 한센의 전화를 5년 동안이나 도청했으며, 2014년 초부터 첩보요원을 보내 그와 정기적으로 접촉하기 시작했다. MSS 첩보원은 한센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만날 때마다 중국 내부의 첩보를 조금씩 흘렸다. MSS가 흘린 첩보는 한센이 DIA 내부에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됐다.

    “중국 정보기관, 중요한 기밀 건네면 수십만 달러 줘”

    MSS는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이자 한센의 속내를 캐묻기 시작했다. 한센은 “이대로 가다가는 트럼프가 중국과 전쟁을 일으킬 것 같다”고 우려했다. MSS 첩보원은 “대국적 견지에서 전쟁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며 한센을 포섭했다. 한센은 결국 MSS 등이 미국 정보기관 내부로 침투하고 기밀을 빼내는 것을 돕기로 했다. 이후 한센은 MSS 측과 정례적으로 만났다.

    한센은 체포된 뒤 수사관에게 “나는 사실 트럼프를 증오하기 때문에 중국 간첩이 됐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나는 트럼프가 세계 어느 곳에선가 전쟁을 일으키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사람들이 이유 없이 죽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중국과 내통한 유일한 이유”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워싱턴프리비컨>이 전한 수사기록을 보면, 그가 중국 간첩이 된 것은 ‘전쟁 위험’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의 진술이다.

    “내가 MSS 측과 만났을 때, 그들은 어떤 첩보에 관심이 있는지 종류별로 설명했다. MSS 측과 관계를 맺은 뒤 나는 다양한 산업 컨퍼런스에서 나온 정보를 포함해 여러 가지 기밀을 넘겼고, 그들로부터 수십만 달러의 사례금을 받았다.”
  • ▲ 2016년 12월 5일 하와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이 사고로 고위 간부 출신 탈북자 2명이 숨졌다. 이들은 그 전까지 北보위부로부터 살해위협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당시 현지 TV보도화면 캡쳐.
    ▲ 2016년 12월 5일 하와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이 사고로 고위 간부 출신 탈북자 2명이 숨졌다. 이들은 그 전까지 北보위부로부터 살해위협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당시 현지 TV보도화면 캡쳐.
    미국을 배신하고 MSS 간첩이 된 한센은 이후 ‘신다’와 ‘화웨이’ 등 3가지 종류의 중국산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담당관(Handler)과 ‘안전하게 연락’했다고 한다.

    <워싱턴프리비컨>에 따르면, 한센은 미군의 ‘대중국 작전계획’을 넘긴 뒤MSS로부터 20만 달러(약 2억2500만원)를 받았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조서에 따르면, 한센은 “MSS가 돈세탁까지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DIA 요원이 기밀을 사는 데 50만 달러(약 5억6400만원)를 제안한다면 중국도 같은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수사관들이 “인색하기로 유명한 중국 정보기관이 그런 거액을 정말 주느냐”고 묻자 한센은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MSS가 한센 측에 항상 호의만 베푼 것은 아니었다. <워싱턴프리비컨>에 따르면, 한센은 MSS로부터 거액의 사례금만 받은 게 아니라 “배신하면 소리 소문 없이 죽는다”는 협박도 받았다. 한센의 주장이다.

    “중국, 러시아처럼 무식하게 암살하지 않는다”

    “베이징공안국이라고도 불리는 MSS는 잘 베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을 배신한 사람을 언제든지 죽일 준비가 돼 있다. MSS는 어느 나라처럼 외국에 사람을 보내 추적해 죽이지 않는다. 러시아와는 다르다.”

    한센이 말한 러시아 사례는 2006년 영국에 망명한 전직 첩보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를 방사성 물질 ‘폴로늄 210’으로 암살한 사건, 2018년 3월 역시 영국에서 일어난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에 대한 ‘노비촉’ 암살 시도를 가리킨다. 

    한센은 “MSS는 러시아처럼 그렇게 지저분하게 암살하지 않는다”며 “만약 당신이 암살 목표라면 그냥 자동차 사고로 죽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프리비컨>은 “검찰 기소장에 따르면, 한센은 DIA에 고용된 이듬해인 2007년 초부터 중국 정보기관들과 정기적으로 접촉했고, 이후 2013년부터 검거될 때까지 40여 차례 중국을 방문해 MSS와 그외 정보기관들로부터 80만 달러(약 9억원)를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프리비컨>에 따르면, 한센은 적발된 이후 형량 협상을 위해 MSS를 위해 일할 때 사용했던 노트북과 USB 등 전자기기들을 모두 사법당국에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센이 받게 될 형량은 최소 15년의 징역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를 기소한 유타주 검찰은 “미 정보기관의 전직 첩보요원이 수 년 동안 중국 정보기관에 협력해 그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한 사건”이라며 “한센을 통해 중국으로 넘어간 군사기밀은 미국에 손해를 끼치는 동시에 중국이 해외에서 영향력을 얻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