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중국 '쥐랑2' 카피 가능성 제기…"사실이면 오호츠크해서 美 본토 공격 가능"
  • ▲ 오오츠크 해에서 미국 캘리포니아까지의 거리는 약 7000km다. 북극성-3호가 중국의 JL-2처럼 3단 고체연료 로켓을 장착했다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구글 지도 캡쳐.
    ▲ 오오츠크 해에서 미국 캘리포니아까지의 거리는 약 7000km다. 북극성-3호가 중국의 JL-2처럼 3단 고체연료 로켓을 장착했다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구글 지도 캡쳐.
    북한이 지난 2일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호’가 3단 고체연료 로켓 엔진을 장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동아일보가 8일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대로라면 ‘북극성-3호’의 최대사거리는 7000km에 이를 수 있다. 오호츠크해에서 쏘면 미국 캘리포니아까지 사정권에 든다는 말이다.

    “한미 정보당국, 북극성-3호 3단 고체연료 추진체 분석”


    동아일보는 이날 복수의 정부 소식통 말을 인용 “북극성-3호는 바지선에 딸린 수중발사장치에서 발사된 뒤 수 km 고도에서 1단 추진체가 분리됐다. 이후 정점고도(약 910km) 도달 직전 2단 추진체가 분리됐고, 최종 탄두부가 발사 장소에서 460km 떨어진 해상이 낙하했다”면서 “기존의 북극성 미사일보다 단이 하나 더 추가돼 사거리가 대폭 늘어났다”고 전했다.

    신문은 “미국 정보당국은 북극성-3호의 사거리를 1900km로 추정했다”면서 “하지만 추진체의 성능과 연료량에 따라 사거리는 더 길어질 수 있다. 북한 수역에서 미군 전략자산의 출동기지인 괌을 타격하는 능력을 입증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군은 북극성-3호에 KN-26이라는 코드명을 붙였다. 북한이 올 들어 발사한 ‘이스칸데르’형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에는 각각 KN-23과 KN-25라는 코드명을 붙였다.

    신문은 “북극성-3호는 북한이 SLBM 사거리 연장에 올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정부 소식통의 주장도 전했다. 북한이 기습공격이 가능하고 요격도 어려운 SLBM을 더 멀리 날려 보내는 데 모든 기술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는 주장이다.
  • ▲ 북한의 북극성-3호와 중국 JL-2 비교 그래픽.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의 북극성-3호와 중국 JL-2 비교 그래픽.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극성-3호 닮은 중국 JL-2 사거리 8000~14000km

    미국 정보기관은 북극성-3호의 사거리를 2000km 안팎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국내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그 형태와 크기가 중국 인민해방군의 SLBM인 쥐랑-2(巨浪-2, JL-2)와 매우 흡사하다며, 사거리나 성능도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중국의 JL-2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DF-31을 바탕으로 만든 SLBM이다. 길이 13m, 폭 약 2m, 발사총중량 42t이며, 3단 고체연료 추진체를 갖췄다. 중국이 JL-2의 로켓 엔진 시험발사에 성공한 것은 1983년이지만 1985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술력 문제로 개발이 늦어졌다. 미국 군사전문매체 '글로벌시큐리티'에 따르면, 중국은 2005~08년 JL-2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이후에는 JL-2 개량형을 시험발사했다. 미국 워싱턴타임스에 따르면, 가장 최근에 실시한 JL-2 시험발사는 2015년 1월이었다.

    초기형 JL-2는 1Mt(TNT 100만t의 폭발력)의 핵탄두 하나를 장착했고, 7400km의 사거리를 갖고 있다. 그러나 개량형인 JL-2A는 사거리가 1만km에 달하고, 핵탄두 5발을 장착할 수 있다. 최신형인 JL-2B는 400kt(TNT 40만t의 폭발력) 핵탄두 하나만 장착하는 대신 추정 사거리가 1만4000km나 된다.

    북극성-3호가 JL-2의 ‘카피’라면 사거리는 7000km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북한 잠수함이 오호츠크해에서 북극성-3호를 쏜다면, 미국 오레곤주·워싱턴주·캘리포니아주를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 잠수함이 오호츠크해까지 가지 않고 동해상에서 미사일을 쏴도 괌·오키나와는 물론 알래스카·하와이도 공격할 수 있다.

    북한 신형 잠수함의 모델 ‘골프’급, SLBM 3기 탑재

    북극성-3호를 장착할 가능성이 큰 플랫폼은 ‘고래(신포)’급으로 불리는 신형 재래식 추진 잠수함이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골프’급 잠수함을 원형(原型)으로 이를 만들었을 것으로 분석한다. 북한은 소련이 붕괴된 뒤인 1993년부터 ‘골프’급 잠수함 2척을 고철로 수입했다. 북한은 이 가운데 한 척을 재생하고, 다른 한 척은 역설계용으로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 ▲ 북한이 고래(또는 신포)급을 개발하면서 모델로 삼은 골프급 잠수함. ⓒ밀리터리 커뮤니티 화면캡쳐.
    ▲ 북한이 고래(또는 신포)급을 개발하면서 모델로 삼은 골프급 잠수함. ⓒ밀리터리 커뮤니티 화면캡쳐.
    ‘고래’급 잠수함의 정확한 제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골프’급을 토대로 유추할 수는 있다. ‘골프’급 잠수함은 길이 98.4m, 폭 7.85m, 수중배수량 3500t이다. 1958년부터 실전배치됐다. 핵 추진이 아닌 디젤엔진을 사용한다. ‘골프’급 잠수함은 SLBM을 최초로 장착한 잠수함이기도 하다. SLBM 발사용 튜브 3기를 장착했다.

    소련 시절 ‘골프’급 잠수함에는 R-21이 탑재됐다. R-21은 길이 13m, 폭 1.2m로 400kt급 핵탄두 1기를 장착했다. 사거리는 1300~1650km다. 북한이 노동-1호를 개발할 때 이 미사일을 모델로 삼았다. 북한의 북극성-1호와 북극성-2호 미사일은 소련이 ‘골프’급에 이어 개발한 ‘양키’급 잠수함에 탑재했던 R-27을 모델로 해서 만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북한이 옛소련의 ‘골프’급 잠수함을 바탕으로 신형 잠수함을 개발한 것은 10년도 넘었다”면서 북한이 신형 잠수함에 '공기불요추진시스템(AIP)'도 갖췄을 것으로 내다봤다.

    디젤 추진 잠수함은 물 위에서 엔진을 가동해 전지를 충전한 뒤 바닷속에서 활동한다. 그러나 전지 용량의 한계 때문에 사나흘에 한 번은 수면 위로 올라와 엔진을 돌려야 한다. 하지만 AIP를 갖추면 바닷속에서도 엔진을 돌려 전지를 충전할 수 있다. 덕분에 2주 이상 잠항이 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 AIP를 팔겠다는 나라가 자기네 최신 잠수함에 이를 장착하지 않았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 ‘고래’급 잠수함이 ‘골프’급과 대등한 성능을 갖췄고, 아울러 AIP까지 장착했다면 한미연합군이 이를 잡을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골프’급 잠수함의 잠항심도는 260m에 달한다. 게다가 ‘고래’급이 활동할 동해는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곳으로, 소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잠수함 추적이 대단히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