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지난해부터 올 4월까지 中에 팔려간 여성 629명…성매매 강요, 강제출산, 장기적출까지”
  • ▲ 파키스탄에서 붙잡힌 중국 인신매매 조직원들. 이 가운데 중국인들은 이후 보석으로 풀려나 모두 중국으로 돌아갔다. ⓒ연합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파키스탄에서 붙잡힌 중국 인신매매 조직원들. 이 가운데 중국인들은 이후 보석으로 풀려나 모두 중국으로 돌아갔다. ⓒ연합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인신매매 업자들이 “중국 남성과 결혼을 시켜주겠다”며 수백 명의 파키스탄 여성들을 데려가 팔아먹었다고 미국 AP통신이 보도했다. 한 국제인권단체는 중국인에 의한 인신매매가 북한,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AP통신 “파키스탄 저소득층 여성들, 중국으로 팔려가”


    미국 AP통신은 지난 4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연방 수사청(FIA)이 작성한 중국 인신매매 보고서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통신에 따르면, 중국에 ‘신부’로 팔려간 많은 파키스탄 여성들이 고립된 채 학대를 당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적지 않은 여성들이 감금된 채 성노예 생활을 하거나 매춘을 해야 했다. 어떤 여성은 ‘강제출산’을 요구 당했다. 통신은 “물증은 첨부되지 않았지만 (FIA가 작성한) 한 보고서에는 중국으로 보낸 일부 여성이 장기를 적출 당했다는 주장이 들어 있다”고 덧붙였다.

    인신매매 조직은 중국인과 파키스탄인 중개인이 핵심이었다. 파키스탄 중개인 중에는 영세한 개척교회 목사들 또는 종교 학교까지 운영하는 이슬람 성직자도 끼어 있었다. 이들은 파키스탄 저소득층 여성들에게 "중국의 부자와 결혼시켜 주겠다"고 유혹했다. 통신은 “인신매매 조직은 최근 파키스탄의 기독교 소수민족을 목표로 노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무슬림 사회 파키스탄에서 극빈층이자 소외계층이라서다.

    인신매매 조직원이 밝힌 데 따르면, 이들은 “신부를 구해 달라”는 중국인 남성으로부터 400~1000만 루피(한화 3060~7670만 원)를 받는다. 그러나 피해여성 가정에 지참금으로 주는 돈은 20만 루피(한화 135만 원)에 불과했다.

    “중국과의 관계 내세워 인신매매 묵인하는 파키스탄 정부”

    파키스탄 FIA는 자국의 저소득층 여성들을 유인해 착취하는 거대 인신매매 조직이 있음을 파악한 뒤 이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수사를 시작했다. FIA는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629명의 피해자 신원을 확인했다. FIA 측은 “하지만 지난 6월부터 인신매매 조직에 대한 공세적인 수사를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FIA 관계자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한 정부의 압력 때문으로 안다”고 통신에 귀띔했다.

    FIA는 지난 9월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에게 인신매매 조직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52명의 중국인, 펀잡주 동부 지역에 있는 2개 도시 파이살라바드, 라호레에 사는 파키스탄인 20명의 명단도 들어 있었다. 하지만 이후 중국인들은 모두 보석으로 풀려나 귀국했다.
  • ▲ 지난 6월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세계 인신매매 급수별 지도. 붉은 색이 칠해진 나라는 인신매매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6월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세계 인신매매 급수별 지도. 붉은 색이 칠해진 나라는 인신매매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인신매매 조직으로부터 여러 명의 소녀를 구출했다는 기독교 활동가 살림 이크발은 “정부는 중국 인신매매 조직을 수사하는 FIA 요원들에게 사건을 축소하라고 엄청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몇몇 FIA 요원들은 다른 곳으로 전출됐다”며 “우리가 파키스탄 권력자들을 만나서 이야기해도 그들은 우리 말을 듣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통신은 파키스탄 정부가 중국 인신매매 조직을 비호하는 근거로 지난 10월 파이살라바드 법원에서 일어난 일을 꼽았다. 당시 파키스탄 검찰은 31명의 중국인 인신매매 조직원을 기소해 법정에 세웠다. 그러나 이들의 범죄를 입증해 줄 여러 명의 증인들(여성들)이 법정에서 증언하기를 거부했다. 단 2명만 익명으로 증언했다. 파키스탄 언론들조차 중국 인신매매 조직에 대한 보도를 축소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주장이었다. 통신은 “이 문제와 관련해 파키스탄 내무부와 외무부 등에 문의했지만 답변을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는 “누구도 피해를 입은 소녀들을 위해 나서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신매매 조직이 저지르는 범죄는 점점 더 규모가 커지고 있다”면서 “그들은 자기들이 달아날 수 있다고 알고 있으니 당국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것은 물론 모든 사람들을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도 살고 싶다. 이 나라의 인간다움은 대체 어디로 간 거냐”고 하소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중국의 공식 입장 “인신매매? 그런 것 봤다면 강력 단속했을 것”

    중국인들이 파키스탄에서 저지른 인신매매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는 “인신매매 피해자 명단 같은 것은 모른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과 파키스탄은 법과 규정을 준수하면서 자발적으로 사람들 사이에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일을 지원하고 있다”며 “동시에 두 정부는 불법적인 국제결혼에는 일체의 관용 없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인신매매 조직에 대항하는 파키스탄 사람들은 “정부가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위험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인신매매를 묵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예부터 인도를 견제한다며 검증을 마친 핵무기 장치, 탄도미사일 같은 군사적 지원을 파키스탄에 제공했다. 통신은 “또한 오늘날 파키스탄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해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다”며 “750억 달러(한화 89조2200억 원) 규모의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계획에 따라 파키스탄은 중국으로부터 도로, 발전소, 농업 분야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국제인권단체가 12월에 내놓은 인신매매 보고서도 인용했다. ‘휴먼 라이트 워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결혼 등을 미끼로 ‘인신매매 사업’을 벌이는 나라는 파키스탄뿐만 아니라 북한,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미얀마, 네팔, 베트남 등이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헤더 바 연구원은 통신에 “이 문제에서 ‘신부 인신매매 사업’을 벌이는 나라의 목록이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는지가 주목할 만한 대목”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