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밀 정찰기 출현 이어… '北 방사포' 2일 만에 한반도 나타나… '이상징후' 감지한 듯
  • ▲ 에어크래프트 스팟이 밝힌, 지난달 30일 미공군 U-2S 정찰기의 궤적. ⓒ
    ▲ 에어크래프트 스팟이 밝힌, 지난달 30일 미공군 U-2S 정찰기의 궤적. ⓒ
    미군의 전략정찰기 U-2S가 11월30일 한반도를 횡단비행했다. 지난 11월27일 RC-135V '리벳 조인트'와 E-8C '조인트 스타즈', 11월28일 EP-3 정찰기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한 데 이어 이날 U-2S가 속초 인근부터 인천 앞바다까지 횡단하자 북한 내에서 이상징후가 포착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U-2S의 한반도 횡단…북한군 동태 파악했나

    U-2S의 한반도 횡단비행은 군용기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에어 크래프트 스팟’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에어 크래프트 스팟’에 따르면 U-2S는 경기도 평택기지에서 이륙해 강원도 속초를 향해 갔다 서쪽으로 기수를 돌려 인천 앞바다까지 갔다. 이어 다시 춘천시 북쪽지역까지 동진했다 평택기지로 복귀했다. 당시 비행고도는 5만 피트(약 15km)로 임무수행고도 7만 피트(약 21km)보다 낮았다.

    군 관계자는 “미군의 일상적인 정찰비행으로 안다”고 했지만, 지난달 27일 E-8C '조인트 스타즈'가 정찰비행할 때 북한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발견하고 U-2S를 통해 확인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나왔다.

    U-2S 정찰기는 미군이 1955년부터 사용하는 전략정찰기다. SR-71 '블랙버드'가 1998년 완전히 퇴역한 뒤에는 미군이 보유한 유일한 고고도 유인정찰기로 남았다.

    길이 19.2m, 날개폭 31m, 높이 4.8m인 U-2S는 추력(推力) 1만8000파운드(lbs)의 GE F118-101 엔진을 장착했다. 순항속도는 660km/h로 빠르지는 않지만, 최대상승고도 25km에 비행거리가 1만1280km에 달해, 고고도에서 오랜 시간 머물면서 적 상황을 감시할 수 있다. 날개가 워낙 긴 덕분에 엔진이 꺼져도 수십 분 동안 활공(滑空)이 가능하다.

    미 공군은 U-2S를 “성층권에 가까운 고고도에서 적의 통신과 이미지, 전자적 정보(MASINT, 계측정보를 의미)를 수집하는 정찰기로, 다중분광전자광학(multi-spectral electro-optic) 장치와 적외선 영상장비 등을 이용해 이미지 첩보, 합성개구 레이더(synthetic aperture radar)를 사용해 적 상황 첩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 ▲ 2015년 10월 23일 정기 정찰을 위해 이륙 준비 이동(Taxcing)을 하는 U-2S. ⓒ미공군 공개사진.
    ▲ 2015년 10월 23일 정기 정찰을 위해 이륙 준비 이동(Taxcing)을 하는 U-2S. ⓒ미공군 공개사진.
    알려진 바에 따르면 U-2S의 최대탐지거리는 200km가 채 안 된다. 그러나 100km 내외 거리에서는 10c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이 가능한 초고해상도 광학정찰장비를 갖췄다고 한다. 남북 군사합의에 따른 비행금지구역 남쪽에서 비행해도 북한 전방부대 동향을 세밀히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키나와로 떠났던 U-2S의 재배치

    미군은 고고도 무인정찰기를 실전배치하기 전까지 U-2S를 한반도 상공에 하루 세 번씩 띄웠다. U-2S는 한 번 비행에 100만 달러(약 11억8000만원)가 든다고 알려졌다.

    미군은 1990년대부터 비용이 많이 드는 유인정찰기를 퇴역시키고 더 오래, 더 높이 날 수 있는 무인정찰기로 대체했다. 대표적 기종이 RQ-4 '글로벌 호크'와 RQ-170 '센티넬'이다. RQ-4는 U-2S와 비슷한 크기의 무인정찰기로, 최대 36시간 비행할 수 있다. 수집하는 정보는 위성을 통해 실시간 전송이 가능하다. 조종사는 미국 본토 기지에서 정찰기를 조종한다. RQ-170은 미군 최초의 스텔스 고고도 무인 정찰기다. 개발 중이라는 소문만 있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이후 한반도에 배치된 사실이 알려졌다. 성능은 '글로벌 호크'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최신 무인정찰기가 배치된 뒤 U-2S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줄었다. 미국은 당초 2012년으로 예정했던 U-2S의 퇴역을 2025년으로 늦췄다. 하지만 한국 오산에 배치했던 부대는 오키나와 가데나기지로 이동시키는 등 조금씩 수를 줄였다.

    그런데 미군은 U-2S를 2019년 2월 한국에 재배치했다. 미군은 당시 “한반도 주변 공해상에서 북한이 불법환적하는 현장을 잡아내기 위해서”라고 배치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도 한국에 배치된 U-2S가 민간 사이트에 포착된 것은 지난 4월 평택에서 출발해 일본 미사와기지로 향할 때뿐이었다. 그러다 지난 11월28일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 두 발을 발사한 지 이틀 만에 한반도 상공에서 포착된 것이다.

    RC-135V와 E-8C, EP-3E, U-2S에 이어 RC-135W까지
  • ▲ 미공군의 특수정찰기 RC-135V/W. ⓒ미공군 공개사진.
    ▲ 미공군의 특수정찰기 RC-135V/W. ⓒ미공군 공개사진.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를 쏜 뒤 처음 한반도로 온 정찰기는 RC-135V였다. RC-135V는 W형과 함께 '리벳 조인트'라 불린다. 하늘에서 적의 신호첩보(SIGINT)를 수집한다.

    E-8C '조인트 스타즈(Joint STARS, Joint Surveillance Target Attack Radar System, 합동타격목표정찰 레이더 체계)'는 1991년 2월 걸프전 때 첫 선을 보인 정찰기다. 보잉 707-300 여객기를 개조해 만든 것으로, 기체 아래에 볼록한 레이더(AN/APY-7)가 탑재돼 있다. 이 레이더로 250km 안에 있는 목표물 600개를 동시 추적, 아군 전투기와 폭격기에 정보를 제공한다. E-8C '조인트 스타즈'가 한 번의 비행으로 감시할 수 있는 면적은 5만㎢에 달한다.

    이어 수도권 하늘에 나타난 EP-3E 정찰기는 전자첩보(ELINT)를 수집하는 정찰기다. P-3C 오라이온 해상초계기를 바탕으로 만든 EP-3E는 적 부대 간 통신을 감청한다. 그 다음으로 U-2S가 등장했다. 이어 2일 오전에는 RC-135W가 수도권 남부를 비행했다. RC-135W도 RC-135V와 같이 SIGINT를 수집하는 정찰기이지만 북한의 탄도미사일 추적 당시 등장한 특수 정찰기다.

    이런 정찰기들이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 이후 계속 한반도 상공에 나타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 내부에서 ICBM 발사시험 등 모종의 도발징후를 포착한 게 아닌가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