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측 "에이킨검프 인보이스, 동일성 확인해야"… 변호인 질의 누락한 '일방통행식' 사법공조 논란
  • ▲ 이명박 전 대통령. ⓒ박성원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 ⓒ박성원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삼성 추가 뇌물' 혐의와 관련,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미국 로펌 '에이킨검프' 인보이스에 대해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이 인보이스가 추가 혐의 증거로 이미 제출된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인보이스와 동일한지 여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검찰은 미국과 국제 사법공조를 통해 확보한 에이킨검프 인보이스가 '삼성이 이 전 대통령과 연관된 자동차부품회사 다스의 소송비용 51억여 원을 대납한 추가 뇌물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특히 검찰의 국제 사법공조 내용에 검찰의 '일방적' 질의 내용만 포함됐다며, 변호인 측이 진행한 사실조회에 대한 답변이 올 때까지 재판을 여유있게 진행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9일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속행공판을 열었다. 지난 10월21일 속행공판 이후 49일 만이다.

    지난 5월 검찰이 권익위로부터 에이킨검프가 삼성전자 미국법인(SEA)에 다스 소송비를 실비로 청구한 51억원 상당의 인보이스를 넘겨받고 공소장을 변경하면서 국제 사법공조 논의가 시작됐고, 미국 사법당국 측의 회신이 올 때까지 재판이 지연됐다.

    변호인 "동일성 없어보여…증거 안 된다" 주장

    이 전 대통령 측과 검찰은 이날 검찰이 제출한 에이킨검프 인보이스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제출한 에이킨검프 인보이스를 지난 6일 입수했다"면서 "이 인보이스의 증거능력이 입증되려면 검찰이 지난 5월 제출한 권익위 인보이스와 삼성 본사에서 압수수색한 인보이스, SEA에서 입수한 인보이스, 다스의 인보이스와 동일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울러 에이킨검프가 인보이스를 작성한 데서만 그치지 않고, 그것이 삼성으로 송달돼 자금을 수령했다는 것까지 인정돼야 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제출된 에이킨검프의 인보이스는 담당 변호사가 미국 법에 따라 위증죄 처벌을 받겠다는 선서하에 보낸 것"이라며 "피고인 측이 반 년간 검토한 권익위 인보이스와 완전히 동일하다"고 반박했다.

    인보이스는 에이킨검프의 변호사가 보내준 것이므로 허위일 가능성이 없고, 추가 뇌물에 대한 증거로 제출된 권익위 인보이스와 에이킨검프로부터 받아온 인보이스가 동일하므로 권익위 인보이스에 대한 진정성이 확인된다는 것이 검찰 주장의 요지다.

    검찰 "기존 증거로 제출한 권익위 송장과 동일"

    이 전 대통령 측은 다스의 협조를 받아 에이킨검프에 사실조회를 요구한 만큼 여유있는 재판 진행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저희 쪽에서도 다스의 협조를 받아 에이킨검프에 사실조회를 요구한 상황"이라며 "총 9건의 인보이스를 보관하고 있다고 보내줬는데, 이것이 다스에 보내졌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고, 기록에 대해서는 곧 답변하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이 에이킨검프에 별도로 사실조회를 요구한 것은 검찰이 국제 사법공조를 진행하면서 변호인 측의 질의사항을 누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지난 10월 본지에 "검찰이 변호인단의 요청사항을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그 내용이 검찰의 기존 요청사항과 취지가 일치하는 내용만 포함시켰다고 의견서에서 스스로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 내년 2월쯤 선고할 듯

    이에 대해 재판부는 변호인단에 오는 13일까지 에이킨검프 인보이스에 대한 변호인의 의견을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13일 기일 전까지 검찰이 제출한 에이킨검프 인보이스에 대한 변호인단의 최종 의견을 정리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을 내년 2월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기존 삼성이 에이킨검프에 매월 12만5000달러씩 정액으로 지급한 총 67억원 상당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에게 자금이 전달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고,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이 자금지원에 대가성이 없었다고 진술하면서 제3자 뇌물죄 적용도 어려워지자 지난 5월 권익위의 인보이스를 제시하며 51억원 상당의 뇌물 혐의를 추가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이에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검찰의 새로운 공소사실이 '매월 12만5000달러씩 정액을 지원받아 다스 소송비로 썼다'는 기존 검찰 주장과, '소송비로 쓰고 남은 돈을 돌려받으려 했다'는 김백준·이학수 두 핵심 증인의 진술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고, 검찰의 공소사실에 의문을 품은 재판부는 미국과 국제사법공조를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