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사용처 제한 없는 30만원 교육바우처 지급… 예산은 서울시가 부담해야" 주장
  •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데일리DB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데일리DB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서울시의 무상교복 도입 추진을 반대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사용처 제한을 두지 않는 30만원 상당의 교육바우처를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3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통해 학생들이 교복을 포함한 필요 물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23일 서울시의회에 입장문을 전달해 “모든 학생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무상교복 정책을 당장 도입하기 보다는 시간을 갖고 검토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본소득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서울교육바우처(가칭)’를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무상교복 대신 교복값을 모든 학생들에게 교육바우처 형태로 제공하자는 얘기다. 예컨대 학생들은 3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통해 일부를 교복 구입에, 나마지는 교복 이외의 물품을 구입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조 교육감은 “바우처의 용처는 교복으로 한정하지 않고, 학업에 관련한 모든 사항 또는 아예 제한을 두지 않을 수도 있다”며 “예산 등의 한계를 고려해서 중·고등학교 입학생에게 1회에 한해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복이 필요한 학생은 교복을, 학습도구가 필요한 학생은 학습도구를 필요에 따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도 했다. 

    조 교육감은 앞서 18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의견을 밝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후 “아이디어 차원일 뿐 정책적으로 검토한 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같은 주장을 낸 것에 대해 교육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단법인 좋은학교만들기 관계자는 “현실적인 대안 없이 포퓰리즘 정책만 내세우는 게 특기인 듯하다”며 “서울시장이든 서울시교육감이든 전부 보편 복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두가 평등하게 혜택을 받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거기에 소요되는 예산은 다 누가 감당할거냐”라고 비판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 A씨는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써야 하는 예산을 너무 무책임하게 남용하는 것 같다”며 “그럴 예산이 있으면 학교 기자재 보강 등 학생들이 교내에서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뒤 안 맞는 현금 복지 대안…조희연의 ‘아몰랑’

    조 교육감이 무상교복 정책을 반대하는 이유는 서울시의 무상교육 정책이 시교육청의 탈 교복 정책과 상충하기 때문이다. 편안한 교복 공론화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상교복을 채택한다면 학교 현장이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게 조 교육감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대외적인 명분일 뿐 실질적으로 예산 문제 때문에 무상 교복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무상교복 도입에 필요한 예산은 연간 약 440억 정도다. 서울시는 이 중 절반을 서울시교육청이 부담하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될 경우 시교육청은 연간 200억 원이 넘는 추가 지출이 생겨나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다. 조 교육감은 “2020년에는 무상급식과 무상교육 시행 등으로 예산제약이 심한 상태라 2020년 시행보다는 시행 유보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상교복 대신 교육바우처를 지급한다고 해서 예산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바우처를 제공하는 취지가 교복값을 그대로 ‘현금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역시 동일한 예산이 필요하다. 흥미로운 점은 무상교복 도입이든 바우처 지급이든 시교육청은 이와 관련한 예산을 부담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거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무상교복을 추진한다면 서울시가 전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예산이 없어 절반 분담도 어렵다”고 말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받는다’고 했던가. 이쯤 되니 조 교육감의 진짜 속내가 궁금하다. 그의 주장대로 당장 무상교복을 도입하면, 예산 부족뿐만 아니라 형평성 문제 등이 발생하면서 교육 현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조 교육감의 입장이 전혀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안 없이 또 현금 복지를 제안하는 건 상식 밖을 벗어나는 일이다. 그것도 남의 돈주머니를 통해서 하려고 하니 말이다. 이제는 교육감으로부터 “돈은 없지만 실속은 내가 챙기겠다”는 꼼수 발언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