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 참여 진상조사위 구성" 방침… 기자들 "지나치게 정권 눈치 본다" 반발
  • 전날 검찰과 유착 의혹을 제기한 유시민(사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법적 대응 가능성을 내비치며 강하게 반발했던 KBS가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며 하루 만에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조사위' 구성, 빠른 시일 내 결과 공개"

    KBS는 9일 오후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KBS 법조팀이 검찰에 정보를 흘렸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8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KBS가 김경록 씨의 인터뷰를 다음날 KBS 뉴스에 보도한 사실과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유출하지 않은 점을 우선 밝힌 바 있으나, 관련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추가적인 조사의 필요성도 제기돼 다음과 같이 후속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BS는 "먼저 외부 인사를 포함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최근 의혹이 제기된 조국 장관 및 검찰 관련 취재·보도 과정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시청자위원과 언론학자 등 중립적인 외부인사들이 참여해 관련 내용에 대해 충실히 조사한 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그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KBS는 "진상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조국 장관 및 검찰 관련 보도를 위한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관련 취재 및 보도를 담당하도록 하겠다"며 "특별취재팀은 통합 뉴스룸 국장 직속으로 법조·정치·경제·탐사 등 분야별 담당기자를 망라·구성해 국민의 알 권리와 진실에 기반한 취재와 보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KBS 법조팀과 검찰, 실시간으로 정보 주고받아"

    앞서 유 이사장은 지난 8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를 통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인으로 알려진 한국투자증권 김경록 차장(프라이빗뱅커)과의 인터뷰 녹취록 일부를 공개하며 "KBS 법조팀과 검찰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차장이 신뢰하는 사람 소개로 KBS 법조팀장과 인터뷰를 했는데, 정작 중요한 검찰 측 증인 인터뷰는 안 내보내고 검찰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흘려보내는 게 가능한 일이냐"고 비판했다.

    이에 KBS는 "▲해당 인터뷰는 9월 11일 9시 뉴스를 통해 2꼭지가 방송됐고 ▲인터뷰 내용과 관련, 검찰에 문구 그대로 문의한 사실이 없고 ▲인터뷰 내용 전체를 어떤 형식으로도 검찰에 전달한 적이 없다"며 "유시민 이사장이 허위사실을 유포한 부분에 대해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반발했다.

    그러자 유 이사장은 9일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KBS의 검찰발 기사는 김 차장의 음성변조된 발언을 원래 이야기한 취지와는 정반대로 집어넣어서 보도한 것인데, 그걸 두고 김 차장을 인터뷰한 기사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해명 자료에서 KBS는 '김경록 씨가 했던 표현 그대로 검찰에 물어보거나 혹은 해당 인터뷰를 통째로 넘긴 적은 없다'고 밝혔다"며 "이렇듯 KBS는 그냥 검찰이 알 수 있도록 내용을 흘렸다는 것이다. 입건된 피의자가 용기를 내 인터뷰한 것을 왜 검찰에 재확인하려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자기 진영 위해 싸우는 유시민은 '어용 지식인'"

    한편 해당 인터뷰를 총괄한 성재호 KBS 사회부장은 10일 사내게시판에 인터뷰 전문과 자신의 입장을 올리고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성 부장은 "지금은 많은 사실관계가 드러났지만 당시 조 장관과 부인은 사모펀드 운용사의 투자처와 투자 내용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해왔다"며 "그런데 인터뷰 과정에서 부인이 사전에 알았다는 정황 증언이 나온 거다. 이것보다 중요한 다른 맥락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성 부장은 유 이사장이 지적한 '정보 유출' 의혹에 대해 "자산관리인의 피의사실 즉, '증거인멸' 혐의를 검찰에 물은 게 아니라 자산관리인이 말한 장관 부인의 의혹을 검찰에 물은 것"이라며 "이는 MB(이명박 전 대통령) 집사에게 들은 얘기를 바탕으로 'MB 집사의 의혹'이 아니라 'MB의 의혹'과 관련된 증언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 수사 중인 검찰에 확인 시도를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교수 때문에 자산관리인이 형사 처벌 위기에 빠졌는데 '어용 지식인'을 자처한 유 이사장에게는 오직 조 장관과 정 교수만 중요한 것 같다"면서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며 시대정신을 앞세우면 그건 언제든 파시즘으로 돌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KBS가 조사위 구성 방침을 밝힌 직후 법조팀을 비롯, 다수의 KBS 일선 기자들이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회사가 지나치게 정권 눈치를 본다"며 강한 반발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