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라노가 바치는 아름다운 세레나데 '록산'은 감미롭고, 시라노의 슬픈 감정이 느껴지는 '안녕, 내 사랑'은 로맨틱하며, 시라노와 가스콘 부대원들의 신념이 담긴 '가스콘 용병대'는 패기가 넘친다.

    배우 류정한의 프로듀서 데뷔작인 뮤지컬 '시라노'가 탄탄한 전개와 개연성, 입체적인 캐릭터로 변화를 꾀하며 2년 만에 돌아왔다.

    류정한은 22일 오후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 열린 프레스콜에서 "두 번째 시즌이 완성본이었으면 좋겠다. 관객들이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게 대사를 다듬고 넘버를 편곡하거나 추가해 개연성을 더했다. 초연 때 부족했던 공간감을 살리기 위해 원형 회전무대와 전면 영상 스크린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2017년 첫 선을 보인 뮤지컬 '시라노'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등의 모티브가 된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벨쥐락(1897)'을 원작으로 한다.

    17세기 중엽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뛰어난 검술과 문학적 재능을 지녔지만 크고 못생긴 코를 가진 시라노, 그가 사랑하는 여인 록산, 록산이 사랑하는 미남 청년 크리스티앙 세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 뮤지컬은 2009년 극단 토호가 제작해 일본 도쿄에서 초연했다. 한국 무대는 음악과 대본을 바탕으로 국내 정서에 맞게 연출을 바꾼 넌레플리카 방식으로 제작됐다. 이번 재연은 크리에이티브팀으로 김동연 연출, 정도영 안무, 최혜진 음악감독 등이 참여했다.

    영화나 연극에서는 볼 수 없던 등장인물의 내면에 접근하고, 기발하고 시적인 문체는 17세기 파리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살려냈다. 특히 '록산'의 캐릭터는 기존에 답습돼 온 귀족가문의 아름다운 여성상에서 벗어나 검술을 배우고 여성문학지를 만드는 진취적인 여성으로 재해석했다.

    김동연 연출은 "현대의 무대 언어로 원작을 각색했다. 원작을 보면 중요한 사건이 한 장소에서 한꺼번에 일어난다. 장면 전환 없이 시간의 순서대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고전 희곡 방식이다. 근래의 빠른 속도에 익숙해진 관객에게 보편적인 뮤지컬 언어로 재구성하는 것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시라노'는 '지킬 앤 하이드', '몬테크리스토', '드라큘라' 등을 통해 한국인이 사랑하는 뮤지컬 작곡가로 불리는 프랭크 와일드혼이 음악을 만들고 그와 '지킬 앤 하이드'로 콤비를 이룬 레슬리 브리커스가 대본과 가사를 썼다.
  • 류정한을 필두로 최재웅·이규형·조형균이 '시라노' 역을 새롭게 맡아 번갈아 연기한다.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여인 '록산' 역에는 박지연·나하나가, 시라노의 도움을 받아 록산의 마음을 얻는 '크리스티앙'은 송원근·김용한이 캐스팅됐다.

    '시라노' 하면 특유의 코를 빼놓을 수 없다. 김성혜 분장디자이너는 각 배우들의 얼굴에 맞는 비율의 코를 제작했다. 얼굴 본을 뜬 후 조소 작업을 거쳐 틀에 떠내는 과정을 거쳐 완성했다. 특수 분장용 글루를 사용해 부착하며, 코는 하나당 2~3회 착용할 수 있다.

    이규형은 "스펀지 재질로 만들어져서 편안하다. 아무리 부딪혀도 흘러내리지 않아 연기와 노래하는데 방해받지 않는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최재웅은 "처음 어색하지만 10분만 지나면 내 몸의 일부가 된다. 한 가지 단점은 코를 풀 때 힘들다"고 덧붙였다.

    조형균은 "불편한 점은 종이컵에 물 마실 때 코가 자꾸 빠질 것 같아서 빨대를 이용해서 마신다. 이제는 오히려 코를 뗐을 때 더 어색하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 사랑은 문학의 가장 보편적인 주제다. 어느 시대나 어느 곳이나 사랑을 하는 사람이 있고, 사랑 이야기가 있다. '시라노'는 사랑을 다룬 가장 로맨틱한 작품이다. 감상적인 영웅주의와 순수한 연애 감정, 화려한 시구(詩句)들은 오늘날에도 세계적 명작으로 이름을 남기고 있다.

    류정한은 "고전은 단순히 오래된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공감할 수 있는 텍스트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시라노'는 사랑 이야기지만 용기와 정의, 외로움 등 복합적인 주제가 담겨 있다. 시대가 변해 소통하는 방법은 달라졌지만 사랑을 전하는 진심은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시라노'는 10월 13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