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칼럼] 文, 정의 독점적 사고의 사이비 원칙주의자… "조국 파면은 헌법 의무"
  • ▲ 김기현 전 울산시장.ⓒ뉴데일리DB
    ▲ 김기현 전 울산시장.ⓒ뉴데일리DB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우리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기도 하지만, 아프리카의 어느 후진국 같은 곳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생겼으니 기막힐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조국 장관은 참으로 뻔뻔하게도 장관직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하고, 심지어 ‘검사와의 대화’라는 미명으로 검사의 직업윤리와 복무자세 등에 관한 훈계를 하고 다니는 모양이다. 누가 누구를 가르치겠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조 장관은 취임사에서 “자신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검찰 개혁을 마무리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찰 개혁은 자신이 평생을 소망해왔던 일이고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명”이라고 했다.

    檢개혁 핵심은 '검찰인사권' 독립… 文, 인사권 내놔야

    한마디로 가관이다. 검찰의 문제는 살아있는 권력에 휘둘리고, 그 눈치를 보면서 ‘유권무죄(有權無罪) 무권유죄(無權有罪)’의 난맥상을 보여 온 것이다. 따라서 검찰 개혁의 요체는 검찰권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여야 모두에게 공정하고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에게 모두 공정한 잣대를 적용토록 하는 데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검찰인사권의 독립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가진 검찰인사권을 내어놓는 것이 검찰 개혁의 핵심인 것도 그래서다. 장관의 말을 듣지 않는 검사에게 '너 나가라' 하면 되는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주장해 온 조국은, 검찰 개혁의 주체가 되기는커녕 도리어 개혁에 역행해 검찰권의 정치권력 예속화를 부추기는 독소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조국을 현 시점에 구속하는 것이 바로 검찰 개혁이다’는 명제가 타당해 보인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은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것을 하지 않으려는, 굉장한 원리원칙주의자”라면서 “(조 장관의 임명에 대한) 국민 여론은 굉장히 분분했지만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는 태도를 끝까지 견지했다”고 조 장관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그들이 주장하는 “원칙”이라는 것이 뭔지 필자는 잘 모르겠다. 대통령이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언뜻 보기에 그들이 아마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방패로 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이 방패로 내세우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핑계일 뿐이다. 그들이 뼛속 깊이 새기고 있는 진짜 원칙은 “내 생각은 무조건 옳고, 내 편은 무조건 끝까지 챙긴다”는 정의 독점적 사고이고, 문 대통령은 이 원칙에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생을 피폐하게 만드는 주범인 '소득 주도 성장', 아무런 대책도 없고 합리적 근거도 없는 '원전 폐기', 얼토당토 않는 '4대강 보 철거', 온갖 모욕적 욕설을 들으면서도 일편단심인 '김정은 바라기' 등 도무지 말도 되지 않는 일들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일사천리로 해치우는 이 정권의 행태는 '정의 독점적' 사고를 가진 사이비 원칙주의자가 아니고서는 저지를 수 없는 짓이다.

    '자신이 정의"라는 생각 가진 현 정권… 문 대통령, '문적문' 명심해야

    필자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법조인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 검찰 고위직으로 재직 중이던 선배 법조인께서 내게 해주신 충고가 있다. 그 선배는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검사(檢事)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부패한 검사'라고 답했는데, 선배는 부패한 검사도 무섭지만 “자신이 정의의 화신”이라고 생각하는 검사가 훨씬 더 무섭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유형의 검사는 자신의 판단이 항상 맞는다는 확신 하에 고문도 하고, 증거도 왜곡하고, 무고한 사람을 잡아넣으면서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이것은 비단 검사에게만 적용되는 이치가 아니라, 권력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이치일 것이다.

    조국 사태를 보면, 문 대통령과 현 권력자들은 자신들과 그들의 정부가 우월적 판단자라는 '교조주의'(敎條主義)에 빠져 있다고 간주하지 않을 수가 없다.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현 권력자들의 상당수가 조국처럼 자신이 정의의 화신이라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이에 더해 부패하기까지 하고, 무능하기까지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더욱 깊어진다.

    문 대통령은 더 이상 늦기 전에 조국을 장관에서 파면해야 한다. 이것은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아니라, 형평과 정의에 입각한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야 할 마땅한 책임의 이행이다. 선택적 권한이 아니라 필수적 의무인 것이다. 필자는 문 대통령이 조국을 파면하지 않고 끝까지 버틸 가능성이 결코 적지 않다고 본다. 만약 국민의 뜻을 거슬러 편집증적 고집을 부린다면 “문 대통령의 최대의 적은 정의 독점적 사고에 빠져있는 문재인”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 김기현 전 울산광역시장(17·18·19대 국회의원, 전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